채희걸 본지 고문

 농업기술 보급역량 되찾으려면
 농업기술센터 소장의 국가직화와
‘지방농촌진흥사업 육성지원법’
 제정 반드시 이뤄내야

▲ 채희걸 본지 고문

최근 농촌진흥청은 가칭 ‘지방농촌진흥사업 육성지원 법률’의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이 법 제정의 목적은 각 도 농업기술원의 과장과 시군 농업기술센터의 소장직을 연구·지도공무원으로 복수직화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농업기술센터 소장을 연구·지도관으로 하자는 이유는 첫째, 1997년 지방직화가 되면서 전국 67곳의 농업기술센터가 행정과 통합돼 농정중심의 사업이 추진되다보니 농업기술 보급이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또한 중앙-도-시군간 연결고리가 와해돼 인적교류와 교육훈련기회가 감소해 농업기술센터의 혁신역량이 현저하게 하락한 이유도 있다.

과거 농업기술센터 소장이 국가직이었을 때는 전국 농업기술센터 소장회의를 거의 분기별로 소집해 업무협의와 실적평가를 했었다. 소장이 지방직화 되면서 전국소장회의 참석이 저조하고 대리참석하거나 그마저도 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같이 중앙, 도, 시군간 지휘체계의 연결고리가 끊어지면서 농촌진흥사업의 쇠퇴가 심각하다.

지방직화 후 20여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부실해진 농업기술센터의 기능을 바로잡으려는 것을 보면 만시지탄을 금할 수 없다. 그러나 늦었지만 조속히 법을 제정해 농촌지도 본연의 역할과 역량을 되찾아 주길 간절히 바란다.

농촌진흥청은 1990년 초반 지방자치제도 시행을 앞두고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예견하고 도시군 직원의 지방직화 작업과 논의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작업에 부심했다. 당시 필자는 농촌진흥청에서 공보관과 농민훈련과장으로 근무했다. 이때 농촌진흥청 내 대다수 직원들은 도농업기술원장과 시군농업기술센터 소장만은 반드시 국가직으로 존치시켜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도와 시군의 기관장이 국가직이어야 농진청이 개발한 새 기술을 전국에 일사불란하게 보급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당시 시군농업기술센터의 소장들은 지방직이 돼야 한다며 국가직 존치를 완강하게 반대했다. 지방직이 되면 농진청의 지배권에서 벗어나 행정지도와 감사의 버거운 짐을 덜 수 있다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한편, 농진청은 취약한 농가소득을 증대시키기 위해 부실한 기술과제의 보급을 서둘렀다. 이에 일선 농촌지도공무원은 물론 농민들이 기술수용을 거부하는 일도 발생했다. 이런 갈등의 여파로 농업기술센터 소장들이 지방직화를 열망한 측면이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농진청은 센터소장을 지방직화 할 경우 농업기술 지도에 차질을 빚을 것을 감안해 단연코 센터 소장을 국가직으로 고수했어야 했다. 농진청은 소장들의 요구만 수용하고 농민을 위한 기술보급의 통로를 왜곡시키는 뼈아픈 실책을 저지르고 말았다. 이로써 행정직 소장의 농업기술센터 진입 길을 터 주었고, 농촌현장의 기술보급의 지체와 차질을 빚는 단초가 되고 말았다.

이제라도 쇠퇴된 농촌지도사업의 활성화와 혁신의 새 전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 ‘지방농촌진흥사업 육성지원법’의 조속한 제정을 서둘러 주기 바란다. 농촌진흥청장과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함께 힘을 모아 이 법 제정을 강력히 추진해 한국농업 재도약의 큰 기틀을 마련해 주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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