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농업에 도전하는 청년 농부 - 경기 여주 심은혜 씨

▲ 올해 직접 생산한 친환경 땅콩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는 심은혜 씨.

친환경땅콩재배로 소득 안정화
소비자와 소통하는 직판으로 승부

도시생활의 화려함을 뒤로하고 농업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농촌으로 들어와 재밌고 신나는 농부가 된 여성청년농부들이 전국적으로 늘어가고 있다. 그들은 “아직 젊으니까”를 외치며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농법을 찾고 자신만의 가치를 추구하며 밝은 미래 농업을 꿈꾸고 있다.
이번호에는 30여년 전부터 친환경쌀을 재배하며 여주 유기농업영농법인 ‘식물나라’ 대표인 부친 심덕재 씨를 도와 농사일을 배우고 친환경 땅콩 재배·판매를 전담하고 있는 심은혜(28) 씨를 만나봤다.

친환경농산물 생산하는 부모님 존경
대학에서 자동차공학을 전공하고 외국계 자동차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했던 심은혜 씨는 학문에 대한 목마름으로 독일유학길에 올랐다. 4년간의 유학생활 동안 직접 요리해 먹을 식재료를 구입할 때 조금 더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친환경식품을 먹고 싶었다고.
어려서부터 봐왔던 부모님의 친환경농법이 정직한 일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는 그는 본인의 건강과 직결되는 농식품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면서 부모님에 대한 존경심이 깊어졌다고 한다.

또한 유럽의 선진국들을 여행하면서 직접 보고 들은 농업인들은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고, 농업인을 장인처럼 대우하는 시민들의 태도를 보면서 친환경농법을 고수하고 지켜온 부친처럼 농업에 종사하고 싶다고 결심하게 됐다.
유학생활 막바지에 한달 간 주변 국가를 관광하며 모친 이정자 씨에게 선진농업을 보여주고 농업인의 길을 가고 싶다는 자신의 포부를 밝힌 심은혜 씨는 오랜 유학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귀국 후 바로 농업의 기초를 배우기 시작했다.

정직한 농업에 보람 느껴
친환경 쌀과 여러 밭작물을 함께 농사짓는 부모님을 따라 처음 1년 동안은 심고 김매는 것부터 하나하나 배워나갔다. 내심 독일유학까지 한 딸이 좀 더 전문적인 일을 하길 바랐던 부친은 고단한 농사일에도 군말없이 해나가는 딸을 보고 허락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부친의 신임을 얻으며 올해는 심은혜 씨가 전적으로 맡아 친환경 땅콩을 재배하고 생산량 전부를 친환경 농산물만 취급하는 생활협동조합에 판매하는 것까지 홀로 진행하면서 농업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

“여러 가지 변수도 있지만, 농업은 내가 얼마큼 움직이느냐에 따라 생산량이 달라지잖아요. 농업만큼 정직한 직업도 없는 것 같아요.”

“소비자와 소통하고 싶어요”
부모님은 농산물을 대량으로 생산해 도매업체에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소비자와 소통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물론, 안정적인 판로가 있다는 것은 매우 축복받은 일이지만 심은혜 씨가 생각했던 농업과는 차이가 있었다고 말한다.
자신이 키운 못생긴 농산물을 들고 나와 판매하는 유럽의 프리마켓을 보며 꿈을 키웠다는 심은혜 씨는 올해는 여력이 되지 않아 직거래를 할 수 없었지만 내년부터는 SNS나 블로그를 운영하며 소비자와의 거리를 좁힐 생각이다.

농한기를 이용해 건조한 황기를 시범적으로 소포장해 판매하는 것을 시작으로 앞으로 땅콩이나 쌀도 1인가구를 겨냥한 소포장 직판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려 계획하고 있다.
100년 넘게 이어온 전통있는 유럽의 농가처럼 지속적으로 발전하며 이어받고 이어주는 농업인으로 살고 싶다는 심은혜 씨. 아직은 1차생산에 충실해야할 때지만 6차산업도 도전할 과제 중 하나라고 말한다.

“‘더 나은 생활을 영위하고 나아가 후손들에게 더 나은 삶을 물려줄 수 있는 것’ 이것이 바로 제가 농업을 선택한 이유에요.”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