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명견 교수의 재미있고 유익한 옷 이야기(2)

▲ 단색의 검정옷(사진 왼쪽)에 화려한 자수가 놓인 목도리로 분위기 연출(사진 오른쪽).

"스카프·머플러·숄 등은
현대화 된 ‘권포의’…
형태·용도 달라도
우리말로는 그냥 ‘목도리’"

한 장의 천을 바느질하지 않고 바로 걸쳐 입는 것을 ‘권포의’(drapery)라 한다. 원시 인류가 직물을 짜기 시작한 신석기시대부터 알몸에 이 권포의를 둘러 입었던 흔적들이 남아있어, 그 사용 역사가 매우 길었음을 증명한다.

권포의는 고대 이집트, 그리스, 그리고 로마로 이어지며, 알몸에 걸치거나 겉옷으로 입으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의복’의 위치를 확보했다. 로마시대에는 ‘토가’(toga)로 불렸다. 토가는 로마의 영토가 넓어질수록 크기가 커진다. 신분이 높을수록 더 크게, 그리고 늘어지는 주름(drape)이 우아하도록 멋을 부렸다. 토가를 멋있게 입혀주는 노예는 특별대우를 받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 시대를 정점으로 토가는 소형화되며 여러 종류가 등장한다. 스카프, 머플러, 스톨, 숄 등등이 바로 현대화 된 권포의다. 명칭에 따라, 형태나 크기나 용도가 조금씩 다르지만, 우리말로는 그냥 목도리들이다.

한 장의 천을 몸에 두른 것은 서양뿐 아니라 우리도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통일신라시대 상류 여성들이 표(標:목도리, 숄)를 한 기록이 있고, 조선 초 하연(1376~ 1453)부인이 표를 두른 그림이 남아있다. 그러나 그게 ‘표’ 흔적의 끝이다.

목도리가 우리의 시야에 다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내외를 목적으로 사용하던 장옷이나 쓰개치마가 사라질 즈음이다. 털실로 뜬 서양의 커다란 목도리를 두른 여성이 1920년대 신문에 보이고, 1930년대에는 상류층 여성들에게 숄, 스카프, 여우목도리가 유행했다. 이렇게 등장한 이것들은 ‘목도리’라는 표현이 서먹할 정도로 서양식 명칭으로 꾸준히 애용돼 왔다. 이 한 장의 천이, 우아하고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멋을 만들어내는데다, 보온 효과까지 크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연말모임, 동창회, 돌잔치, 결혼식 등 잘 차려 입고 나들이를 해야 할 때가 있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무엇을 입을까’ 걱정 아닌 걱정을 한다. 꼭 입을 것이 없어서가 아니라 만나는 사람들에게 더 산뜻하고 좋은 이미지를 주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매번 새 옷을 살 수도 없다. 이럴 때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목도리의 활용이다. 그런 효과 때문에 목도리는 세월이 흐르면서 더욱 중요하게 자리를 잡는다. 목도리 몇 장이면 여러 분위기 연출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검정, 아이보리, 브라운색 등의 기본적인 옷 위에, 목도리를 골라 두르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화려하게 차려야 할 때는 과감한 색깔로, 우아하게 연출하고 싶을 때는 은은한 색으로, 추울 때는 두툼하면서도 밑에 입은 옷과 조화를 맞춰 둘러주면 된다. 입은 옷이 심플할수록 목도리의 효과는 커진다. 옷이 요란하면 어떤 스카프를 둘러도 어수선하고 복잡해 보이기 쉽다는 말이다. 물론 옷이나 목도리가 비쌀 필요도 없다.

산뜻한 목도리 한 장 걸친 것으로 내가 먼저 기분이 좋아진다. 마주하는 사람들도 상큼하게 느낄 것이다. 어쩌면 이 멋진 차림 때문에 인생이 바뀔 수도 있다.
나라가 시끄러워 심난한 연말, 그래도 우린 행복해야 한다. 한 장의 목도리로 그 행복을 연출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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