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삼산업, 생산기반까지 붕괴 위기

 소비 부진·수출 감소·재고 과잉의 삼중고에
‘김영란법’까지 겹쳐 장기 침체의 늪

“인삼농사는 4~6년의 긴 시간을
 투자해야 수익을 볼 수 있어
 침체의 늪에 빠지면 헤어날 방법이 없다”

인삼 생산 규모 위축
“인삼산업의 위기는 한우와 엇비슷한 양상을 보이지만 영원히 피해 복구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습니다”
인삼자조금관리위원회 유경종 위원장(한국고려홍삼조합 대표)의 현 인삼산업에 대한 진단이다.
“인력도 땅도 고갈돼 있어 이제 인삼 농사는 지을수록 손해”라고 단정하며 인삼산업 위기의 심각성을 전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15년 인삼통계자료집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5년 인삼 재배면적은 1만4213ha, 생산량 2만1043톤, 생산액은 8164억 원이다. 2011년 이후 재배면적, 생산량, 생산액이 각각 5.2% 5.8% 6.5% 씩 매년 감소 추세로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인삼의 소비량은 2011년 2만3183톤에서 2015년 1만7314톤으로 줄어들었다. 1인당 소비량 역시 2011년 0.46kg에서 2015년 0.34kg으로 매년 7.3%씩 감소 추세로 5년 만에 30% 가까이 감소했다. 비타민을 비롯해 다양한 건강기능식품 등 인삼을 대체하는 각종 건강 관련 제품들이 선호되면서 인삼의 소비가 부진한 것이 원인이다.

이에 따라 인삼을 경작하는 농가 역시 1989년대 3만9000호로 정점을 찍은 이후 계속 줄었다. 2008년부터 2만4000여 호를 계속 유지하는 형편이었지만 일명 부정청탁금지법인 김영란법 시행이 예고된 2015년에는 2만1000호로 농가수가 또 줄기 시작했다.
“인삼은 1972~1975년 사이 과잉생산으로 가격이 1/3가량 하락하는 가격폭락을 겪고 후유증을 남긴 적이 있었죠. 1979년부터는 오히려 물량부족으로 정부에서 수출 규제까지 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인삼재배와 홍삼 가공에 40여 년을 보내며 우리나라 인삼산업의 산 역사를 낱낱이 꿰고 있는 유경종 위원장은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인삼 증산운동을 펼쳐 인삼산업의 부흥기를 맞았던 1980년대 중반의 얘기를 들려주며 지금은 그 당시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며 걱정했다.

1980년대는 인력이 무궁무진했으나 지금은 인력난을 겪고 있고, 인삼을 경작할 땅도 없다는 설명이다. 인삼은 한번 심은 땅에 다시 심기 어려운 특성이 있어 경작지가 감소된다. 연작 피해를 막기 위해 객토와 절토를 하게 되면 생산비가 증가해 그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땅을 빌려 농사짓는 임차농이 70%를 차지하기에 생산비를 못건지는 수준이 되면 아예 인삼 농사를 포기하게 된다. 게다가 인삼 농사는 4~6년의 긴 시간을 투자해야 수익을 볼 수 있어 침체의 늪에 빠지면 헤어날 방법이 없다고 강조한다.

재고처리에 골머리인 상황에
김영란법은 엎친 데 덮친 격

인삼 제품의 수요는 한해 소비량의 30%를 추석과 명절의 선물용으로 어림잡는다. 김영란법이 본격적으로 실행되는 다가오는 설이 걱정되는 이유다.
명절 수요는 명절 한달 전부터 시작되는데 가뜩이나 전반적인 경기 위축으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었고, 인삼 가격 역시 계속 하락세여서 팔리지 않고 재고만 쌓이고 있다.

수출도 제자리걸음을 한지 오래됐다. 1978년 1억8000만 달러 수출 실적을 올린 이래 1980년도부터의 업체간 과당 수출 경쟁과 미국과 캐나다 산 저가의 화기삼의 위협에 밀려 지난해 1억4000만 달러 수출에 그쳤을 뿐이다.

“2년치 생산량이 재고로 쌓여있습니다. 인삼은  단기간에 회복하는 게 불가능하기에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유경종 위원장의 말처럼 건강식품의 대명사로 한국인의 건강을 지켜온 세계 속의 고려인삼의 자존심 회복을 위한 빠른 움직임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