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명나라 때까지만 해도 관청 앞에는 지금 광화문 앞에 있는 것처럼 해태상이 있었다고 한다. 해태는 선악(善惡)을 가릴 줄 아는 상상의 동물로 관원들은 등청을 할 때 해태의 꼬리를 쓰다듬고 세이대(洗耳臺)에 귀를 씻는 통과의례가 있었다고 한다.

공직자가 근무하는 기관을 보통 관청(官廳)이라 부른다. 깨끗한 귀로 백성의 말을 듣는 곳이라는 뜻으로 행정 현장을 청(聽)자를 썼고, 비를 맞지 않게끔 그 들을 ‘청’(聽)자 위에 지붕을 올려 청(廳)이라고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민주국가에서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며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정치인은 선거를 거쳐 위임받은 권력을 통해 나라를 통치하게 된다.

그러나 역대 어느 정권 할 것 없이 권력을 잡은 후에는 온갖 부정과 비리로 얼룩졌던 과거사를 우린 잘 기억하고 있다. 일찍이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牧民心書)>에서 벼슬살이의 요체를 두려워할 외(畏)로 표현했다. 이것은 ‘국민을 두려워하라’는 뜻이다. 수령은 객(客)이요, 백성이 ‘정치의 주인’이란 원목(原牧)정신을 반영한 것이다. 또한 백성 보살피기를 아픈 사람 돌보듯 하라고(視民如傷, 시민여상) 했다.

정약용은 공직자의 전문성, 성실성, 도덕성도 중요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덕목은 바로 청렴(淸廉)이라 했다. 11년간 벼슬을 했지만 자녀에게 물려줄 재산이 없어 아들에게 근(勤)과 검(儉) 두 글자를 유산으로 물려줬던 다산의 청빈사상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지금 한국정치에는 다산과 같은 철학을 가진 지도자가 절실한 때다. 국민을 두려워하고 국민을 섬기는 다산의 경청(傾聽)과 청렴(淸廉)의 리더십은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시대정신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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