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명견 교수의 재미있고 유익한 옷 이야기①

농촌여성신문은 이번 호부터 인간의 의생활에 관한 동서고금의 에피소드와 정보, 지식 등 유익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의생활문화 관련 전문가인 동덕여대 송명견 명예교수에게서 듣는 칼럼을 연재합니다. 시사·이슈 등과 관련된 명사들의 옷차림, 역사적 사실에서 얻는 의생활 관련 상식, 농작업 환경에 따른 의생활 기술 조언 등을 통해 농촌여성들의 의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드리겠습니다.

바야흐로 ‘투쟁적’으로까지 다이어트를 하는 시대다. 그야말로 ‘살’과의 전쟁이 필연이 됐다. 그러나 이 전쟁에서 95%가 실패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일반적으로 살을 빼기 위해 식사를 조절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지만 비만인구는 날로 늘고 있다. 좀 더 쉽고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야한다.
인간은 항온동물이므로 항상 일정 체온(약 37℃)을 유지해야만 생명이 유지된다. 하나님은 이런 인간에게 스스로 일정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기능을 주셨다. 더우면 피부 혈관을 팽창시켜 열을 많이 발산하게 하고, 땀을 내어 인체를 식혀준다. 추운 환경에서는 피부 혈관과 근육을 오그라들게 함으로써 체열이 빠져나가는 것을 최소화하고,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대사활동을 왕성히 하게 한다.

이 원리를 이용한 것이 한때 유럽에서 유행하던 초저온 요법이다. 인체를 영하 100℃이하의 환경에 적응시켜, 인체를 차게 함으로써 에너지 대사활성을 극대화하는 원리다. 이는 운동선수의 체력 단련과 일반인의 살빼기에도 유용하다는 것이다.
최근 의복을 활용한 추위 자극이 모세혈관이나 혈관 탄성, 지방대사에 끼치는 영향을 규명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비만이나 고혈압은 물론 당뇨병 치료의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우리 조상들은 ‘귀한 자식일수록 차게 길러야한다’는 가르침을 실천해 오던 터다. 옷을 조금 입으면 인체는 일정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체온조절 기능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것이다.

실제로 겨울철에 적게 입는 사람들의 에너지 소비량이 옷을 많이 입는 사람들에 비해 많다는 결과를 검증한 연구들이 있다. 예컨대, 19℃의 실험 환경에서 한 그룹은 긴팔과 긴 바지, 양말을 신기고, 또 한 그룹은 반팔 옷에 반바지를 입힌 뒤 측정한 결과, 짧은 팔 옷을 입은 그룹이 시간당 에너지 소비가 9.26㎉ 더 많았다. 만약 8시간의 수면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16시간) 동안 서늘하게 옷을 입는다면 148.16㎉의 에너지가 더 소비된다는 결론이다. 이러한 에너지 소비가 매일 매일의 일상생활에서 누적된다면 무시할 수 없는 양이 될 것이다.

비만은 복합적인 문제이므로 의복의 활용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식이, 운동과 함께 의복처방을 병행한다면 체중 감량을 위해 소모되는 시간, 비용, 노력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즉 옷은 언제 어디서 누구나 입는 일상적인 행위이므로, 식사조절이나 운동처럼 꼭 해야 한다는 부담과 따로 장소나 시간을 할애하지 않으면서도 오랫동안 지속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질병이나 고도비만으로 인해 식이나 운동에 제한이 있는 환자에게도 좋을 것이다.

실행 방법은 간단하다. 옷을 따뜻할 때까지 입지 말고 약간 서늘하게 입으면 된다. 물론 훈련되지 않으면 어렵다. 식습관처럼 의생활 훈련이 필요하다. 효과적인 훈련시기가 향한기(向寒期:추위로 넘어가는 계절)다. 바로 지금, 이 계절부터 약간 서늘하게, 한 단계 차게 입어가는 훈련을 통해 의생활 습관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송명견 교수…
▲서울대 농과대학 농가정학과 졸업 ▲이화여대 교육대학원 석사 ▲중앙대 대학원 박사 ▲동덕여대 디자인대학 패션디자인학과 교수 ▲일본문화여대 연구교수 ▲동덕여대 디자인대학원·패션전문대학원 원장 ▲동덕여대 명예교수(현) ▲기능복(1998)/옷, 벗기고 보니(2012.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옷은 사람이다(2014) 등 저술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