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환 농촌진흥청 발효식품과

"우리의 발효식품은
역사와 문화 간직한
소중한 자산…
세계시장 선도할 지식산업이자
타 산업과 연계 가능한
기반산업
"

▲ 여수환 농촌진흥청 발효식품과

21세기에 들어 선진국을 비롯한 각 국가들은 생물자원 확보를 둘러싼 국가 간의 치열한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자 전략적이고 혁신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 종균 생산업체는 영세성과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시설과 장비 등 인프라 투자 여력이 부족하고, 수입 종균에 비해 품질이 낮아 비싼 로열티를 지불하더라도 품질이 좋은 외국산 종균을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미생물 시장은 약 10조 원(2014)으로 추정되고 연평균 17.6% 증가하며 금년에는 약 14조 원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생명산업 육성정책 현황과 국내 생명산업발전방안(농식품부, 2014)에 따르면 외국의 생물유전자원 사용료로 매년 1조5000억 원의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 하지만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되면 매년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발효종균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국가적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최근에는 식품뿐만 아니라 화장품의 기능성 소재, 신약 개발 소재 등 첨단 신소재 개발의 원천이 될 만큼 미생물의 산업적 활용도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농촌진흥청은 일본 등 선진국에 의존해왔던 수입산 종균을 국산 종균으로 대체하기 위한 일환으로 발효식품의 핵심인 종균의 국산화를 이루기 위해 지난 10여 년간 전국에서 수집한 누룩, 메주, 발효주·발효식초로부터 우수한 특성을 가진 토착 발효미생물 발굴과 자원을 확보해왔다. 이를 통해 발효식품별 맞춤형 종균 연구를 시작한 결과, 곰팡이, 효모, 유산균, 초산균 등 225주를 발굴·선발했고, 독성물질로부터 안전한 미생물 69주를 균주보존센터에 등록했다.

특히, 발효특성이 우수한 종균을 이용해 누룩과 탁·약주, 발효식초의 향미와 산 생성능이 뛰어난 14종의 토착 발효종균을 발굴해 나고야의정서 발효와 향후 한·일FTA 체결에 따른 수입 종균 대체로 우리의 생물자원 권리를 주장하는 원천기반기술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그러나 아직도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발효종균의 주권 확보를 위한 연구는 국가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우리의 국주(國酒)인 막걸리의 경우, 대부분의 제조업체들은 수입산 종균으로 쌀누룩과 막걸리를 제조해왔다. 막걸리의 인기와 함께 종균(고상 효모 한정) 거래 규모도 증가해 2000년 수입 규모가 1477만 달러에서 2013년에 약 2300만 달러로 1.6배 늘어났다. 이에 토착 발효종균 발굴과 국산화는 수입에 따른 로열티 지출을 줄일 수 있으며, 발효미생물의 주권 확보로 우리 발효식품의 독립을 가능하게 한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분석한 발효종균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생산유발효과만 23억7400만 원에 이르며, 나고야의정서가 비준되면 약 5000억 원까지 늘어나 발효종균의 로열티 절감 효과가 매우 기대된다. 막걸리 업체의 경우, 수입 종균 가격이 ㎏당 21만 원으로 비싼데 반해, 국산 종균은 ㎏당 2만5천 원으로 수입산에 비해 8배가량 가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향후, 국산 발효종균의 주권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의 발효식품산업의 미래가 달려있다. 우리의 발효식품은 오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소중한 자산으로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지식산업이자 다양한 산업분야와 연계할 수 있는 기반산업이다. 우리나라 발효식품의 주권이 대한민국에 있기 때문에 발효식품에 사용하는 종균의 주권 또한 대한민국에 있다. 국산 토착 발효미생물과 발효식품이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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