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점 -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배 시장, 돌파구를 찾아라

▲ ‘황금실록’을 이끌어 가는 회원들. 우측부터 주우철 울산황금배연구회 회장과 엄갑순 여사, 이대주 삼미농장 대표.

■하 : 중소과 배의 반향‘황금실록’

농가·기술센터 의기투합…소비지 시장 섭렵

배 소비 위축의 돌파구로 여겨지는 중소과 품종 확산이 실제 소비지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한 배 브랜드가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울산광역시농업기술센터(이하 울산기술센터)에서 개발한 ‘황금실록’이다. 황금실록은 600g 이하로 생산되는 황금배 품종을 기반으로 소비자의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황금실록은 울산, 부산, 경남 등 영남권역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승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황금실록의 탄생 배경은 단순하다. ‘배는 너무 크다’는 소비지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이에 울산기술센터는 2015년 초 관내 황금배 품종을 재배하는 농가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그 중 14농가가 참여해 ‘울산황금배연구회’를 결성하고 생산매뉴얼을 공유하는 한편, 출하 기준도 설정했다. 첫째는 품질이었고 둘째는 안전성이었다. 황금배는 특성상 ‘동녹’이 발생한다.

동녹은 진황색 얼룩무늬로 과실이 어릴 때 발생하는 껍질의 미세한 상처가 회복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는 외관상 좋아 보이지 않지만 맛, 당도 등 품질과는 전혀 무관하다. 그래서 황금실록은 외관을 중시하지 않는다. 오로지 품질과 안전성이었다. 이에 2015년 14개 참여농가 중 6개 농가만 황금실록으로 출하를 할 수 있었다. 올해는 17개 참여 농가 중 9농가가 황금실록으로 출하를 하고 있다.
이렇듯 철저한 품질관리와 안전성에 초점을 맞춘 황금실록은 특히 중소과라는 특성을 갖고 소비지 시장을 석권해 나가고 있다.

까다로운 브랜드 관리...5kg 소포장 판매 ‘주효’

▲ 5kg 소포장 단위로 9~10개의 중소과 배를 담은 ‘황금실록’

황금실록이 만들어진 뒷편에는 울산농업기술센터의 큰 노력이 숨어 있다.
울산농업기술센터는 신고 위주 농사로 판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배 농가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크고 굵은 것보다는 작은 중소과가 소비지의 반응이 더 뜨거워 질 것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황금배 품종을 택했다. 틈새시장을 겨냥하기에 충분했다. 신고는 농사만 잘 지으면 큰 크기의 과는 추석, 설 등 명절과 제수용으로 찾는 상인들이 많았지만 다소 작은 크기는 일반 가정소비가 없었진 마당에 소비처를 찾기란 ‘하늘에서 별 따기’보다 어려웠다.   

울산기술센터 김경상 지도사는 “기존에는 상처나 상품성이 다소 떨어지는 배가 즙이나 잼으로 가공됐으나 이제는 정상 크기라도 판로를 찾지 못한 배들을 헐값에 넘길 수밖에 없게 됐다”며 “이는 결국 소비자의 요구를 못 따라가다 보니 발생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에 울산기술센터는 관내 황금배 농가들과 울산황금배연구회를 조직하고 발빠르게 중소과 배 판매 촉진을 도왔다.

농가들과 협의해 품질과 안전성에 대한 기준을 설정했다. 당도 12브릭스, 농약 불검출에 대한 합격점을 받아야 황금실록 브랜드로 출하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했다.
특히 포장 단위는 5kg으로, 기존 10kg 박스 중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여기에 숙기가 9월 중하순에 이뤄지다보니 성장촉진제는 사용치 않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지역농가와 기술센터의 의기투합을 통해 만들어진 배가 바로 ‘황금실록’이다.

▲ 황금실록은 소비자 접점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9월 추석을 앞두고 롯데백화점 울산지점에서 홍보행사를 펼치는 한편 태화강 뜰, 울산시청 광장 등에서 매년 직거래 시식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판촉행사 마다 매번 ‘완판’
황금실록은 일단 울산 롯데백화점을 공략했다. 브랜드 인지도가 없다보니 일주일 행사에 따른 임대료 500만 원을 주고 2015년 9월 첫 출시 판촉행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불과 4일 만에 판매하려고 가져온 물량이 동났다. 특히 껍질 째 먹을 수 있는 황금배 특성을 고려해 시식행사를 펼친 것이 주효했다. 깎지 않고 바로 썰어 소비자에게 건내는 것 만으로도 선뜻 지갑이 열렸다.
시식을 접하고 추석 선물을 준비하려 행사장을 다시 찾은 한 고객은 “왜 물건이 벌써 다 떨어졌냐”고 아쉬움을 표하며 행사장 주변에서 기웃거렸다. 이 같은 판촉행사는 울산 전역, 부산 등으로 이어졌고 매번 ‘완판’이라는 훈장을 달게 됐다.

냉정한 평가로 브랜드 관리 심혈
특히 황금실록은 브랜드 부여만 울산기술센터가 관여할 뿐 판매에 대해서는 농가 자율에 맡긴다. 다만 울산기술센터가 나서서 판촉행사를 추진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우수한 품질을 생산한 농가부터 판매토록 한다. 수확시기 무작위로 20개를 선별해 당도와 안전성을 검사하고 순위를 매긴다. 이 과정에서 객관적이고 냉정한 평가를 위해 농가, 기술센터 외에 제3자가 참여한다.

이와 함께 판매 단가에 대한 기준도 연구회를 거쳐 결정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5kg 박스 기준 2만원 이하는 판매할 수 없다. 올해 배 도매가격이 10kg 3만 원 대인 점을 감안하면 그 만큼 품질에 대한 자신이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황금실록을 먹어본 소비자는 저장해 놓은 배가 ‘왜 이렇게 맛있냐’고 되묻기도 한다. 성장촉진제 없이 생산된 만큼 김치 냉장고에서도 그 아삭한 식감이 오랫동안 남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재구매율은 당연 높을 수 밖에 없다.

울산황금배연구회 주우철 회장은 “작고 맛있는 배, 어린 자녀가 껍질 째 먹어도 안전한 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며 “추석명절 대목 시장을 포기하더라도 충분히 익었을 때 수확 출하함으로써 소비자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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