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칼럼
진흙탕 같은 시대에 연꽃 같은 농촌여성의 삶박옥임 순천대 사회복지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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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1.04  10: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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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이용하지도
돈의 위력에 휘둘리지도 않고
참되게 살아가는
순박한 우리 여성농민들이야말로
진흙탕 같은 세상에
연꽃 같은 존재라 해도
절대 과장된 말은 아니다"

   
▲ 박옥임 순천대 사회복지학부 명예교수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을 수없이 듣고 성장해 왔다.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거나 유명인사가 아니더라도 자기 이름만은 더럽히지 않고 올곧게 살아가라는 어른들의 당부 말씀이었다. 요즘 권력과 결탁해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무리들과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위정자들 때문에 온통 나라가 시끄럽다 못해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가장 신성해야할 학문의 전당인 대학마저 원칙을 저버린 교육행정으로 그 명예로운 총장직을 사퇴하기도 했다. 그리고 가장 존엄해야할 국가의 최고기관이 사사로운 사람에게 농락돼 왔다는 보도를 보고 새삼스럽게 그런 가르침이 떠오른다.

그렇다. 일반 서민들은 다들 그러한 자리에 서있지도 않지만 매일매일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것은 남에게 칭찬을 듣지는 못할망정 적어도 자신의 이름이나 집안이 남에게 손가락질은 받지 않아야 한다는 자존감이 밑바탕에 기본으로 자리하고 있기에 가능하다.
젊은 시절 경험담이다. 지역에서 사회적으로 상당한 위치에 있는 사람의 말과 행동이 매우 못마땅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 하면서 경멸했다. 참다 못 해 그 사람의 해악과 부당함을 선친께 토로했다. 그랬더니 “진흙탕에서 연꽃이 피고 시궁창에서 미나리가 큰다”면서 진흙탕 같은 세상에 연꽃 같은 사람이 돼야한다고 말씀하시는 것이 아닌가.

연꽃 같은 사람이라면 얼른 떠오르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들의 어머니이자 이 땅의 여성농민이다. 우리들이 어릴 때는 농업인구가 70%를 차지할 때이므로 우리 어머니들 대다수가 농사를 지었다. 우리세대보다 훨씬 더 어려운 여건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았던 여성농민들이기도 하다. 우리가 이만큼이나마 교육을 받고 세상에 나와 사회활동을 활발하게 할 수 있게 된 가장 큰 디딤돌을 놓아 주신 분들이 바로 여성농민인 어머니들이다.

내 친구 어머니는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자식들을 가르치기 위해 헌신한 여성농민이다. 지금도 가부장제적인 잔재가 여전히 남아있지만, 50년 전인 그때만 해도 남녀차별이 매우 심했던 시절이다. 특히 교육의 대상에서도 아들이 우선이지 딸은 배제됐다. 그 집안에서는 딸자식 가르치다가 아들자식을 교육 못 시키면 어쩔 것이냐고 극구 반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제 강점기에 소학교만 나온 어머니는 “내가 못 배운 것도 서러운데 내 딸마저 그리되면 안 된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다행히 친구는 어머니의 든든한 응원 덕분에 명문여고와 서울의 일류대학을 나와 유학 후 귀국해 대학교수가 됐고, 국가정책연구기관의 수장으로도 크게 기여했다. 이것이 계기가 돼 의식이 깨인 그 집안의 친척들은 물론 그 동네 여성농민들도 영향을 많이 받아 그 마을은 고등교육을 받은 딸들이 상대적으로 많다.

이 여성농민은 비록 학력은 낮아도 교육이야말로 여성이 빈곤의 악순환을 벗어나게 할 뿐더러 권리 찾기에 가장 강력하고 유효한 수단이이라는 점을 먼저 간파한 것이다. 불합리한 여성차별에 먼저 저항했고 시대의 변화를 먼저 알고 실천했던 것이다.

이렇듯 훌륭한 사람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굳이 이름이 널리 알려지는 것도 아니다. 보통사람들보다 먼저 시대를 읽고,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인간답고 자기의 의지를 용기 있게 실천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들은 눈에 잘  띄지도 않고 감춰져서 좀처럼 드러나지도 않는다. 권력을 이용하지도, 돈의 위력에 휘둘리지도 않고 참되게 살아가는 순박한 우리 여성농민들이야말로 진흙탕 같은 세상에 연꽃 같은 존재라 해도 절대 과장된 말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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