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여성신문·한국언론진흥재단 기획특집 - 농업 선진국 일본, 여성농업인의 현주소

한국의 남성과 여성의 평등, 즉 양성평등 순위는 144개국 중 116위에 그쳤다. 특히 남성과의 임금격차가 제자리 걸음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경제포럼(WEF)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처럼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지구촌 전체를 보면 남녀의 경제적 격차는 더 벌어져 이를 좁히려면 무려 170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우리와 가장 가까이 있는 일본은 몇 위일까. 일본 또한 111위에 그쳤다. 아시아 국가 중에는 필리핀이 7위로 가장 높고 인도와 인도네시아, 중국이 각각 87, 88, 99위를 차지했다.
이에 우리나라와 농업 형태가 가장 비슷한 일본의 농정 흐름을 살펴보고 농업인 양성평등의 초석이 될 수 있는 ‘가족경영협약’ 실태에 대해 살펴봤다.

여성농업인, 농림수산업의 ‘한축’

절반이 여성농업인…50·60대, 남성보다 앞서
47%가 경영 방침 결정…환경정비 통한 고도화 추진

일본의 여성농업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전체 농업인 중 절반을 차지한다.
일본도 농림수산업의 한축으로서 여성의 역할이 중요해 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 ‘농림수산성 2016 신규농업 취업자 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총 취업인구 209만 7000명 중 여성 취업 농업인은 100만 9000명으로 48.1%를 차지했다. 이는 1995년 57.3%에서 20년 간 매년 조금씩 줄어든 양상이지만 그래도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농업 취업 인구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50~64세의 계층에서는 여성이 남성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간 농업 종사자는 50대에서 여성의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여성농업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만큼 일본은 여성농업인에 대한 각종 정책적 지원이 이뤄진다. 이에 일본의 전체농정 흐름을 살펴보고 특히 여성농업인을 위한 정책을 짚어봤다.

일본 농정 흐름은
일본의 농정은 식량·농업·농촌 기본계획에 따라 전개된다. 이는 식량·농업·농촌 기본법에 근거해 일본의 중장기적 대책 마련을 위한 것으로, 내부·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구조변화와 대내외 정보 등에 따라 5년 마다 갱신되고 있다. 최근에는 2015년 3월 ‘식량·농업·농촌 정책 심의회’에서 새로운 내용을 포함한 기본 계획이 내각에서 결정됐다.

일본의 농정 추진 방향은 기본적으로 농업과 식품산업의 동반성장을 통한 산업화와 농업의 다면적 기능 유지·발휘를 촉진하는데 있다. 이는 고령화·인구감소 진행, 식량 수급을 둘러싼 환경변화와 글로벌화 진전, 사회구조 등의 변화와 소비자 수요의 다양화 등 식량· 농업·농촌을 둘러싼 정보 변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특히 농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여성농업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정비가 주요 골자로 담겨 있다. 이는 간이 화장실, 샤워장, 사륜오토바이 등의 편의시설 제공을 통해 경영능력을 향상함은 물론 무인 직판소, 포장 및 선별시설 등의 지원으로 일하기 편리한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여성농업정책은
일본의 여성농업인은 지역농업 진흥과 농업경영 발전, 6차 산업화 등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으며 농림수산업의 성장 산업화를 위해 그 능력이 발휘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농림수산성은 이를 위해 여성농업인 활용이 기대되는 경영체를 위한 보조 사업에 대해서는 여성농림어업인의 네트워크 등을 통해 정보 공유와 함께 농업인 여성 그룹이 적극적으로 채택되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에 ‘경영체 육성 지원사업’에 약 299억7000만원을 지원하고, ‘6차산업 지원’ 대책으로 약 240억20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또한 여성농업 경영자 육성과 농업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여성의 비즈니스 발전을 지원하는 ‘차세대 리더 육성 사업’에는 11억 원을 지원한다.

이는 판매 농가의 47%에서 여성농업인이 홍보, 마케팅 등에 대한 경영 방침 결정에 관여하고 있으며 특히 여성의 농업 참여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로 농업 경영에서 여성의 위상이 명확해 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최근에는 ‘그린투어리즘’ 즉 녹색여행이라는 테마를 통해 도시민들이 농촌을 찾는 이가 늘고 있다. 이에 여성농업들은 민박, 향토음식점, 특산품 요리 체험 등을 통해 6차산업에 참여율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다소 안타까운 점은 연간 매출액이 3000만 원의 영세 경영체가 약 50%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여성농업인의 경영 고도화와 안정화가 요구된다.
 

▲ 훗카이도 아부타군 마카리 마을에서 20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고바야시 씨 부부.

가족경영협약 어디까지 왔나…
지역별로 필요성 온도차 커

가족경영협약 20% 안돼…“지갑은 하나”
큰 의미 없다 & 체결시 각종 혜택 부여

문화적 차이…재산 굳이 나눌 필요성 미미
“일본은 결혼을 하면 여성이 남성의 성(姓)을 갖게 됩니다. 문화적 차이일까요. 굳이 농지 등 부동산에 대해 공동 명의를 가질 필요성에 대해 못 느낍니다. 또한 인건비 부분에 대해서도 판매하고 나면 남편 통장으로 수익이 적립됩니다.”

훗카이도 아부타군 마카리 마을에서 20년째 농사를 짓는 고바야시 씨 부부는 가족경영협약에 대해 생소한 듯 고개를 저었다. 이들 부부는 ‘지갑은 하나’라는 생각이다. 특히 남편이 도쿄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가 귀농을 한 부부이기에 보다 양성평등에 대한 관심이 클 것라 믿었지만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이들 부부는 10ha의 농장에서 주로 백합 알뿌리를 재배하고 있다. 평균 연매출은 3억~4억 원으로 이중 생산 경비로 70% 정도 지출한다고 밝혔다. 이들 부부의 영농 활동도 한국과 큰 차이는 없다. 트랙터 등 기계로 하는 작업은 남성의 몫이고 여성은 주로 선별, 포장 등 수작업이 필요한 분야에 집중적으로 농사일을 하고 있다.

또한 17년 전 훗카이도 시리베시로 귀농해 니세코 마을에서 농사를 짓는 다나유미꼬 역시 남편과 재산을 나누거나 인건비를 균등하게 분할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저는 주로 미치노에키(농산물 직매장)에 직접 수확한 농산물을 판매해서 소득을 올리고 최근에는 가공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남편과 같이하고 있는데 왜 통장을 따로 관리해야 하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네요.”

일본 훗카이도에서 가족경영협약은 사실상 큰 의미를 찾기 어렵다. 다만 본토인 혼슈 그리고 큐슈는 가족경영협약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훗카이도 대학교에서 박사 과정 중인 한국인 대학원생은 “훗카이도와 오키나와 등은 일본이지만 원주민의 생활과 문화가 아직 만연돼 있어 가족경영협약에 대해 큰 의미를 찾기 어렵다”며 “혼슈 등은 농업인일지라도 남녀 간의 계산이 보다 정확하다”고 밝혔다.

2020년 7만 건 목표...경영방침, 보수·수익분배 등 담아
일본의 가족경영협약 체결 농가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농가 수에서 차지하는 협정 체결 농가 비율은 2015년 현재 약 19%이다. 실제 ‘농림수산성 2015년 농업센서스’ 자료에 따르면 현재 계약 건수는 총 5만 5435건으로 오는 2020년 7만 건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농장 경영과 농촌 생활의 균형을 배려한 근로방식을 추진하면서 지속적인 협정 체결의 중요성을 농가에 주지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와의 가장 큰 차이는 경영방침이나 가족 개개인의 역할, 취업조건, 취업환경 등에 대해 가족 간의 대화를 통해 제3자의 입회 아래 경영방침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결정하는 협의 내용은 복수 응답으로 경영방침이 76.7%, 노동보수와 수익 분배 75%, 작업·부기 기록 등 역할 부담이 69.9%, 노동시간·휴일이 66.9%를 차지하며 가사·보육 등 생활 분담 38.3%, 경영이양 34.1% 등을 협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가족경영협약을 체결하는 농가에는 제도상의 이점이 수반된다.
부부가 함께 농업을 시작할 시, 가족경영협약과 경영자원의 공유 등에 의한 공동 경영자임이 명확하면 청년 취업 영농 교부금 1.5명 분이 지급된다.
또 가족경영협약을 체결하고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배우자와 후계자에 대해서는 농민연금에 있어 기본이 되는 보험료, 즉 20만원 중 일정 비율을 국가에서 지원하고 있다. 더불어 가족경영협약을 체결하면 부부가 공동으로 영농주로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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