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농업 - 일본 지산지소(地産地消) 농산물판매장

▲ 일본 북해도 남쪽에 위치한 니세코의 미치노에키인 니세코 뷰플라자 전경.

안전·안심·정직한 가격의 농산물, 일본 휴게소를 변화시키다

일본의 식량기지라 불리우는 일본 최북단에 위치한 북해도(홋카이도)를 찾았다. 북해도 농업은 다른 일본의 농업 지역과 비교해 농가 단위당 재배면적이 넓은 게 특징이다. 또한 청정 지역 북해도 농산물은 평판이 좋아 가격 경쟁 면에서도 다른 지역 농산물 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특히 북해도의 남쪽 지역은 여러 가지 작물재배가 용이한 환경으로 감자를 주작목으로 팥, 비트, 당근 등의 주산지다.
하지만 일본 역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농촌의 고령화가 심각해 70대 이상의 농업인이 농사를 감당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안으로 일본 정부는 농업의 융복합화와 농업법인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농산물의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엄격한 안전검사 규정을 마련해 친환경농업을 추구하며 농업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한편으로 우리나라 신토불이에 해당하는 지산지소 농산물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일본 지산지소의 대명사로 통하는 미치노에키를 방문했다.

일본 주부들은 장보러 휴게소 찾아
미치노에키 성공요인은 소비자·생산자 ‘신뢰’

미치노에키는 일본어로 ‘길의 역’이란 뜻이다. 일본 국도변의 휴게소를 말한다. 이곳은 우리나라 휴게소와는 달리 지역의 농업인이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하는 지역의 로컬푸드 농산물직매장이 휴게소의 중심이 되고 있다. 지역특산물 판매장이 고속도로 휴게소 한쪽 구석에 있는 우리나라와 비교되는 모습이다. 일본 전역에는 이런 미치노에키가 1100여 개가 운영되고 있다. 이곳은 농산물직매장과 관광안내소의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다. 이곳 농산물직매장에서 미처 팔지 못한 농산물을 가공해서 파는 음식점과 매점도 갖추고 있다.

▲ 일본 전지역으로의 배송도 가능하다.

일본 북해도 남쪽에 위치한 니세코 지역 미치노에키인 니세코 뷰플라자를 방문한 것은 오전 10시가 채 안된 시간이었지만 매장 안은 이미 많은 손님들로 붐볐다. 역시 농산물직매장 안에 사람들이 많았다. 이중에는 매장 안에 농작물을 진열하러 온 농업인도 간혹 보였다.
니세코 뷰플라자의 현황에 대해 매니저 카도우 씨는 “농산물직매장에는 60여 농가가 참여하고 있고 연간 매출 3억엔(약 33억 원) 규모며 매장 진열은 생산자가 직접 한다”고 설명했다.
주요 판매 농산물로는 봄에는 아스파라거스, 여름에는 멜론 등의 과일, 가을엔 감자. 그리고 겨울엔 생산되는 농산물이 없어 농산물 직매장은 쌀과 잡곡 위주로 구성된다고 카도우 씨는 덧붙였다.
이곳의 특징 중 하나는  일본 전역으로 배송이 가능한 점이다.

▲ 니세코 농산물직매장에는 오전에도 손님들로 붐볐다.

휴게소에서 장 보는 소비자들은 누구?

▲ 각종 농산물 가공품은 특색있는 디자인과 포장기술이 발달된 모습이다.

이곳서 장바구니를 각종 채소로 가득 채우고 있는 일본인 부부를 만났다. 이곳서 2시간 거리인 삿뽀로에서 살지만 미치노에키 근처를 지날 때면 꼭 들러서 장을 본단다. “채소가 신선하고 가격도 저렴하다”는 이유다. 니세코의 인구는 5천 명에 불과하지만 유명 관광지고 숙박업소가 많아 채소 등 농산물의 소비량이 많다.
미치노에키는 농산물직매장을 중앙으로 왼쪽에는 관광안내소가 있는 건물이 있다.

이곳에서는 관광안내는 물론 관광객을 위한 지역특산 각종 가공품들이 준비돼 있다. 소포장된 쓰케모노라 불리는 각종 장아찌류, 잼과 전통주 등의 농가공품이다.
이곳을 둘러 본 광주광역시 로컬푸드직매장에 생산자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 나성신 부회장은 “우리나라와 달리 냉장시설을 볼 수 없는 것과 농업인이 직접 자신만의 매대를 꾸밀 수 있는 것이 새롭다”고 말했다. 진공포장 등 포장의 기술발달로 가공품의 종류가 많은 것은 부러운 점이었다.

▲ 농산물직매장에 진열된 쌀은 같은 쌀이라도 품종에 따라 가격 차이가 많이 났다.

미치노에키는 1993년부터 활성화 됐고, 단순히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만 판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식자재를 이용한 각종 음식을 비롯해 가공상품까지 판매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미치노에키 농산물직매장은 기존의 휴게소에서 특산품 매장 형태로 출발했다가, 점점 안전·안심 먹을거리를 찾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 농산물 판매대가 확대 설치되고 아예 휴게소의 주인공이 되었다. 농가가 많은 교외 지역일수록 대규모 시설이 들어선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로컬푸드직매장이 도농복합 지역에서 활성화 되고 있는 것과 달리 농촌관광지에서의 로컬푸드직매장의 성공 가능성도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었다. 

■현장인터뷰 - 일본 여성농업인 다나유미꼬 씨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승부”

귀농한지 17년 째인 일본 여성농업인 다나유미꼬 씨를 만났다. 니세코 인근에서 거주하며 철따라 딸기, 감자, 호박, 당근 등을 재배해 직접 미치노에키에서 판매한다.
그 역시 “농사는 여름에는 해충과의 싸움이고, 겨울에는 눈과의 전쟁을 치르며 매일매일이 힘들다”며 농사의 어려움을 토로 하지만 미치노에키가 농산물 유통의 근간이 돼 판로 걱정이 없다.
인터넷 판매를 병행하고 있는 그는 미치노에키에 진열한 농산물이 남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는데 “사실은 수요보다 생산하는 농산물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들려준다.

비결은 다름 아닌 다품종 소량생산이다. 특히 미치노에키의 농산물은 일반 마트의 농산물이 3~4일 간의 유통 시간을 거친 것에 비해 ‘아침에 수확해 바로 진열하는 신선함이 매력’이어서 인기가 좋단다.
농사 지으면 느끼는 보람 역시 한국의 농부들과 별반 다르지 않아서 소비자에게서 “정말 맛있다”고 칭찬을 들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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