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공사 주요업무 도매법인에게 하달…법적 공방도 우려

가락시장 도매법인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이하 서울시공사)가 제시한 20개 항목의 재지정( 2017~2021년) 조건에 대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시공사는 최근 가락시장과 강서시장 도매법인들에게 법인 지정 신청에 필요한 서류 제출을 요구한 상태로 도매법인으로부터 의견 수렴 중에 있다. 이는 오는 12월 31일자로 이들 도매법인의 지정기간이 만료된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가락시장 도매법인은 서울시공사가 제시한 지정 조건 내용이 법률상 위배되거나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서울시공사 본연의 업무를 도매법인에게 계획·수립하게 끔 지시하는 등 과도한 의무와 목표치까지 부여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평가한 후, 차기년도 재지정에서 점수가 미달되면 제외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지정조건은 서울시공사가 그 동안 행정력의 한계를 보인 부분까지 도매법인에게 하달하고 있고 농안법, 조례 등의 개정이 요구되는 사항을 지정 조건에 담아 도매법인들은 법무법인을 통한 법률 자문을 받고 있다. 이에 향후 법적 문제로 이어질 우려까지 안고 있다.

공사 본연의 업무 도매법인에게 ‘이관’
지정조건에는 물류개선과 시장질서 유지 등을 도매법인에게 강제하는 항목이 담겨 있다. 서울시공사의 주요업무는 도매시장 거래 질서 확립, 시설 개선 유지 관리 그리고 상품규격화, 포장 개선 등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계획을 도매법인이 수립해 서울시공사의 승인 이후, 이행하라는 것이다.
실제 3번째 항목에는 농산물 물류개선과 표준화 사업에 대해 연도별 자체 추진 계획서를 서울시공사와 협의해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12번째에는 개설자의 도소매분리 계획에 맞춰 이를 이행 할 것을, 13번째 항목에는 무허가 영업자, 즉 노점상 정비 수립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도매법인 관계자는 “행정 처분과 행정명령권도 없을뿐더러 관리, 감독 권한도 없는 도매법인에게 도소매분리 이행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행정”이라며 “특히 노점상 정비는 가락시장 설립부터 해결치 못하는 해묵은 숙제인데 이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이다”고 밝혔다. 또 다른 법인은 “하역 기계화와 포장화는 산지의 기반 조성이 우선”이라며 “올해 수박 팔레트 포장화를 통한 물류 개선을 추진했지만 막대한 비용 부담만 떠안았을 뿐 현실성 있고 효율적인 성과를 내기에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밖에 화재 예방, 청소 환경 개선 등에 대한 계획 수립, 농산물 안전성 검사 협조 등은 관리감독 기관인 서울시공사의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개설자의 요구에 성실히 준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재지정 조건 ‘연도별 평가’…개설자 평가 부활?

주식회사 정관 승인까지 강요…회의적 전망

현실 불가능한 목표치 부여
재지정 조건에는 현실 불가능한 목표치를 도매법인에게 부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연도별로 평가해 70점 미만이 2회 이상일 경우 재지정에서 제외한다고 명시돼 있다.
대표적인 항목은 18번째로 도매법인은 개설자가 지정한 품목에 대해 연도별 하차거래 목표율을 달성하라는 것이다. 배추, 양배추, 무, 총각무, 양파, 대파, 쪽파 등 7개 품목을 2019년까지 100% 하차 거래를 시달하고 있다.

이에 도매법인 관계자는 “제주월동무 한 품목만 보더라도 10년 동안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데 무, 배추 등 전국에서 출하되는 물량을 100% 하차 거래하라는 조건은 도매법인의 능력으로 불가항력적인 사항”이라며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 산지 등의 협조가 선행되고 재원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토로했다.
특히 다른 도매법인 관계자는 “일부 항목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개설자가 이행 평가를 통해 점수를 산정 한 뒤, 차기년도 지정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조항은 개설자 평가의 부활로 밖에 볼수 없다”며 도매법인 평가가 중앙정부로 이관된 현 상황을 직시할 것을 주장했다.

지배주주변경, 무효 판결에도 불구 ‘또 다시’ 제시
일부 내용은 법률상 위배되거나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특히 지정조건 5번째 항목은 도매법인이 주식을 양도하는 경우 이사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규정과 지배주주의 변경을 가져 오는 주식양도가 있을 경우 이사회의 승인에 앞서 개설자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이 지정조건은 주식회사의 최고 의사결정 이사회의 승인 사항을 개설자인 서울시에 사전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풀이된다. 이에  과연 도매법인 이사회가 정관을 수정하겠느냐는 회의적인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이 지정조건은 2015년 12월 이미 서울시공사가 동부팜청과의 칸서스 지배구조 승인 변경 과정에서 서울시의 사전 승인 없이 지배주주를 변경했다며 낸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무효 판결을 내렸기 때문에 더욱 문제시 되고 있다.

이에 대해 도매법인 측은 “이 조건은 지배주주에 대한 사항으로 도매법인의 지정 조건에 담겨질 내용이 아니다”라며 “법, 조례 등의 개정을 통해 지배주주의 요건 등을 명시하는 절차가 우선돼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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