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으로 읽는 시

‘마음으로 읽는 시’에서 소개하는 시들은 수도권 지하철역 스크린도어에 게시돼 있었거나 지금도 게시된 작품들로, 쉬운 단어와 표현으로 남녀노소 누가 읽어도 좋은 문장들이다. 특히나 농촌여성이 읽었을 때 좋은 시로 선별해 소개한다.

먹지는 못하고
바라만보다가
바라만보며
향기만 맡다
충치처럼 꺼멓게
썩어버리는

그런 첫사랑이
내게도 있었지

가을이 깊어가는 요즈음은 모과가 제철이죠? 모과는 떫고 신 맛이 나서 생으로 먹기는 그렇고 모과차나 모과주를 만들어 마시지요. 서안나 시인의 표현이 절묘합니다. 떫고 시어서 먹기 힘들지만 향이 좋은 모과의 특성을 잘 그렸군요. 사다놓고 잊어버리고 살다보니 그만 썩어버리는 모과...그런데 썩으면서도 향은 오히려 더 진합니다. 모과의 이런 속성에서 시인은 ‘첫사랑’을 떠올립니다. ‘충치처럼 꺼멓게 썩어버리는’ 것이 어찌 첫사랑뿐이겠습니까. 사랑을 하는 분들은 모과처럼 자칫 서로를 바라만보고 향기만 맡으려고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서로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하고 방치하다 보면 그것이 그만 속에서부터 썩는 충치처럼 아프고 힘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모과처럼 울퉁불퉁 못 생긴, 그러나 은은한 향기를 지닌 그런 사람이라면 지금 꼭 잡으셔야 합니다.

<시해설 : 민윤기 시인, 월간 시see와 연간 지하철시집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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