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옥임 순천대 사회복지학부 명예교수

▲ 박옥임 순천대 사회복지학부 명예교수

"농촌 여성노인이
생활에서 터득한 덕목을
사라져가는 농촌의
전통문화의 보존과
전승에 직접 적용시켜보자

다문화가족 여성과
귀농귀촌 도시여성의
애로사항 풀어가는데도
농촌 여성노인의 능력
적극 활용해야"

지난 10월2일은 노인의 날이었다. 노인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정한 뜻은 우리의 미풍양속인 경로효친(敬老孝親)의 의식을 높이고 기리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행하는 노인의 날 행사는 그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일회성으로 지자체장의 인사말이나 노래, 공연 등의 단순한 여흥으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오늘날 경로효친의 대상인 우리 노인들은 대체로 빈곤의 나락에 놓여있다. 우리나라 노인들의 빈곤율은 48.6%으로 OECD국가 중 1위인데, 전체 노인의 절반 정도가 빈곤선 이하에 놓여있다. 남성노인들보다 경제적으로 훨씬 더 취약한 여성노인의 빈곤율은 더 심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게다가 농촌 여성노인의 빈곤상태는 두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경제적인 빈곤도 문제지만 농촌 여성노인들에게 그 보다 더 무서운 것은 그 분들이 존엄한 인간으로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분들은 누가 뭐라 해도 근대 한국의 격동의 역사와 함께 해 온 애환의 어르신들임에 틀림없다. 일제의 혹독한 식민지시대에 태어나서 학교 문턱도 못 가본 채 가부장사회에서 이름도 없이 묵묵히 살아오신 강인한 분들이다.

그리고 6·25 동란의 전쟁터에서도 온 몸을 던져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내신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분들이다. 또한 1960~1970년대의 경제개발시대에 도시로 해외로 돈벌이 나간 남편의 빈자리를 허리띠 졸라매고 자식들을 키워냈던 든든한 기둥이었다. 그 뿐만 아니라 병든 부모님의 약값과 동생들 학비 마련을 위해 도시의 공장이나 산업현장의 일터에서도 오로지 인내심 하나로 강인한 기질을 발휘한 근면한 노동자들이었다. 또한 80~90년대에는 배는 굶지 않았지만 그 나름대로 가족과 이웃을 위해서 쉬지 않고 일해 지역 살리기의 숨은 공로자들이었다. 그런 농촌 여성노인의 땀과 눈물의 역사가 아니고서야 어찌 오늘날 우리들의 생활이 이만큼이라도 가능했을 것인가.

이제 농촌 여성노인을 보는 시각이 달라져야 한다. 단순히 빈곤과 질병과 무위(無爲)라는 단순한 보호의 대상이 아닌 강점관점의 시각에서 봐야 한다. 다시 말하면 농촌 여성노인들을 우리의 귀중한 인적 자원임과 동시에 소중한 보물로 여겨야한다. 고사성어에 ‘노마지지’(老馬之智)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경험이 많은 나이든 사람들의 지혜가 세상의 어려움을 극복한다는 의미다. 농촌 여성노인들이 생애사 측면에서 축적한 삶의 지혜를 몇 가지 들 수 있다. 희생과 헌신, 인내와 강인, 겸손과 포용, 나눔과 협력의 정신이다. 이러한 정신은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도 반드시 지녀야 할 필수적인 덕목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의 농촌이 풀어가야 할 문제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정책적인 굵직한 것은 일단 차치하고 일상에서 주변에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자. 2016년 현재 농촌인구의 35%선이 노인 연령층이고, 그 중 80%가 농촌 여성노인이다. 우선 농촌 여성노인이 생활에서 터득한 덕목을 사라져가는 농촌의 전통문화의 보존과 전승에도 직접 적용시켜보자. 또한 다문화가족 여성들의 지역사회 적응에도 이들의 저력을 발휘하게끔 엮어보자.

귀농·귀촌한 도시여성들이 겪고 있는 애로사항을 풀어가는 데도 이들의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보자. 농촌 여성노인들의 예전의 어려운 삶에 비하면 지금의 고충은 아무 것도 아니다. 모든 문제의 해결은 결국 사람이 풀어가게 돼 있다. 쉬운 것을 해내는 것보다도 힘들고 복잡한 문제를 풀어갈 때 느끼는 성취감과 만족감은 무엇에도 비할 수 없다. 이제부터 농촌 여성노인들의 삶이 보다 행복하고 보다 만족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자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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