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토양비료과 윤순강 연구관

▲ 농촌진흥청 토양비료과 윤순강 연구관

땅을 잘 가꾸려면
지속적인 토양검정으로
농경지 비옥도 점검해
필요한 양분 투입해야

계절의 변화 앞에서 더위의 위세도 수그러들어 논은 황금색으로 물들고 수확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논에서 벼를 수확하고 나면 겨울 동안 비어 있는 논에 작물을 재배하기도 한다. 특히 이모작으로 조사료를 재배하는 것은 부족한 양질의 가축사료를 생산해 풀 사료를 보충하고 농경지 이용도를 높이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어서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하여 필요하다.

작물을 잘 기르기 위해서는 토양에 필요한 양분을 공급해 줘야 한다. 겨울철 논에 이모작으로 조사료를 재배할 때, 토양검정을 해 필요한 만큼의 비료나 퇴비 또는 액비를 넣은 후 조사료를 심으면 다음 해에는 토양비옥도가 좋아져 농사를 잘 지을 수가 있다.
논에서 벼를 수확한 후에 토양검정을 하고 비료, 가축분 퇴비, 액비를 넣은 후 이탈리안라이그라스, 호밀, 청보리를 재배한 결과, 토양에 환원된 그루터기 양은 조사료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그 범위가 3.4~7.7톤/ha에 달했다. 그루터기에 질소 등 다양한 양분이 포함돼 있어 상당량의 유기물과 양분을 토양에 공급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수확기 토양유기물 함량은 벼만 재배한 논에 비해 토양검정 후 필요량의 비료나 퇴비 또는 액비를 주고 조사료를 재배한 후 벼를 심은 경우도 토양유기물 함량이 떨어지지 않았다. 유효인산 함량도 벼만 심은 논과 조사료 재배 후 벼를 심은 논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벼를 재배하고 나서 볏짚을 사료로 사용하기 위해 수거하는 경우에 토양에 유기물 함량이 부족해지지 않을까 걱정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조사료 재배 시 토양검정을 하고 필요한 처방을 한다면 토양비옥도는 큰 걱정 없이 관리할 수 있다. 대신 상당량의 조사료를 수확해 가축 생산에 이용함으로써 축산경쟁력 향상은 물론, 농경지의 이용률을 높일 수 있다.

벼 수확 후 바로 조사료를 재배하기 때문에 노동력이 집중되지만 현재 구축된 여러 가지 조사료 생산시스템을 가동할 경우 충분히 가능하다. 한 가지 신경써야할 부분이 대부분 조사료 작물이 습해에 약하기 때문에 논에 배수로 설치를 잊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파종과 동시에 배수로를 만드는 기계작업을 하면 된다.

전국의 논에서 콤바인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벼 수확이 시작됐다. 미리 논토양 시료를 떠서 토양검정을 신청하고 조사료 파종을 준비할 시기다. 토양검정을 해서 필요량의 비료나 퇴비, 액비를 가을 밑거름과 내년 웃거름으로 나눠주면 토양비옥도를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성공적인 논 조사료 이모작 농사를 지을 수 있다. 땅은 가꿔야 한다. 잘 가꾸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토양검정을 해서 내 농경지의 비옥도 상태를 점검하고 필요한 만큼 양분을 투입해야 한다. 이것이 과학영농의 첫걸음이고 1차 산업의 기초를 튼튼하게 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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