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80)

“우리나라 토양은 양이온교환능력이 낮아서 비료를 조금만 많이 줘도 EC가 올라가고 염류장해가 일어납니다....” “????....”
강의를 처음 시작한 2000년대 초반, 처음 영농인들 앞에서 이렇게 대학에서 강의하듯 하자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 했다. 나는 앞이 캄캄했다.

대학강의에서 이 정도도 이해 못하면 학점을 받을 생각을 아예 접어야 한다. 성균관대, 중앙대, 서울대 등에서 토양학을 모두 22학기 강의할 때 학생들이 쫓아오건 말건 교재에 충실하면 되었다. 못 쫓아오는 제자는 손해다.
그런 내가 영농인 강의를 하게 되자 난감하기 이를 데 없었다. 대학에서 하던 식으로는 허나마나 들으나마나 한 강의가 된다. 용어부터 설명해 나가자니 시간과 노력은 둘째고 아예 강의가 꼬였다.

‘양이온교환용량’만 해도 그렇다. 흙은 자체가 음이온(-) 덩어리라 양이온(+)성분, 즉 비료(양분)를 붙잡아 둘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흙은 음이온이 적어서 양이온인 비료를 많이 저장할 수 없다. 따라서 조금만 더 줘도 비료(염류)가 흙속에 들어가지 못하고 밖으로 맴돈다. 뿌리를 공격해 죽게 하는 소위 ‘염류장해’가 잘 일어나는 이유다. “아. 어떻게 해야 영농인이 쉽게 이해하고 잘 잊지 않아서 농사에 써먹을 수 있을까. 가능한 한 알기 쉽게 설명해야겠군.”

쉽게 강의한다는 것이 쉬운 일인가? 나는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리고 이렇게 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흙은 과부촌이 작아서 비료를 조금만 많이 줘도 ‘노숙자’가 생깁니다. 그러면 전기전도도가 올라가고 염류장해가 일어납니다. 노숙자에게 필요한 것은 ‘국민주택’인데, 우리는 그 국민주택을 ‘녹비’라고 합니다.”

이렇게 설명하면 “아, 그렇군요.”하며 쉽게 이해했다. 대학에서 보다 영농인에게 강의하는 것이 훨씬 어려운 이유는 쉬운 말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고쳐서 설명한다.
흙을 ‘과부촌’, 산성화의 주범인 수소이온(H+)을 ‘깡패’, 깡패를 물리치는 석회를 ‘폴리스’(경찰), 염류장해를 일으키는 과잉비료를 ‘노숙자’. 노숙자를 비료로 전환시키는 녹비를 ‘국민주택’, 가스로 작물을 죽이는 미숙퇴비를 ‘망나니’, 작물에게 천사 같은 완숙퇴비를 ‘천사’라고 별명을 붙여 강의를 시작했다. “그래도 어렵다고요? 그럼 일단 한 번 와서 들어보시라니깐요. 제가 하는 흙과 비료 강의가 지구상에서 하고 있는 제일 쉬운 강의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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