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은 덥고 춥지도 않은 절기에 햅쌀로 밥을 짓고 햇곡식으로 송편을 만들고, 햇과일로 차례를 지내는 우리에게는 즐거운 축제다. 어린 시절 추석명절에 근심걱정 없이 맛있는 음식 실컷 먹고 추석빔으로 새 옷도 입을 수 있어 설보다 더 즐거웠었다.

올해 추석은 지난 9월15일이었지만 10일 주말 벌초를 시작, 15일 차례 뒤 18일 주말까지 장장 9일 연휴를 가진 사람이 많았다.
조상을 추모하는 차례와 가족친척이 함께하는 추석준비는 주부에게 비상이다. 이에 이번 추석연휴에는 가족 모두 다 함께 해외여행 또는 국내 펜션 나들이를 하는 가정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금년 추석에 인천공항 출입자가 90여만 명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에 전통차례상과 명절음식 업체에 주문해 나들이 장소에서 배송받아 차례를 지내는 진풍경이 속출하고 있다. 이러한 차례음식 배송업체는 작년보다 51%, 올해 설보다 133% 증가했다고 한다. 이들 업체는 송편, 갈비찜, 나물무침 등을 냉동처리해 외국 호텔과 펜션 문 앞까지 배달 서비스하는 체제다.

이런 상황을 보고 “돌아가신 조상들이 차례상 찾아 드시려면 내비게이션이 있어야 되지 않을까?”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돈다.
조상 추모를 빌미로 추석·설날 이틀만이라도 어른을 뵙고 형제, 사촌과 친척 만나는 명절이 실종될까 우려스럽다. 차례음식을 장만해 조상 추모 뒤 서로 격려와 덕담을 나누는 미풍양속이 지켜지면 좋으련만…. 그 의례(儀禮)가 사라질 상황에 어떻게 할지 곰곰이 생각해야 된다. 정부와 유림(儒林) 등 사회각계가 머리를 맞대 시대에 맞는 명절세습을 검토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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