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쌀값 대란, 특단책을 강구하라

‘풍요속의 빈곤’…농업계, 정부정책 비난 목소리 높아
  농업진흥지역 조정…전농 “부동산 투기만 조장”

쌀값 폭락 등 쌀 수급 불안정으로 농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가을철 쌀 수확기를 맞아 쌀값 하락이 불을 보듯 뻔하게 되자, 농업계에서는 정부 정책을 비난하며 특단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야말로 쌀 생산자들은 올해도 ‘풍요속의 빈곤’을 맞이 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실제 지난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산지 쌀값은 80kg당 13만5544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5.1% 하락했다. 추석을 앞둔 지난 5일 발표한 80kg 기준 산지 쌀값 13만 7152원보다 더 하락한 것이다. 전남 일부 지역의 40kg 조생종 벼 산지가격이 3만5000원까지 떨어진 상태에서 본격적으로 일반벼 수확이 시작되면, 이미 시장에 풀린 조생종과 전년 분 구곡이 겹쳐 쌀값 폭락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정부는 2016년 수확기 쌀 수급 안정 대책을 밝혔다. 공공비축미 매입과 TRQ 수입쌀 관리로 시장 안정을 유도하는 한편 RPC 등 민간의 벼 매입능력 확충 등의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쌀값 하락 시에도 고정·변동직불금을 통해 목표가격인 80kg 18만8000원의 일정 수준을 보상할 예정이다. 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1일 열린 고위 당정청회의 결과를 반영해 초과 공급 물량 처리, 소비 확대, 농업진흥지역 조정 등을 포함한 수확기 대책을 10월 중순 중 마련할 계획이다.

그러나 농업계와 정치권에서는 정부를 미덥지 않게 바라보고 있다. 이에 신곡 수요량 초과분을 시장에서 격리시키는 등 특단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쌀 수급 대책 방안에 대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 농민단체 초과분 격리, 대북지원 등 특단책 촉구
농민단체도 쌀값 폭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은 쌀 수급 안정을 위한 2016년산 신곡 수요량 초과분 전체 시장격리 등 특단책을 조속히 도입·실시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농연은 지난 20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와 농협 어느 누구도 실효성 있는 쌀 가격·수급안정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가운데, 쌀값과 수급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 채 귀중한 시간만 흐르고 있다”며 이제라도 정부는 결자해지의 자세로 나서야 한다고 피력했다.

특히 한농연은 “논에 사료작물·녹비작물의 생산을 장려하기 위한 생산조정제를 조속히 도입함으로써, 동일 면적의 벼 재배시 조수입(생산비)을 보장하고 사료용을 포함한 전체 곡물자급률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북측의 수해 복구를 위해 무조건적 쌀을 지원해야 한다’며 대북지원을 통한 쌀 수급안정에 힘을 실었다.

전농은 “북한은 이번 수해로 이미 UN에 구호를 요청했고 국제적십자사와 WFP(세계식량계획) 또한 긴급 구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감당하기 힘든 자연재해로 고통 받고 있는 북측 동포를 돕는 것은 피를 나눈 민족으로서 당연한 인륜”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농 관계자는 “남측은 쌀 재고관리에 실패해 가축에게 쌀을 사료로 주는 상황에서 같은 민족인 북측에 쌀을 보내는 것은 인지상정”이라며 “모든 것이 쓸려 간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식량”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전농은 정부와 새누리당의 쌀값 폭락 대책이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결과를 낳는다며 농업진흥지역 해제 논의를 중단하고 쌀 대책을 논의하라고 주문했다.
전농은 “농업진흥지역을 해제하면 ‘땅값이 오르고 그러면 농민들이 땅을 팔고, 그 땅위에 건물을 지으면 쌀 생산이 줄어 쌀값이 오른다’는  발상 자체가 천박할 뿐 아니라 농업 생산에 대한 중요성과 철학이 전혀 없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무능한 정책이 초래한 인재(人災)

역대 최악의 폭락 거듭…국민의당, “양정사상 초유의 사태”

# 정치권 질타,“알고서도 방치한 꼴”
쌀값 폭락 등 쌀 수급 불안정에 대해 정치권의 질타도 거세다.
김현권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은 5년 전 공급과잉을 예측한 정부가 알고서도 쌀 대란을 방치한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최근 쌀값 대란은 정부가 5년 전에 이미 예측한 것으로 국가 식량주권과 국민 먹을 권리에 대한 무사안일하고 무능한 정부가 초래한 정책실패이자 인재(人災)라는 것.
2011년 3월 농림수산식품부는 ‘쌀산업발전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앞으로 매년 70만 톤 이상의 밥쌀 공급과잉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70만ha에 밥쌀용 벼를 재배하고 나머지 면적에 식량·가공·특용·사료·경관작물 등 재배, 가공산업발전을 뒷받침하는 한편 식량자급률 제고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 대책을 수립 예측했다.

실제 정부는 당시 ▲쌀 생산비 연계 변동직불금에서 불특정 품목 공익형·소득안정형 직불금 전환 ▲자동시장격리제 시행 ▲쌀자조금제 도입 ▲가공쌀 품종 개발과 가공쌀 전용재배단지 조성 등의 대책을 제시했다.

김 의원은 “정부가 5년 전에 이미 쌀 공급과잉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단기적으로 자동시장격리, 중장기적으로 논의 다양한 이용을 위한 생산조정제와 직불제 개편을 대책으로 내세웠다”며 “그러나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오늘날 쌀 대란으로 불러 일으켜 농민과 농협을 힙겹게 하고, 수천억 원의 비용까지 떠안은 일을 도무지 납득하기 힘들다”고 성토했다.

이에 앞서 박준영 의원(국민의당, 영암·무안·신안) 등은 지난 19일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호남지역 쌀 값 폭락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하며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올해 조생종 신곡 수매가 역대 최악의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2017년 변동직불금 예산만 전년보다 2000억 수준이 늘어난 9777억 원에 이를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또한 쌀 수확기 신곡 가격이 전년 대비 20%이상 급락한 것은 양정사상 초유의 사태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 의원은 지난 13일 농식품부는 쌀값 하락이 지속되고 있으나 올해 벼 재배면적 감소와 9월 기상여건을 지켜보면 급락은 없을 것 같다는 식의 현실감도 없고 무사태평한 보도 자료를 내놓았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국민의당은 우리 쌀 농가와 쌀 산업을 위해 신임 장관에게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예상 수확량 조사 시기 9월 내 완료 ▲공공비축미 매입 시기 앞당기고 확대할 것 ▲농협 RPC 수매 자금 지원 ▲사료화 물량 확대 등을 제안했다.

박준영 의원은 “올해 쌀값이 30년 전인 1985년 수준이며 농민들은 쌀 값 인하에 대해 걱정이 크다”면서 “경제분야는 빈부격차가 크고 정치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쌀 값 문제는 심각한데 정부는 두 손을 놓고 있다”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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