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으로 읽는 시

‘마음으로 읽는 시’에서 소개하는 시들은 수도권 지하철역 스크린도어에 게시돼 있었거나 지금도 게시된 작품들로, 쉬운 단어와 표현으로 남녀노소 누가 읽어도 좋은 문장들이다. 특히나 농촌여성이 읽었을 때 좋은 시로 선별해 소개한다.

무작정
앞만 보고 가지 마라
절벽에 막힌 강물은
뒤로 돌아 전진한다

조급히
서두르지 마라
폭포 속의 격류도
소(沼)에선 쉴 줄을 안다

무심한 강물이 영원에 이른다
텅 빈 마음이 충만에 이른다

가을입니다. 온 나라가 경주 지진 때문에 뒤숭숭합니다. 지진이라면 어느 나라보다도 완벽한 대책을 세워놓았다는 일본에서도 “지진은 예측할 수 없을 때 닥쳐온다”고 할 만큼 예측이 불가능하다니 두려운 자연재해입니다. 좋은 가을날 시 해설을 시작하며 지진 이야기를 끄집어낸 이유는, 그럴수록 진지하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자는 뜻에서입니다.

오세영 시인의「강물」에 해답이 있지 않습니까. 사람들은 너도나도 더 출세하기 위해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앞만 보고’ 달리고 있지요. 그러다가 어느 날 인생의 쓰나미 같은, 예측할 수 없는 지진 같은 위기가 닥치면 얼마나 후회를 하게 될까요. 오세영의 「강물」을 캘리그라피로 쓴 어느 서예가는 말하더군요. “직장 퇴직 직전에 이 시를 보고 쓰게 되었지요. 출세와 돈벌이에 눈멀어 앞뒤 돌아보지 않고 살아왔거든요. 제 삶을 반성하게 하고 뉘우치게 하는 시였습니다.”

<시해설 ; 민윤기 시인, 월간 시see와 연간 지하철시집 편집인>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