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립농업과학원 유전자공학과 농업연구관 서석철

인류는 19세기에 발견된 멘델의 유전법칙을 이용해 교잡육종법으로 획기적인 식량증산을 이룩했지만, 농경생활을 시작한지 약 2만여년이 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상에는 식량부족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이 여전히 존재한다.

교잡육종은 꽃가루와 암술을 통해 유용한 유전자를 원하는 개체에 도입하여 우수한 품종을 육성하는 기술이지만, 일반적으로 종이나 속이 다를 경우 이 방법으로는 목적 유전자를 원하는 개체에 도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반면에 목표 유전자를 원하는 식물체에 비교적 자유롭게 도입이 가능한 GM 작물 개발 기술은 현대 과학발전의 산물일 뿐만 아니라, 인구 증가로 인한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19세기부터 시작된 교잡육종과 감마선 처리 등의 다른 육종방법으로 유전자를 변형시켜 개발된 품종은 GM 작물에 적용되는 안전성 시험을 거치지 않았지만, 우리가 식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만약 19세기에 지금과 같은 GM 작물의 안전성논란이 있었다면, 자연선발 방법에 의한 작물개량 방식 외에 교잡육종을 포함한 여러 가지 방식으로 유전자 변형된 품종은 GM 작물처럼 안전성 시험을 거쳐야만 우리 식탁에 오르지 않았을까 나름대로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십 년 동안 GM 작물을 개발해 오고 있으나, 아직까지 품종화 되어 재배되는 작물은 없다. 그렇지만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GM작물은 식품원료와 가축의 사료로 수입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우리나라에 수입된 GM작물(GMO)의 전체물량이 1,023만 7,000톤에 달했다. 이 중 214만 5,000톤이 식품용으로 수입되었고, 809만 2,000톤이 가축사료나 기타가공용으로 수입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식용 GMO를 따지자면 한국이 단연히 세계1위 수입국이다.”라고 <한국의 GMO재앙을 보고 통곡하다>라는 제목의 책에 언급되어 있다. 이 책에서는 글리포세이트의 해로운 점을 언급하면서 한국의 급증하는 34가지 질병의 원인이 GM작물을 식품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과연 그러할까 하는 의구심으로 조사한 결과, 우선 '식용 GMO 1위 수입국'이라는 주장은 관계 통계를 작성하는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에 따르면 사실이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한국은 GM작물 수입량을 공개하지만 다른 나라는 GMO 관련자료를 얼마나 수입하는지에 대한 국제적 통계가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는다”며 한국이 1위국이라는 것은 잘못된 인용이라 언급했다.

그리고 농약의 잔류독성 문제에 관해서 “GMO 작물에 남아있는 글리포세이트의 잔류독성이 자폐나 갑상선암, 불임 등 한국의 질병과 상관있는데도 조사한적 없다”라고 언급되어 있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재 글리포세이트에 대한 잔류허용기준을 감귤, 쌀 등 8개 농산물에 대해 0.05~5.0mg/kg으로 설정하고 있고, “수입된 농산물은 모두 국내기관에서 관련검사를 하고 있으며 잔류허용치가 넘어가면 수입이 금지된다”라고 명시한다.

이처럼 명확하지 않은 추상적인 사실로 GM 작물을 평가절하하기보다는 노벨상 수상자 108명이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에 GMO 반대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함에 주목해야 한다. 과학자들은 성명서에서 “생명공학으로 개선한 GM 작물과 식량에 대한 세계농업인과 소비자경험을 재평가하고, 지금까지 GMO 소비가 인간이나 동물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례는 한 번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앞서 19세기 멘델의 유전법칙에 의한 교잡육종법등 품종개량이 인류의 식량문제를 해결하는데 크게 기여 하였듯이, 세계 인구가 90억명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2050년에는 현재의 작물 생산량으로 이들을 먹여 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위기에 봉착하기 전에, 우리는 현재의 생산성 한계를 극복하여 미래의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GM작물을 다시 한 번 생각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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