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78)

요즘 같은 늦여름 과수나무들은 뭘 하고 있을까? 우리가 나무가 돼본 적이 없으니 그들이 무슨 일에 골몰하는지 정확히 모른다. 그러나 식물학자들은 알고 있다. 그들은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할까?

처서(8월23일) 전까지는 과실을 키우기에 바빴지만, 이 시기가 지나면 과실을 익히는 한편, 겨울나기 위한 에너지와 내년 봄 잎과 꽃을 피우는데 필요한 양분을 만든다. 처서부터 10월 하순~11월 초순, 된서리로 잎이 타서 떨어질 때까지 도시락을 싼다. 그동안 도시락을 제대로 못 싸면 이듬해 봄 잎이 못 피거나 겨울동안 죽는다. 사람들은 동해(凍害), 또는 한해(寒害)라며 죽은 것을 추위 탓으로 돌린다. 그러나 엄격하게 말하면 굶어죽었다고 봐야 한다.

마치 엄동에 부실하게 먹고 밖으로 나왔을 때 뼛속까지 추위를 느끼는 것 같다. 광합성산물이 넉넉하게 저장되면 세포질의 농도가 꿀물처럼 진해 영하 40도까지도 얼지 않는다.
얼마나 도시락을 잘 싸느냐에 따라 이듬해 소출이 결정된다. 어떻게 하면 도시락을 넉넉히 싸게 만들까? 광합성을 잘하게 하는 것이 비결이다. 즉 늙은 잎은 엽록소를 회춘시켜 준다.
있는 잎을 회춘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요소 0.5%(물 20L에 요소 100g)를 물에 녹여 5~7일 간격으로 4번 이상 뿌려주는 것이다.

한편 질소비료를 적당량 준다. 가을 수확을 하고 “수고 많았다. 고맙다.”는 뜻으로 ‘예비(禮肥, 답례비료)’를 준다. 예비는 과실을 만드는데 소진한 비축양분을 북돋아주며, 잎을 젊게 해서 저장양분으로 꽃과 잎을 잘 피게 한다. 때문에 복숭아는 9월부터, 사과와 배는 그보다 좀 늦게 준다. 일본 복숭아 농가들은 예비로 10아르 당 요소 10kg(질소로 4.6kg)을 준다.

또한 이듬해 봄 3월 ‘산후비료’라 하여 황산암모늄 10아르 당 20kg(질소 4.2kg)을 준다. 꽃을 피우고 나면 지쳐 잎 피기가 힘들기 때문에 산모에게 미역국처럼 준다.
그럼 예비로 유안을, 산후비료로 요소를 주면 안 될까? 안 된다. 가을에는 지온이 높아 균들의 활동이 왕성해 요소→암모늄→아질산→질산태로 빨리 변해 흡수가 잘되지만, 지온이 아직도 낮은 3월에 요소를 주면 질산태가 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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