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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아닌 ‘다문화가정인’FOCUS-농촌지역 다문화여성들의 애환과 소외
신재호 기자  |  shinjaeho8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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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9.02  11:4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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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댁의 간섭과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위해 이민여성들은 인근 거주자들끼리 모여 향수를 달래고는 한다.(사진은 기사안 특정사실과 무관함)

■ 농촌여성신문-한국언론진흥재단 기획특집 : 소외되는 농촌여성의 삶, 함께 나누며 풀어가자
   ⑤ 농촌지역 다문화여성들의 애환과 소외

도시와 농촌의 결혼이민여성, ‘차별적 시각’ 문제

청년기의 남성은 두 부류로 나뉜다. ‘민간인’과 그리고 ‘군인’이다.
여대생들에게 소개팅을 제안할 때, ‘군인’이면 바로 거절당하기 십상이다.
군인은 그래서 늘 외롭다. 제대하는 그날까지.
이러한 현실이 사회의 가려진 한 구석에서도 발생한다. 책을 보다가 한 아이가 말했다. ‘우리들은 한국인이 아니라 다문화가정인’이라고. 부모의 입장에서는 마음에 비수가 꽂히는 말이다. 그 아이는 바로 다문화가정의 아이다. 눈동자에는 공허함이 가득했고, 피부로는 이질감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 한국사회, 1990년대 이후 다문화 가정 확산
1990년대 이후 꾸준히 국제결혼이 이어지면서 한국사회는 다문화가정을 이룬 사회로 접어들었다. 주로 아시아 여성들이 한국인 남성과 결혼해 한국사회에 편입되는 형태로 다문화가정이 형성되고 있다. 다문화가정은 국가, 성, 계급 등의 결합을 포함하는 개념이므로, 다문화가정에 대해 알아보려면 언어와 문화 적응을 포함한 결혼 이주 여성의 한국 사회 적응, 다문화가정 내 부부 관계 그리고 부모자녀 관계의 형성, 다문화가정의 사회 내 적응 등의 문제를 중요하게 살펴봐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여성 결혼 이민자의 증가는 세 단계를 거쳐 확산됐다. 1990년대 초 중국과 수교 이후 조선족 여성들이 대거 유입한 것이 첫 단계이며, 일본과 필리핀, 한족 등 특정 종교의 신도로, 또는 더 나은 삶의 조건을 찾아 한국 남성과 결혼한 것이 두 번째 단계다. 2000년 이후 필리핀,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 여성들이 사설 결혼 중개업체를 통해 대거 입국하고 있는 것이 바로 세 번째 단계다.

   
 

# 결혼 이민자여성인 남성의 5배
여성가족부 ‘다누리’ 다문화가족 통계에 따르면 2015년 1월 현재 대한민국 인구의 약 6%에 달하는 30만 5446명이 결혼 이민자 또는 귀화자이다. 이중 여성은 25만 3791명으로 남성의 5배에 이른다.

국가별로는 한국계 중국인이 9만 8000명으로 가장 많고, 중국 8만, 베트남 5만 8000, 필리핀 1만 7000, 일본 1만3000명 등이다. 그 외에 캄보디아, 몽골, 태국 등이 뒤를 이은다. 이들은 서울 거주자가 7만 4000명 이상으로 특·광역시 거주자 약 12만 4000명을 제외하면 60% 이상의 결혼 이민자는 농촌마을에 거주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즉 소외받고 있는 다문화 가정은 주로 농촌에 거주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주요 도심에서 거주하는 다문화 여성은 전문직 등 직업적인 영향과 결혼을 위해 한국으로 이주해 왔으나 농촌에 거주하는 결혼이민여성은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이들의 국제결혼 동기 중 큰 요인은 바로  본국 가족에 경제적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 남녀 연령차 줄고, 결혼 생활 기간 늘어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2014년부터 다문화가정의 남녀 연령차가 줄고, 이혼하기까지의 평균 결혼 생활 기간이 늘어나는 등 다문화가정이 안정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 조사결과, 2014년 다문화가정의 평균 초혼 나이는 남자 35.2세, 여자 27.8세로 나타났다. 남녀 나이 차이는 7.4세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8년 10.5세 이후 가장 적었다.

남자가 10살 이상 많은 다문화 가정의 비율도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여 지난해 37.5%로 떨어졌다.
다문화 이혼은 3년 연속 줄어 1만 4400여 건을 기록했고, 이혼까지의 평균 결혼 생활 기간은 지난해 6.4년으로, 2013년에 비해 0.6년 늘었다.

그러나 농촌 결혼이민여성은 자녀 양육과 교육, 언어와 문화적 차이, 사회적 편견,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가슴 한편이 허전할 뿐이다. 이에 농촌지역 다문화 여성들이 느끼는 소외감과 애환을 들어보고 한국생활개선회 회원들이 제시하는 해결 방안을 들어봤다.

   
▲ 행사장, 박람회 등 체험 행사에 참석해도 문화 차이가 심한 이민여성들은 아이에게 제대로 된 도움을 주지 못한다.

사회적 편견과 문화적 차이…시댁과 부부 간 갈등으로

경제적 어려움 스스로 감내…질 높은 자녀 양육 위한 체계 마련 시급

아시아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주의 여성화(feminization of migration)’는 한국 사회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다문화가정은 대부분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의 결혼으로 구성돼 있다.
결혼 이주 여성의 한국 체류 목적은 한국인과 혼인을 통해 한국 사회에 편입, 구성원이 되는 것이다. 또한 한 가정의 아내이자, 2세를 출산해 한국인 남편과 함께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모성의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그래서 이들의 결혼생활은 언어 소통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사회적 편견,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혼란, 육아와 자녀 교육에서 겪는 곤란, 부부 갈등 등의 문제를 겪게 된다.

사회적 편견,“따가운 시선 싫어요~”

# 마을에서 잠시만 안 보여도 우리들은 소문이 금방 납니다. ‘그 집 며느리 도망갔다느니’, ‘결국 돈보고 오더니’ 등 이만 저만 험한 말을 하는 게 아닙니다. 정말 마을 돌아다니기가 싫다니까요.
# 남편, 아이들과 함께 가까운 박람회 등에 놀러가도 저는 별로 도움이 안돼요. 전부 한국 문화에 맞춰 프로그램이 짜여 있고 아이들과 체험에 참석하려 해도 한국 체험객들이 기피하는 게 느껴지다 보니, 먼발치서 바라만 보는 게 마음이 더 편하답니다.

다문화가정이 가장 꺼리는 것은 남들의 시선이다. 사회가 많이 발전했다고 하지만 다문화 여성들을 보는 시각은 여전하다. 또래 아이들끼리의 따돌림은 예전보다 덜하지만 다문화가정을 보는 학부모들의 시선은 아직까지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 얼마 전, 놀이터에서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한국 아이들이 함께 놀고 있었다. ‘저런 애와 놀지마’라며 자신의 자녀를 다문화 자녀로부터 격리시키는 장면을 봤다.

이러한 행동이 지속되니 학생들 사이에서 따돌림이 생긴다. 이같은 다문화가정을 향한 시선을 해결하기 위해선 어른들의 인식을 가장 먼저 바꿔야 한다. 물론 지자체에서 도서관 다문화서비스 지원 사업 등을 통해 한국인과 다문화가정이 함께하는 독서동아리를 양성해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등 다방면에서 노력하고 있지만 적극적인 대안마련이 절실하다. (경기 성남 생활개선회원)

언어 차이,“한국말 더 배우고 싶어요~”

# 애가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갈수록 제가 알려줄 수 있는 게 점차 없어집니다. 시어머니는 ‘애 발음 안 좋아 진다’며 자꾸 말 시키지 말라고 하시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숙제를 도와주지 못할 때 가장 슬프네요.
# 동네 어귀에 앉아 마을 어르신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면 못 알아듣는 말이 간혹 있지요. ‘무슨 뜻이냐’고 여쭤보면 대뜸 ‘너 한국 온 지 몇 년째냐’는 말만 돌아옵니다. 체계적인 언어 교육을 받고 싶습니다.

지자체와 농협 등이 나서 한국어 교육을 추진하고 있지만 단지 일상적인 대화 수준이지 그 이상의 교육은 부족하다. 특히 이주한지 10여 년차 되는 결혼 이민 여성인들에게는 한국어 교육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이에 따라 시어머니 등 시댁 식구들과의 갈등이 잦아질뿐만 아니라 남편, 자식과의 생각 차이도 점차 벌어진다.

따라서 남편이 먼저 아내를 이해해주고 한국어를 배울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가만히 집안일을 하다보면 처음에는 편할 수 있겠지만 아이가 자랄수록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시는 생활개선회원들이 직접 다문화 여성들에게 매주 시간을 내어 한국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관광도시라는 이점을 활용해 호텔 등 숙박시설에서 경제활동을 펼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향후 이민여성인들이 모국어와 한국어를 활용해 경제적인 도움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강원 속초 생활개선회원)

음식 등 문화적 차이,“그런 거 안 먹으면 안 돼?”

# 우리 마을에는 베트남 여성들이 4명 있어요. 저희는 자매보다도 더 친하죠. 그래서 가끔 베트남 음식을 해 먹는데 시부모는 물론 남편까지도 냄새 난다며 손을 젓습니다. 저희도 청국장 싫거든요.
# 정말 시집오고 딱 7년 만에 친정어머니가 왔습니다. 한 보름 계시는 동안 입맛에 맞지 않아 힘들어 하시더라고요. 우리 음식을 준비하려 하니 어찌나 눈치를 주는지. 잘 사는 모습 보이고 싶었는데 서러워서 눈물부터 나더라고요.

비단 음식만이 문화적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다문화가정은 음식으로 인해 시댁과 멀어지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우리가 동남아에 여행가면 향신료로 인해 음식에 손도 못 대는 경우가 있다. 이에 김치와 고추장 등을 싸가지고 가지만 이를 보는 현지인은 한국 관광객을 이상한 시선으로 쳐다본다.

이를 바꿔 생각해 보면 된다. 음식은 그 나라 고유의 문화다. 따라서 서로 음식 문화에 대해 존중할 때, 가정의 정이 더욱 두터운 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 마을에는 결혼 10년 차 베트남 여성이 한국음식을 더 잘 한다. 나이는 32살이다. 그녀는 마을 인근에 식당도 창업했다. 4년 됐는데 제법 찾는 이가 많다. 초창기에는 그녀를 보고 ‘직접 음식하냐”’며 가버린 손님도 많았다고 한다.

문화적 차이에서 가장 이질감을 쉽게 그리고 아프게 느끼는 부문이 음식인 만큼 한 달에 한 번 이주여성농업인, 아니 엄마 나라의 음식을 맛보게 해주는 날을 가지며 문화적 이질감을 해소해 보는 방안을 권유해 본다. (생활개선회 충북 옥천 회원)

경제적 어려움, “알바 뛰어요~”

# 농번기 때는 그나마 덜하지만 농한기 때는 시부모, 남편과의 갈등이 더 심해요. 그래서 겨울에는 아르바이트를 해요. 중국집에서 서빙도 보고 인근 국도변 휴게소에서 물건도 팔고요. 돈 달라고 하면 왠지 더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거든요.
# 솔직히 한국이 베트남보다는 잘 살잖아요. 그런데 신랑이 생활비도 안줘요. 애들 키우고 친정 엄마 조금이라도 보태려면 알바 해야죠.

전통적으로 남편 중심적인 생활 문화를 가지고 있는 한국은 가족 내 문화 충돌이 발생한다. 특히 도시와 달리 농촌은 더욱 심한 편이다. 이민여성들은 대부분 가정주부로 지내거나 남편과 함께 농사일을 한다. 한국사회에 참여할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주위의 다른 사람과 어울리거나 사회활동을 하지 못한 채 주로 남편이나 시집 식구와 지내기 때문에 이들의 고충은 더 심하다.

특히 결혼 이주여성의 출신 국가가 한국 사회보다 경제적 수준이 낮을 경우, 이에 대한 편견으로 상처를 받기도 한다. 또한 이들의 국제결혼 동기 중 큰 요인이 본국 가족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은 것도 있다. 그러나 기대했던 것과 달리 한국에서의 가정 내 경제 수준은 낮은 편이다. 이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민여성들이 많다.

겨울철 인근 농산물 가공공장 또는 식당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따라서 이들이 보다 전문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가령 농사일이라도 아직 젊기 때문에 학습능력과 습득력이 뛰어난 만큼 기술력을 겸비한 여성농업인으로 성장시켜 나가는 방안이 모색되길 바란다. (경기 강화 생활개선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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