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여성신문-농촌진흥청 공동기획 발효식품 신기술, 현장에서 꽃피운다

▲ 신탄진주조 유석헌 본부장(사진 왼쪽)과 어머니 노점옥 씨.

⑫ 거품막걸리 제조 - 농업회사법인 신탄진주조(주)

농진청으로부터 ‘거품막걸리’ 제조기술 이전받아
유씨종가 가양주 빚던 솜씨로 거품막걸리 생산
신세대 여성 고객 겨냥…가볍고 상큼함으로 승부

한 때 전통주 붐이 일면서 전국적으로 막걸리 유행이 일었던 적이 있다. 대형 양조업체는 물론 지방의 중소 양조장들도 너도나도 막걸리 생산에 열을 올렸다. 밤, 잣, 인삼 등 지역특산물을 첨가한 색다른 막걸리도 애주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일본 등 해외로의 수출도 활기를 띠었다. 그야말로 ‘막걸리 광풍’이었다. 그러던 것이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거품이 빠지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거품으로 막걸리 시장에 새롭게 뛰어들어 젊은 소비자를 공략하려는 업체가 있다. 대전에 공장을 둔 농업회사법인 신탄진주조(주)가 바로 그곳이다.

종갓집 며느리의 솜씨에서 시작
신탄진주조(대표 유황철)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82년 신탄진으로 시집 온 유씨종가 셋째 며느리인 노점옥 씨(유황철 대표의 아내)는 가문에 내려오는 가양주 제조기술을 이어받아 약주를 빚어왔다. 멥쌀과 찹쌀, 누룩으로 빚은 유씨종가의 약주는 그 맛이 깔끔해 이미 정평이 나있던 터였다.

“종가집이라 대가족이었고, 행사가 많다보니 손님도 끊일 날이 없었죠. 그때마다 시어머님과 큰형님은 집에서 빚은 술로 손님들을 대접하셨어요. 백일이 넘어 걸러내는 정성 깃든 술이라 항상 미리 준비하시느라 바쁘셨고, 저도 옆에서 술 빚는 일을 도왔어요. 농사일을 하는 사람 반, 술 드시러 오시는 손님이 반일 정도로 유씨종가의 술맛에 반해 한 잔 하러 오시는 분들이 참 많았죠.”
노점옥 씨의 회상이다.

그후 노점옥 씨는 술에 대한 관심이 커져 양조업에 대한 열망을 갖게 됐다. 하지만 가양주 빚던 솜씨만으로는 사업화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농촌진흥청을 통해 체계적인 양조기술을 익혔다. 여성농업인 학습단체인 생활개선회에도 가입해 여러 교육을 배우며 차근차근 양조기술을 습득한 노점옥 씨는 술 빚는 기술에 자신감이 붙었고 남편 유황철 씨는 2001년 지역 탁주회사를 인수해 신탄진주조를 설립했다.

▲ 신탄진주조의 거품막걸리 시제품.

맥주 같은 막걸리로 젊은층 공략
신탄진주조는 설립 2년 만인 2003년에 우리 쌀을 이용한 막걸리(산막 생쌀 막걸리)를 출시했고, 이듬해에는 유씨종가의 가양주를 상품화해 큰 덕을 담은 술이라는 뜻의 ‘대덕주’를 내놓았다. 이후 꾸준히 술품평회와 각종 축제에 참가하며 신탄진주조의 술을 홍보했고, 마침내 2011년 우리술 품평회에서 ‘대덕주’가 우수상을 수상하며 대전을 대표하는 명품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하지만 막걸리시장의 거품이 걷히고 매출이 정체되면서 신탄진주조는 딜레마에 빠졌다. 경쟁업체의 막걸리와의 차별화가 필요했다. 이즈음 농촌진흥청이 ‘거품 막걸리’를 개발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 ‘거품 막걸리’는 맥주처럼 풍성한 거품과 시원한 청량감을 지니고 있어 기존 막걸리에 식상했던 애주가를 공략할 수 있는 술이다.

이 기술을 개발한 농진청 발효식품과 정석태 연구관은 “전통발효기술에 과학적 기법을 접목해 막걸리 고유의 맛과 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맥주처럼 하얀 거품이 일어나는 차별화된 막걸리”라고 말한다. 실제 거품 막걸리는 맥주처럼 1~3㎝ 높이의 거품이 일어나고, 거품 유지시간도 2~3분 정도로 맥주보다 훨씬 길다. 이 거품은 막걸리 고유의 향을 유지시켜주고 부드러워 마실 때 목 넘김을 좋게 한다.

유황철 대표의 큰 아들인 유석헌 본부장은 이러한 점에 매력을 느꼈다. 젊은 여성 애주가들에게 통할 아이템이었던 것이다.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 꾸준히 거품 막걸리와 탄산막걸리에 대한 요구가 있었어요. 기존의 막걸리로는 차별화가 안 되기 때문이죠. 그러던 차에 농촌진흥청이 ‘거품 막걸리’를 개발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이거다 싶었죠.”

2015년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을 통해 거품 막걸리 제조기술 이전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4월 기술을 이전받았다. 농진청에 자주 들러 정석태 연구관으로부터 꼼꼼하게 거품 막걸리 제조기술도 습득했다. 그리고 마침내 몇 달 만에 거품 막걸리 시제품이 나왔고, 이르면 오는 10월경부터 시판될 예정이다.

국내최초로 시판 ‘거품 막걸리’
‘좋은 약재가 좋은 약을 만들듯이 좋은 원료와 좋은 물이 좋은 전통주를 만든다’는 슬로건으로 직접 농사지은 쌀과 지장수를 사용해 조금 더 건강하고 조금 더 특별한 제품 생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신탄진주조는 지난해 정부로부터 6차산업 인증업체로 지정받았다. 이제는 단순히 좋은 술 생산에만 머물지 않고 소비자가 직접 체험하며 3대가 어울릴 수 있는 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농진청이 개발한 이 거품 막걸리 제조기술은 몇몇 양조업체에 기술이 이전됐지만, 제품으로 만들어져 출시되는 건 신탄진주조의 ‘거품 막걸리’가 처음이다. 그래서 업체는 물론 이 기술을 개발한 농촌진흥청에서 거는 기대가 자못 크다.

아직 생소한 이 ‘거품 막걸리’의 성공은 소비자 홍보와 인식 확산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유황철 대표. 현재 거품 막걸리의 프랜차이즈점 대량 납품을 준비하고 있으며, 국내외 프리미엄 주류시장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거품 걷힌 막걸리 시장에 ‘거품 막걸리’로 도전장을 낸 신탄진주조의 승부수가 제대로 먹혀 막걸리 붐이 다시 일어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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