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세 농촌진흥청 수확후관리공학과 연구사

▲ 김진세 농촌진흥청 수확후관리공학과 연구사

마트에서 장을 보다보면 느타리버섯이나 콩나물 등과 같이 비닐로 밀봉돼 있는 농산물을 쉽게 볼 수 있다. 단순히 위생 때문만은 아니다. 농산물은 생물이어서 수확한 뒤에도 부패되기 전까지 계속 호흡을 하면서 산소를 소모하고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 천천히 호흡하면 오래 산다는 말이 있듯이, 농산물도 호흡속도를 늦추면 더 오래 저장할 수 있다. 그래서 농산물을 밀봉해서 판매하는 것이다.

이렇게 포장비닐 내부의 공기조성을 변화시켜 호흡속도를 늦추는 포장방법을 ‘기체조성포장(MAP)’이라고 한다. MAP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CA 저장기술과 비슷하게 기체조성으로 저장기간을 늘리는 기술이다. 다른 점은 CA 저장이 저장고 내부의 산소와 이산화탄소 농도를 주기적으로 일정한 값으로 유지해 저장하는 기술이라면, MAP는 농산물의 호흡과 포장필름의 기체투과도를 이용해 포장내부의 기체조성을 유지하는 기술이라는 것이다. CA 저장이 별도의 CA 저장고가 필요한 반면, MAP는 일반 저온저장고에서도 가능하며 잘 이용하면 CA 저장 버금가도록 저장기간을 늘릴 수도 있다.

기존의 MAP는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포장에 주로 사용됐는데, 보통 폴리프로필렌(PP), 저밀도폴리에틸렌(LDPE) 등의 필름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내부에 이슬이 맺혀 농산물이 잘 안 보이더라도 큰 문제없이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종이박스로 포장하는 과일류는 밀봉을 할 경우 내부에 생긴 이슬이 박스를 젖게 만들어 박스가 무너지거나 곰팡이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플라스틱 트레이를 사용하는 경우에 한해 MAP를 적용하고 있다.

수출용 토마토처럼 박스로 포장하지만 현지에서 판매될 때까지 저장기한을 늘릴 필요가 있는 농산물의 경우 일일이 플라스틱 트레이를 사용해 기체조성을 하게 되면 포장비용 증가가 만만치 않다. 따라서 저장기한을 늘리면서 쉽게 포장할 수 있는 팔레트 단위 MAP의 적용이 필요하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최근 이슬은 적게 맺히면서 기체조성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던 중 수분투과도가 높은 폴리아미드(나일론)나 폴리유산 필름 등을 이용하면 필름 내부에 맺히는 이슬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실험결과를 얻었다. 나일론 필름은 수분투과도는 높지만 산소와 이산화탄소 투과도가 낮아서, 농산물을 일정시간 이상 넣어두면 내부의 산소가 거의 0%에 가까워져 혐기호흡에 의해 부패가 진행되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적절한 길이의 튜브를 연결해두면 내부의 산소농도를 혐기호흡이 시작되는 2%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최근 우수 국산농산물의 수출활성화가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팔레트 단위 MAP 기술을 적용한다면, 보다 적은 노동력으로 저장기간을 늘림으로써 그동안 선박수송기간으로 인해 수출하지 못했던 나라에도 우리 농산물을 수출할 수 있고, 기존에 수출하던 곳에는 더 신선한 상태로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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