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여성신문-농촌진흥청 공동기획 발효식품 신기술, 현장에서 꽃피운다

⑪ 잡곡 발효음료·메밀속성장 제조 - 충북 단양 소세골농장

농진청으로부터 잡곡 발효음료 기술
메밀속성장 제조기술 이전 받아 제품생산
매출도 쑥쑥~

“편한 도시생활보다 자녀 건강이 우선이었죠.” 귀농 13년차인 부부는 서울에서 2003년 귀농했던 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얘기했다. 충북 단양군 어상천면 석교리에서 식품가공업을 하는 소세골농장 김환기·권미아씨 부부가 유기농업을 고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농약과 비료를 주지 않고 유용미생물로 땅을 살리고, 이 땅에서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해 소비자들도 함께 건강으로 행복해지는 게 부부의 소망이다. 다양한 작물 재배와 이를 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여가고 있는 부부에게 최근 또 하나의 가공식품이 효자로 떠오르고 있다. 바로 잡곡 발효음료와 메밀속성장이 그것이다.

▲ 귀농 후 유기농법으로 농사지으며, 그 산물로 건강한 가공식품을 만드는 김환기·권미아씨 부부.

귀농 후 유기농 마늘재배로 농사 시작
귀농 후 소세골농장의 첫 재배작물은 마늘이었다. 단양지역이 마늘 주산지이고, 이곳에 마늘5일장이 열려 소비처가 안정적이면서 마늘연구소도 있어 자연스럽게 마늘과 인연을 맺었다. 유용미생물 농법을 꾸준히 실천해 2006년 무농약 인증을 받았고, 2008년에는 유기농 인증도 획득했다. 이렇게 생산한 마늘에 대한 품질은 자신 있었지만, 들쭉날쭉한 마늘값이 문제였다. 소득이 일정하지 않으니 가계운영도 불안했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것이 가공있었다.

마늘을 된장에 접목해 유해균이 없는 맛난 된장을 만들었지만, 된장만으로는 마늘 소비가 미약했다. 다량의 소비를 위해서는 마늘 특성을 살리면서 자극이 없이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가공식품이 필요했다.
“마늘연구소를 자주 드나들며 마늘 가공에 대한 정보와 조언을 구했어요. 그 노력 끝에 개발한 것이 순한 맛의 발효 마늘환이죠.”
이 발효 마늘환은 소세골농장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농진청 기술의 메밀속성장 생산
김환기 씨 부부는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제품 다양화를 통해 새로운 소득원을 찾기 위해 고민하던 중, 농촌진흥청이 추진하는 강소농 지원과제의 대상농가로 선정돼 2013년 별미장 제조 기술을 이전 받았다. 검은콩과 보리를 이용한 대맥장과 콩과 메밀을 이용한 생황장에 대한 기술지도를 받아 이를 새로운 제품으로 개발했다.

이 별미장은 전통장에 비해 발효기간이 매우 짧고 덜 짜기 때문에 여름철 관리가 관건인데, 아니나 다를까. 2014년 생황장을 제조하던 중 온도관리 미숙으로 생황장이 모두 끓어넘쳐 폐기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부터는 저온발효로 방향을 바꿨고, 별미장 프리믹스 제조기술을 도입했다.

메밀속성장 프리믹스는 상품제조까지 약 1개월이면 상품화가 가능하고, 소비자가 직접 집에서 만들어먹거나 체험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현재 이 제품은 소비자 체험용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내년쯤에는 시중에 판매할 계획이다.

잡곡 발효음료로 제품 다양화
제품군이 차곡차곡 쌓여갔지만 부부는 여전히 배가 고팠다.
“생산 제품 다양화와 단양군의 이미지에 부합한 새로운 제품을 물색하던 중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이 수수 등 잡곡을 이용해 음료를 개발했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이 아이템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죠. 2014년 관련기술을 이전받고 국립농업과학원에서 제조실습을 이수한 후 농업기술실용화재단으로부터 농식품분야 기술이전업체 시제품개발 소요자금을 지원받아 지난해 드디어 잡곡 발효음료 제품을 내놨습니다.”

▲ 농촌진흥청의 특허기술을 이전 받아 생산되고 있는 잡곡 발효음료와 메밀속성장

‘유기농발효수수 참’이라는 이름의 잡곡 발효음료는 직접 재배한 유기농 수수에 쌀을 발효해 만들어진다. 주원료인 수수는 철과 인, 무기질, 히스티딘 등 다양한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혈전 생선 억제, 성인병 예방, 소화촉진 등에 효능이 있다.
최근에는 이 수수음료에 직접 재배한 아로니아(블랙초크베리)를 혼합한 ‘아로니아 수수 참’ 제품을 새롭게 출시했고, 아로니아 농축과립까지 개발하는 등 신제품 다양화를 통한 매출 신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잡곡 발효음료 제품이 개발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현재 소세골농장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효자품목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생산된 제품은 주로 직거래를 통해 판매되며, 농협이나 코레일 등을 통해서도 꾸준히 유통되며 연간 1억 원이 넘는 매출고를 올리고 있다.
김씨 부부는 요즘 골치 아픈 일이 생겼다. ‘김영란법’ 때문이다.
“나라에서 그렇게 하라고 하니 힘없는 농민들이 어쩔 수 있습니까. 일부 제품의 경우 선물용이 5만 원이 넘는데, 제품 용기와 포장을 완전히 바꿔야 할 처지입니다. 아직 포장재 제고도 많이 남았는데,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고민입니다. 뭔 대책이라도 세워주고 일을 처리해야 할 것 아닙니까…”

고품질의 건강한 농산물과 가공제품을 생산하는 농업인들이 최근 겪는 고민을 부부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세골농장은 믿는 구석이 있다.
“그래도 소비자들은 건강한 먹거리를 찾을 겁니다. 유기농법으로 농사지은 농산물로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기준에 맞는 설비에서 안전하게 생산한 저희 제품은 소비자들도 인정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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