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으로 읽는 시

‘마음으로 읽는 시’에서 소개하는 시들은 수도권 지하철역 스크린도어에 게시돼 있었거나 지금도 게시된 작품들로, 쉬운 단어와 표현으로 남녀노소 누가 읽어도 좋은 문장들이다. 특히나 농촌여성이 읽었을 때 좋은 시로 선별해 소개한다.

우리가 서로 사랑해야 하는 이유는/ 세상의 강물을 나눠 마시고/ 세상의 채소를 나누어 먹고/ 똑같은 해와 달 아래/ 똑같은 주름을 만들고 산다는 것이라네/ 우리가 서로 사랑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세상의 강가에서 똑같이/ 시간의 돌멩이를 던지며 운다는 것이라네/ 바람에 나뒹굴다가/ 서로 누군지도 모르는/ 나뭇잎이나 쇠똥구리 같은 것으로/ 똑같이 흩어지는 것이라네

생각해 보면 인간이란 존재는 나약하기 짝이 없지요. 그래서 ‘혼자’서는 살 수 없는 모양입니다. 혼자 살 수 없어 누군가와 함께 살고 싶어지는 것인데, ‘누군가와 함께 살고 싶다’는 감정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게 ‘사랑’ 아닐까요? ‘생각을 공유하고 생활을 공유하는 것’ 이것은 사랑을 완성하는 절대가치입니다. 이 시를 읽고 나니까 문득 옆에 있는 누군가를 마음으로부터 껴안고 싶어집니다. 같은 강물, 같은 채소, 같은 해와 달 아래 살며 함께 ‘주름을 만들며’ 늙어간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인은 ‘사랑해야 하는 이유’를 발견합니다. 우리는 모두 서로 누군지도 모르며 쇠똥구리 같은 하찮은 존재로 흩어지는 존재일지라도, 지금 당장 곁에 있는 그 누구를 사랑하면서 가치 있는 삶의 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하는 메시지 같습니다.

<시해설 : 민윤기 시인. 월간 시see와 연간 지하철시집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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