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킹소다로 설거지하고 EM발효액으로 머리 감아

▲ 대형마트에도 베이킹소다 등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어 진열대 앞자리에 진열 하고 있다.

소비자 69.2% “천연재료나 친환경제품 사용하겠다”

한국소비자시민모임이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알고 있는 소비자 49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87%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알고 난 이후 생활화학제품의 안전성을 믿을 수 없게 됐다’고 응답했다. 또 84.8%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알고 난 이후 생활화학용품을 사용하기 꺼려졌다’고 답했다. 또 69.2%는 ‘생활화학제품 대신 천연재료나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겠다’고 답했다.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불안이 어느 정도인지 말해주는 조사결과다.

성남에 사는 주부 양 모씨는 가스렌지를 청소할 때, 기존 주방세제 대신 먹다 남은 소주를 사용한다. 우연히 고깃집에서 소주를 넣은 분무기로 테이블을 닦는 것을 보고 힌트를 얻었다.
특히 숨을 쉰다는 뚝배기 등 그릇을 닦을 때도 반드시 베이킹소다를 사용해 화학제품 찌꺼기가 그릇에 남았을까봐 하는 불안한 마음을 덜고 있다.

한 소비전문 학자에 의하면 “화학 성분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겠지만 부정적 측면이 당장 눈에 보이지 않고, 인체에 들어와 쌓이는 잠재적 유해성에 대한 걱정이 깊어진 것이 노케미족의 증가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노케미(No-chemi)족’은 화학물질(chemicals)이 들어간 제품을 거부하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다. 어떤 화학제품이 위험한지 알 수 없으니 아예 안 쓰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대형마트의 경우 친환경제품의 판매가 부쩍 늘었다. 마트의 진열샹태를 보더라도 잘 팔리는 친환경 제품들을 사람들 눈에 띄는 앞쪽으로 진열해 놓아 인기를 실감하게 하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 쇼핑몰 옥션에 따르면 친환경 세탁 세제와 주방 세제의 최근 한 달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63%, 78% 증가했다. 베이킹소다·구연산의 판매량도 45% 늘어났다. 베이킹소다와 구연산은 화학적으로 만든 세제나 탈취제를 대체할 수 있는 재료로 사용된다.

EM발효액 다시 인기
계면활성제가 들어있는 비누와 샴푸 등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어 EM발효액 강좌도 다시 인기다.
화성에 사는 윤모 씨는 “농협 주부대학에서 배운 EM발효액 강의 노트를 얼마 전  다시 꺼내보며 필요한 재료를 인터넷으로 주문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M(Effective Micro-organisms)은 유용한 미생물이란 뜻이다. EM은 나쁜 균들의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가정에서는 세균 예방, 배수시설 정화부터 시작해 가정 내 청소, 빨래, 세안, 양치 등에 다목적으로 사용된다. 친환경 농작물 재배나 축산농가에서 항생제 대체물질과 악취 제거용으로도 광범위하고 유용하게 쓰인다.

EM은 가까운 주민센터에서 무료로 공급하기도 하며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매가 가능해 쉽게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 농업기술센터에서도 농업과 축산용으로 보급하고 있는 곳이 많다.
화장품의 경우는 직접 피부에 닿는 것이라 더 화학물질에 민감할 수 밖에 없고, 어떤 화학제품이 들었는지 더 꼼꼼히 알아보려는 사람이 많기에 이를 위한 휴대폰 어플도 등장했다. ‘화해앱’(화장품을 해석하다)은 화장품의 제품명을 검색하면 어떤 화학성분을 포함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어플이다. 이 어플은 젊은 여성과 어린 아이를 키우는 주부들에게 인기다.

이렇듯 일상 생활 속에서 친환경제품과 천연제품을 선택해 안전한 소비를 지향하며 화학제품을 피하는 노케미족이 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전체의 환경보호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일로 여겨진다. 하지만 생활화학제품들에 대한 지나친 우려 역시 금물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화학물질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어서 다량으로 사용하면 독성 또는 위해성을 가지고 있지만 적정량을 사용할 때는 인류의 편리를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활화학제품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사용과 신중한 선택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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