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여성신문-농촌진흥청 공동기획 발효식품 신기술, 현장에서 꽃피운다

▲ 충무발효 양승준 대표가 연구실에서 양조용 종균을 들어보이고 있다.

⑩수입 대체 국산 토착 발효종균·종국 제조 - 울산광역시 울주군 (주)충무발효

농진청과 공동으로 토착 발효종균 제조기술 연구
특허기술 이전 받아 우수한 품질의 양조 종균 생산
수입산 일색의 국내 종균시장에서 국산화 앞당길터

36년의 일제 강점기, 우리 전통주는 일본화됐다. 일제 하에서 주세법 개정과 밀주 단속령으로 우리 고유의 가양주와 지방마다 특색있는 누룩 제조법이 사라졌고, 양조용 종균과 양조기술은 일본의 것을 사용해야만 했다. 해방 후, 일본 술(사케) 제조방법에 기초한 주류제조법으로 전통누룩을 대신할 수 있는 양조용 발효제는 순수 분리된 종국(種麴)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때부터 국내에서도 양조용 종국 제조법이 소개돼 약 40여 개의 종국 제조회사가 운영됐다. 그중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며, 지금은 국내 최대의 종국 제조·보급 업체로 자리매김한 (주)충무발효(대표 양승준)는 양조·장류용 종국의 자주독립(?)을 기치로 종국 국산화에 앞장서고 있다.

3대를 이은 발효종균 종가
일본식 기술로 약 30여 년간 종국을 제조해오던 ‘충무 발효화학연구소’(충무발효의 전신·경남 충무 소재)는 1992년 경남 울주군로 이전해 본격적인 종국 제조 전문기업으로 제2의 도약을 시작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만 해도 국내 토착미생물 균주 개발 관련 연구는 천문학적 개발비와 전문연구인력, 장비 등이 투입돼야 가능했기 때문에 개인 기업이 해결하기에는 거의 불가능한 영역이었죠. 하지만 이러한 국내의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토종 발효 미생물이 우리 전통 발효식품 발전의 씨앗이 될 거라는 신념을 갖고 있었죠.”
양승준 대표의 말이다.

충무발효는 주먹구구식으로 소규모 가내 수공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던 종국업계의 관행을 과감히 탈피하고 미생물분야의 전문가와 현대화된 대량생산 설비를 도입해 본격적인 전통 발효미생물 연구개발과 판매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3대에 걸친 종균 제조 노하우와 연구개발 노력으로 나름 업계에서 위치를 탄탄하게 다졌음에도 불구하고 충무발효는 새 도전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가내 수공업 형태의 종국업체들이 위생과 품질관리 등의 문제로 대규모 양조업체와 대기업들에게 외면을 받아 하나둘씩 나가떨어졌다. 이러한 상황이 미생물 발효기술 개발과 현대적인 대량생산시스템을 자체적으로 확보한 충무발효에게는 둘도 없는 도약의 기회였다.

열악한 국내시장…위기는 기회
하지만 우수한 전통 발효식품 생산에 최적화된 토종 미생물을 자체 개발하는 것은 중소업체에게는 까마득한 미래의 숙제, 아니 영원히 손에 잡히지 않을 신기루였다.

▲ 충무발효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양조용 종균제품.

그러나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우연한 기회에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발효식품과 여수환 박사 연구팀과 3년간 토착 종균 제조연구를 함께 수행하게 됐고, 특허를 획득한 이 기술을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을 통해 이전받아 국산 발효종균 대량생산에 성공했다.
기술이전 받은 4종의 특허균주는 순수 국내연구를 통해 발굴한 토착종균으로, 거의 대부분이 일본산으로 술을 만드는 국내 양조업계에 희소식이 아닐 수 없었고, 이 토종종균을 사용한 전통주 제조업체의 관심과 반응도 뜨거웠다.

“생물자원을 활용해 생기는 이익을 공유하기 위한 지침을 담은 국제협약인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되면 외국산 종균을 사용하는 양조업체의 로열티 유출이 연간 3천억~5천억 원으로 추정돼 큰 타격을 입게 될 겁니다. 더욱이 일본과의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현재 국산 종균보다 7~8배 비싼 일본산 종균이 국내시장을 잠식할 것이 자명하죠. 그렇기에 우리의 토착 종균 개발과 보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그 성공가능성을 확신합니다.”
여수환 박사의 우려와 기대가 섞인 말이다.

힘들지만 바른 길을 택하다
이처럼 외국 종균에 점령당한 국내 종균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농촌진흥청 같은 국가기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양승준 대표는 강조한다.
“종래의 시판 종균 제품은 대부분 국적이 불분명하거나 수입산 종균을 사용해 전통주 제조에 사용해 왔어요. 심지어 일부 양조업체는 와인 제조용 수입효모나 수입 빵효모를 사용해 전통(?) 막걸리를 제조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그러나 농촌진흥청이 수년 간 국내 전통누룩 등 발효식품에서 발굴한 토착 발효종균은 순수 국산 균주로서 나고야의정서 등의 조약으로부터 특허권을 지킬 수 있는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발효종균입니다.”

기술이전 받은 토착 발효균주은 알코올 생산량이나 발효 역가, 향미, 풍미 면에서 기존의 시판 발효균주보다 월등히 우수해 고급 전통주 생산과 우리 전통주의 해외수출 확대에 씨앗이 될 것이라고 양 대표는 힘줘 말한다.
현재 충무발효는 연간 150톤 규모의 곰팡이 종균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생산량은 단일 공장으로는 아시아에서 10위 안에 드는 규모다. 생산된 대부분의 발효종균은 서울탁주, 장수막걸리, 부산생탁 등 국내 대규모 탁주제조장과 지역 중소 양조장에 전량 공급되고 있으며 시장 점유율은 약 70%에 육박한다.

“점차 국산 토착 균주 생산량을 늘려 궁극적으로는 100% 토착균주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내 양조업계도 우수한 우리의 토착균주를 이용해 우수한 품질의 전통주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충무발효의 꿈입니다. 농촌진흥청의 연구로 개발된 토착균주를 전국 유통망을 갖고 있는 저희 회사에서 보급해 종균의 ‘대한독립’을 이루도록 충무발효가 그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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