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선 강원도농업기술원 생활자원과

▲ 문명선 강원도농업기술원 생활자원과

요즘 강원도 방방곡곡에서 저녁이 되면 아름다운 노래소리가 울려 퍼진다. 바로 한국생활개선강원도연합회원들이 밭일을 끝내고 모여 합창을 연습하는 곳에서 울리는 감동적인 하모니다. 어떤 이는 일을 하다 미처 저녁도 먹지 못하고, 어떤 이는 땀에 젖은 채 대충 세수하고 머리만 빚고 합창연습에 참석한다.

오는 26일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한국생활개선강원도연합회가 주최하는 ‘제24회 생활개선회 강원도대회’ 한마음 합창제에 참가하기 위해 생활개선회원들은 호미 대신 악보를 들었다.
실적전시, 문화공연, 화합행사, 판매행사 등 도 대회 때마다 반복하던 행사내용에서 벗어나 회원들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 직접 만들어가는 ‘한마음 합창제’가 개최되는 것이다.

합창제 개최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먼저 농촌여성의 하나된 목소리로 2018년 2월 강원도에서 열리는 세계인의 축제인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개최 붐 조성에 생활개선회가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초고령화 사회로 아기 울음소리를 듣기 힘든 농촌에 함께 하는 합창을 통해 활기를 불어넣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생활개선회를 문화와 예술을 즐길 줄 아는 품격 있는 단체로 업그레이드시켜 농촌문화를 선도하는 농촌여성단체로서 입지를 확고히 하자는 것이다. 또한 합창은 건전한 농촌 가정을 육성하고자 하는 생활개선회의 설립이념과도 부합한다.
예로부터 음악 악기의 의미를 갖고 있는 거문고 ‘금(琴)’은 부부간의 정을 나타내는 금슬지락(琴瑟之樂)에 쓰였다. 이는 부부간의 화락뿐 아니라 가정의 화목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금실 이야말로 부부간의 애정을 나타낸다.

이처럼 금과 슬을 부부의 관계로 보았는데 금과 슬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금슬부조(琴瑟不調)라 해 부부가 화락하지 못함을 나타냈다. 일반적으로 금과 슬을 부부관계에 빗대어 쓸 때는 ‘금실’로 쓴다.
이처럼 생활개선회가 합창으로 더욱 화목한 가정을 이루길 원하며, 자신만의 소리를 내는 독창과 달리 서로의 소리를 하나로 만드는 노력과 인내의 과정이 필요한 합창처럼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들만의 아름다운 화음을 탄생시키길 바란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함께하며 생활개선회는 더욱 활기차고 단합하는 단체로 거듭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들녘에서 호미를 들고 밭일 하던 농촌여성들에게 화음을 맞추고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야 하는 3부 합창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 악보를 받아들었을 때 대다수의 회원들이 “이런 걸 우리가 어떻게 해”, “별걸 다 하라고 하네”라는 불만의 소리를 냈다. “노래할 시간이 어디있어, 하지맙시다”라는 반대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어렵사리 시작한 합창연습에선 서로 틀릴까 눈치 보느라 목소리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연습 초반과 달리 지금은 이마에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에 몰입하고 있고, 이들의 얼굴엔 성취감과 행복한 웃음이 가득하다. 3월부터 일주일에 한두 번 씩 하던 것이 벌써 스무 번의 밤이 지났다.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알토 등 전문적인 파트도 나눴으며 틈틈이 가사를 외우고, 화음을 맞추고 있다.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던 농촌여성들은 이제 “이런 기회가 아니면 우리 같은 농촌여성들이 언제 무대의 주인공이 되어 보겠어요”라고 기쁘게 얘기하는 여유도 생겼다. 이젠 제법 옥구슬 같은 목소리도 나오고 악보를 보지 않아도 되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합창이 처음인 아마추어 합창단이 노력으로 이뤄낸 엄청난 쾌거다.
조금은 투박하지만 접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해 쟁취한 농촌여성들에게 응원과 박수를 보내며 이러한 용기와 도전으로 농업의 파고도 힘차게 헤쳐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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