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75)

지렁이만큼 농사에 이로운 동물이 또 있을까? 지렁이는 굴을 만든다. 그 굴로 뿌리가 뻗어나가고, 뿌리에 해로운 이산화탄소가 땅 밖으로 나가고, 뿌리에 활력을 주는 신선한 산소가 들어온다. 물이 그 길을 통해 땅속 깊이 공급된다.

지렁이는 분비물로 굴이 깨지지 않도록 단단히 만들고, 산도 7.0으로 맞춰준다. 문제는 지렁이의 식사다. 주식이 유기물인데, 많이 주면 줄수록 새끼도 많이 친다. 한 마리가 한 해에 보통 1200마리, 잘 만하면 3000마리까지도 번식한다고 한다. 보통 30㎝에서 놀다 겨울이 되면 얼어 죽지 않으려고 1m 이하까지 내려간다. 뿌리가 거기까지 뻗는다. 문제는 두더지가 꼬인다는 점이다. 그래서 비료로 두더지를 퇴치한다.

두더지 굴에다 유안과 석회(규산질비료도 좋다)를 한 움큼씩 섞어 넣어주면 즉시 암모니아 가스가 나와 온 굴로 퍼진다. 예민한 두더지가 어찌 견디겠는가. 줄행랑을 칠 수밖에.

그럼 앞서 말한(본지 74회) 것처럼 유기물을 준다면? 그럼 밭에 지렁이가 많이 생겨 이상기후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좋은 발상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많은 유기물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그래서 녹비를 재배한 것을 최상의 대책이라고 본다.

10a에 씨 10㎏이면 생물로 녹비를 적어도 3~4톤 얻을 수 있다. 지난 봄, 필자는 김제농업기술센터 지평선농민대학에서 한 학기 토양비료 강의를 했다. 그 수강생 중에 한 분인 서 씨가 이번 6월부터 7월까지 오이를 걷은 하우스에서 약 50일 동안 네마장황을 재배했다. 키는 150㎝ 컸고, 1㎡당 생물로 평균 4㎏을 얻었다. 이 양을 10a(1000㎡)로 환산하면 4톤의 생물을 얻은 셈이다. 지하부 뿌리의 양도 비슷하다. 따라서 10㎏의 종자로 생물 8톤을 얻은 셈이다. 건물(15%)로 환산하면 적어도 1200㎏을 얻는 셈이다.

네마장황은 뿌리에서 선충을 죽이는 독소를 생산하고, 동시에 염류장해를 일으키는 과잉비료를 흡수해서 연작장해를 해결해 준다. 뿌리가 뻗은 범위까지 무수하게 많은 유기물 관을 만들어 다음의 작물 뿌리가 잘 뻗을 수 있게 만들어 준다. 겨울 동안 호밀과 헤어리베치를 심을 경우, 뿌리가 1m까지도 뻗는다.

이상기후에서 농민 가장 겁을 내는 흙의 문제는 지온상승+유기물 소모(=땅심 저하)+땅 다짐+수분의 과부족 등이다. 녹비를 베어서 피복하면 지온상승+땅 다짐이 동시에 해결된다. 흙을 엉성하게 만들어줘 지온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막아준다. 빗물이 잘 들어가게 해줘 땅 다짐도 막아준다. 유기물은 양분을 저장해 줌으로써 용탈을 막아준다. 뿌리가 1m까지 뻗는다면 어떤 혹심한 가뭄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다. 이렇게 심토까지 물리적으로나 화학적으로 잘 관리하면 틀림없이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다. 녹비재배는 이상기후를 가볍게 해주고 친환경+유기농업의 필수농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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