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여성신문-농촌진흥청 공동기획 발효식품 신기술, 현장에서 꽃피운다

▲ 상생촌의 든든한 동반자들. 사진 오른쪽부터 한상철 대표, 딸 수연씨, 아내 김현주씨, 아들 동우씨.

⑨막걸리 간편재료세트 제조 - 경북 상주 (주)상생촌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고마워하며 함께 건강한 삶을 영위하자는 의미로 회사 이름을 ‘상생촌’이라고 지었죠. 그래서 이곳에서 생산되는 먹거리는 친환경적으로 재배되고 있습니다.”
경북 상주시 외서면에 위치한 영농조합법인 (주)상생촌 한상철 대표의 말이다. 유기농 기능성쌀 생산과 쌀 가공식품 전문 제조업체인 상생촌은 상호가 주는 이미지만큼이나 지역주민과 공생하며 건강한 먹거리 생산·유통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상생촌에서 제조되는 막걸리 간편재료세트는 남아도는 쌀의 소비촉진을 통해 농업인, 가공업체, 일반국민이 ‘상생’하는 세상을 구현해보려는 한상철 대표 나름의 야심작이기도 하다.

농진청의 간편양조재료세트 기술 이전받아
가정에서 손쉽게 제조가능한 생막걸리 맛
막걸리간편세트로 가정용 식초제조도 가능

유기농쌀, 간편막걸리로 변신
김상철 대표는 상주지역 한 농협에서 농업인들에게 20년간 친환경농업을 가르치던 영농지도사 출신이다. 그는 2003년 퇴사 후 이듬해 쌀 가공공장을 짓고 본격적으로 사업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당시 그는 유기농쌀 33,000㎡(1만평)을 재배해 판매하며 국민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공급했었다. 우리 국민들의 식생활 패턴의 서구화와 인구감소 등으로 쌀 소비가 지속적으로 감소하자 그는 쌀 생산만으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우리 전통주가 붐이 일자 그는 유기농쌀로 전통주를 빚어보기로 하고 여러 민간교육기관에서 술 제조교육을 받았다. 그의 첫 작품(?)이었던 유기농쌀로 만든 생막걸리는 시판 막걸리와 차원이 달랐다. 그의 막걸리를 마셔본 이들의 반응도 좋았다. 한 바이어는 일본수출을 적극 권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생막걸리 특성상 유통기간이 짧은 것이 단점이어서 해외수출은 언감생심이었다.

“한국의 전통 생막걸리 맛을 그대로 세계 어디에서나 맛보고, 누구나 쉽게 막걸리를 만들어 먹을 수 있게 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죠.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쌀막걸리 키트입니다. 유기농쌀의 새 소비처를 개척하게 된 것이죠.”
한 대표는 2010년 경북도가 주최한 쌀 소비촉진 아이디어공모전에 쌀막걸리 키트를 출품해 대상을 수상해 상품성과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농촌진흥청의 도움을 받아 ‘더막걸리’라는 막걸리 키트제품을 출시하게 됐다.

농진청 기술로 제품개발 박차
한상철 대표는 직접 개발한 쌀막걸리 키트의 상품화에 앞서 특허부터 내려고 했다. 아이디어를 국가기관으로부터 인정받아 시장에서 짝퉁이 활개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특허를 내려고 했는데 이미 유사한 기술이 특허등록 돼 있더라고요. 농촌진흥청의 기술이었죠. 제조과정은 비슷하지만 제 기술보다 더 체계화된 레시피였던 것이죠.”

농진청이 개발한 기술은 팽화미를 이용한 약주전용 간편양조재료세트와 이를 이용한 약주 제조방법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쌀을 씻고 불리고 고두밥을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또한 막걸리 제조에 필요한 누룩이나 효모 등 재료의 배합비율이 최적화돼 있어 별도의 계량 없이도 간편하게 막걸리를 제조할 수 있다.

한상철 대표는 막걸리를 간편하게 제조하기 위해 쌀을 알파화시키는 방법으로 고두밥, 백설기, 뻥튀기, 죽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며 시행착오를 거듭했었다고 한다. 그러던 그에게 농촌진흥청으로부터 기술이전 받은 쌀막걸리 간편재료세트 제조기술은 무엇보다 큰 힘이 됐다.
알파화시키는 방법 중 팽화미를 찾게 된 것이 상품 개발에 결정적 요인이 됐다. 그간 습득한 지식과 기술을 접목해 누룩과 효모의 적절한 배합비를 찾아냈고, 상품 제작과 유통이 편리하고 누구나 쉽게 생막걸리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더막걸리’를 개발하게 된 것이다.

▲ 상생촌의 DIY막걸리 재료세트.

막걸리 한계, 식초로 넘는다
‘더막걸리’ 제품은 세계한상대회와 해외전시회에 다년간 참가해 각국 바이어들의 호응을 확인했지만 수출이 녹록지 않았다. 특히 일본 소비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지만 자가제조 자체가 불법인 일본으로의 수출은 불가능했다. 국내에서도 눈만 돌리면 지천인 게 막걸리라 가정에서 번거롭게 제조해 먹으려는 이가 많지 않았다. 제품은 출시했지만 판로가 막막했다.

“술을 수출할 수 없는 중동이나 미국 등지에서 ‘더막걸리’를 찾는 한인들이 생겨나면서 그나마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막걸리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예전에 가정에서 막걸리로 식초를 만들어먹던 것에 착안해 소비자들이 이 막걸리 간편세트를 활용해 천연발효식초까지 제조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시중에서 파는 식초보다 건강하고 가격도 훨씬 저렴하니까요.”

이런 한 대표에게 가족은 든든한 동반자이자 사업파트너다. 아내 김현주씨와 대학에서 의류디자인을 전공하고 상생촌의 전자상거래·마케팅, 제품디자인을 맡고 있는 수연씨, 호텔조리학과를 졸업하고 부모의 일을 도와 생산파트를 담당하고 있는 아들 동우씨.
항상 긍정에너지가 넘치는 한 대표가 꿈꾸는 ‘상생’은 먼 곳이 아닌 가정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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