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덕의 농담(農談)<16>

6최근 도시민들의 귀농귀촌이 활발하다. 이들 중에는 성공적인 농촌정착으로 제2의 인생을 사는 이도 있고, 낯선 환경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도 있다. 본지는 재밌는 한상덕 씨의 생생한 귀촌일기 연재를 통해 후배 귀농귀촌인들의 시행착오를 덜어줄 지름길을 알려주고자 한다.

도시에서 살 때는 몰랐는데 직접 농사를 지어서 스스로 조리까지 해서 밥을 먹으니 새삼 먹는다는 행위 하나하나가 엄청난 일임을 실감한다. 먹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기껏 10분 남짓이지만-씨를 뿌린 후 최소 2주를 기다려야하고 새싹이 돋고 또 몇 주를 기다리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든다-그동안의 미각을 위해선 오래고 정성이 깃든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전 우리네 인사말은 “진지 잡수셨습니까?”였지만 동시에 식탐을 멀리하라는 가르침도 있었다. 먹을 때 쩝쩝 소리를 내어서는 안 되고 음식물을 입에 넣고는 말을 삼가라고 배웠었다. 먹는 것은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임을 상정하고 있어서다. ‘잘 먹는다’는 건 혼자만 잘 먹는 게 아니란 소리다.

그렇다. 축구 경기 중 실점을 했을 때 ‘한 골 먹었다’고 할 만큼 먹는 행위는 먹는 것 이상이다. 우리들 살아가는 목표일 수도 있고 생존을 가능케 하는 힘이기도 하다.
지난 일요일 장인어른 생신을 치렀는데 막내 사위인 내가 ‘사위 둘은 빠질 테니 같은 성씨들끼리 하룻밤을 보내’라고 제안했었다. 물론 나는 거부당할 걸로 예상했었다. 설마하니 두 사위를 바깥으로 내몰까 싶었지만 인생이 늘 그렇듯 예상은 빗나갔다. 처고모 처형 처남 누구도 우리를 붙잡지 않았던 거다.

그리고 다음날, 처갓집에 가보니 처가식구들은 온밤을 꼴딱 새운 것 같았다. 노는 걸 주도하던 두 사위가 없으면 일찌감치 잠이 들 줄 알았었는데 없는 게 더 나았던 거다. 사라져봐야 존재의 가치를 알겠거니 했었는데 없는 게 낫다는 걸 몸소 체험한 느낌이었다.
비단잉어 고이(Koi)는 작은 어항에 넣어두면 5~8㎝ 자란다. 수족관이나 연못에 넣어두면 25㎝까지 커지고 강에서는 1m 넘는 대형어류가 된다. 지금까지 내가 그랬었던가 보다. 작은 어항에서 왕 노릇하느라 내 크기를 스스로 무너뜨렸던 거다. 외로움을 두려워하면서도 정작 어항을 빠져나와 강에서 외로움을 덜어내려는 노력은 게을리 했던 것이다.

귀농 가구 10집 중 6집은 ‘나홀로족’이라는 통계를 보고나니 울컥 치미는 뭔가가 있다. 새벽 5시면 저절로 눈이 떨어지는데 이후부터 뭘 하라는 건가. 바람소리 시원하고 별이 아름다운들 누구랑 나눌까. 상추를 소쿠리에 담아 식탁에 내놓으면 누가 함께 먹어줄 것인가. 내 이야긴 듯 남의 이야긴 듯 중얼거리고 나니 갑자기 눈물이 흐른다. 주말마다 아내가 찾아오지만 외롭다 소리치면 외롭다 메아리로 되돌아오는 농촌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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