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으로 읽는 시

‘마음으로 읽는 시’에서 소개하는 시들은 수도권 지하철역 스크린도어에 게시돼 있었거나 지금도 게시된 작품들로, 쉬운 단어와 표현으로 남녀노소 누가 읽어도 좋은 문장들이다. 특히나 농촌여성이 읽었을 때 좋은 시로 선별해 소개한다.

내색은 하지 않았다만/ 너는 좋겠다// 그토록 붉은 울음으로/ 속눈썹 뽑아낼 기다림이라도 있어서// 너는 좋겠다/ 까치발 딛고 서서 휘청거릴/ 연둣빛 그리움이라도 있어서// 언젠가는 황토 위에 오두막 짓고/ 키워 갈 사랑 하나 꿈꾸는 꽃무릇// 너는 좋겠다

참 깜찍한 시죠? ‘너는 좋겠다’는 제목부터 상큼하군요. 아마 이 시의 화자가 10대 소녀일 수도 있고 시를 쓴 시인 자신일 수도 있겠구나 싶은 내용인데, 시를 끝까지 다 읽어보니 ‘꽃무릇’을 의인화한 작품이군요. 시인이야 분명히 ‘꽃무릇’을 마치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 사람인양 그리고 있지만 독자는 그저 ‘꽃무릇’을 염두에 두지 말고, ‘참 멋지고 아름다운 사랑에 빠졌구나’ 하고 읽어도 무방하겠지요.  

‘꽃무릇’은 꽃이 무리지어 핀다는 말에서 유래한 이름인데 본디 꽃이름은 ‘석산화’라고 하는군요. 비슷한 꽃으로 ‘상사화’가 있지요. 두 꽃은 같은 백합목 수선화과에 속하지만 다른 꽃이지요. 앞에서 예를 들었지만 얼마나 그리움이 사무쳤으면 ‘속눈썹 뽑아낼 그리움’이라고 하는지요. 꽃무릇의 모습에서 그런 구절을 뽑아낸 시인의 표현이 절창이라고 할 만 합니다. 완도 출신의 차행득 시인은 여성적인 섬세한 표현으로 주목받는 시인이기도 합니다.

<시해설 : 민윤기 시인. 월간 시see와 연간지하철시집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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