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차이나 반도에 위치한 인구 700만 명의 작은 나라 라오스는 전체인구의 90%가 불교신자다. 불교가 들어오기 전 부터 시작된 ‘바시’(basi) 의식은 정령신앙의 일종으로 라오스인의 대중문화로 정착돼있다. 가끔 집 앞에 천막을 치고 축하객이 모여 춤과 노래를 즐기는 곳은 예외 없이 바시 의식 이후의 행사로 보면 된다.

3년간 라오스 농촌마을 지원사업을 마무리 하고 돌아가기 전에 필자는 마을이 베푸는 전통의식 바시(basi)의 주인공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먼 여행길을 떠나는 이의 안전과 건강을 기원하고, 사업의 성공 또는 아픈 사람의 건강을 기원하기도 하고 아기의 탄생이나, 결혼식, 각종 축제 시에도 바시 의식이 진행된다.

행사장엔 꽃과 바나나 잎 등으로 만든 파쿠안(Phakhouan)이란 장식물 아래 많은 음식을 차려놓고 보통 스님이 의식을 진행한다. 주인공과 참석자들은 흰 실을 손에 연결한다. 스님이 주인공의 안녕과 건강을 기원하는 주문을 외우고 쌀을 주인공의 머리위로 뿌려주기도 한다. 의식이 끝나면 스님은 실을 잘라 주인공의 팔목에 묶어주고 주민들도 따라서 실을 묶어 준다. 팔목에 묶인 실은 최소한 3일은 지녀야 된다고 한다.

엄숙했던 바시 의식이 끝나면 주민들은 준비한 음식을 나눠먹고 주인공과 덕담을 나누며 화합과 축제의 장으로 바뀐다. 미리 준비한 전통악기나 노래반주에 맞춰 둥글게 원을 그리며 라오스의 전통춤인 ‘람봉’을 즐긴다.
주민간의 소통과 화합을 다지는 라오스의 아름다운 공동체문화라 하겠다. 오늘날 농촌공동체가 점차 사라져가는 한국농촌을 보면서 우리가 꿈꾸는 ‘오래된 미래’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한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