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74)

지금 우리의 지구는 기온이 더워지고 있고, 많은 비가 집중적으로, 그러나 가뭄이 자주 온다. 기온이 올라가면 지온이 올라간다. 그래서 흙속 미생물들의 활동이 활발해진다. 미생물이 활발하게 활동함에 따라 그것들은 유기물을 마구 먹어치운다. 땅심(지력)의 지표인 만큼 유기물이 없어진 만큼 지력이 떨어진다.

지온이 10℃ 높아지면 미생물의 활동은 2배 이상 높아진다. 흙속 이산화탄소의 80%는 미생물이, 20%는 식물의 뿌리가 만들어 낸다. 이산화탄소가 더욱 많이 생산된다. 이산화탄소가 많아질수록 뿌리는 호흡을 하기 힘들다.

비가 오면 장대비가 쏟아져 흙을 다진다. 흙이 다져지면 흙속에 공간(공극)이 줄어들어 빗물이 못 들어간다. 다져져 공간이 줄면 공기도 맘대로 들랑날랑하지 못한다. 이산화탄소는 더 많이 생산되고 있는데, 통기는 전보다 나빠서 뿌리는 질식한다. 딱딱한 흙에는 뿌리가 뻗는데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더구나 수분도 적어지고 산소도 적어진다.

그럼 화학성은 어떤가? 비가 많이 오면서 흙 알갱이에 붙어 있던 양분(염류=K+Ca+Mg)들이 빗물에 녹아 용탈된다. 염류가 빠져나간 자리에는 빗물과 흙속에 무진장 녹아 있는 수소이온(H+)이 점령한다. 흙은 더욱 산성화되고 유기물의 분해가 빨라져 땅심이 떨어진다. 척박해진 흙에서는 소출이 떨어진다. 봄 가뭄, 가을 가뭄이 심하면 과일이 크지도 않고 심할 경우 낙과가 된다.

이상에서 말한 것이 흙과 관련된 이상기후에 대한 문제점들이다. 눈치가 빠른 독자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대충 감을 잡을 것 같다. 지온 상승+유기물 소모+땅 다짐+흙의 산성화+수분의 과부족 등이 그것들이다. 이 모든 문제를 한 큐에 해결할 묘책은 없는 것일까?

한 큐에는 어렵고 두 큐에는 가능할 것도 같다. 흙의 산성을 중성으로 중화시키는 방법은 석회(또는 규산질비료)를 주는 것으로 해결된다. 지온상승+유기물 소모+땅 다짐+수분의 과부족은, 좀 싱거운 해답일지 모르지만 유기물을 흙에 넣어줌으로써 한 큐에 해결할 수 있다.

볏짚이나 왕겨와 같은 유기물을 피복해 줌으로써 지온 상승과 땅 다짐을 막을 수는 있다. 유기물은 흙을 엉성하게 만들어주어 지온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막아준다. 물론 빗물이 잘 들어가게 해주어 땅다짐도 막아준다. 유기물은 양분을 꽉 잡아 저장해 줌으로써 용탈을 막아준다. 그러나 퇴비를 주면 표토, 말하자면 잘해야 20㎝까지만 좋은 영향을 미칠 뿐 그 이하 깊이의 흙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다. 정말로 농사의 베타랑은 20㎝ 아래 심토를 잘 관리하는 사람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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