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여성신문-농촌진흥청 공동기획 발효식품 신기술, 현장에서 꽃피운다

⑧ 무독화 발효옻식초 제조 - 충남 논산 (주)홍전통도가

귀촌 후 전통주·식초 제조…품질 향상 꾀하려
농진청의 무독화 발효옻식초 제조기술 이전받아
손수 제조공정 매뉴얼 제작…품질 균일화 꾀해

▲ 홍전통도가 이미자 대표(사진 왼쪽)와 남편 홍성희씨(오른쪽)가 잘 숙성된 옻식초를 소개하고 있다.

“남편은 귀촌이 꿈이었어요. 저는 아니었지만…. 그이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죠. 그나마 ‘술’이라는 공감대가 있었기에 지금의 농촌생활이 가능했어요. 결혼 전 연애할 때부터 남편에게서 배운(?) 덕에 자연스레 술을 좋아하고 관심도 갖게 됐던 거죠.”
충남 논산시 노성면에서 전통주와 식초를 제조하는 농업회사법인 (주)홍전통도가 이미자 대표의 회고다. 대부분의 귀농·귀촌인들이 농업과 가공사업을 하면서 기관의 지원을 받지만 홍성희·이미자 씨 부부는 지금까지 남의 도움을 받아본 적 없이 홀로서기로 새콤달콤한 인생 2막을 가꿔가고 있다.

농촌생활과 술이 좋아 귀촌
홍전통도가의 연구소장인 남편 홍성희씨는 귀촌 전에 고려대 조치원캠퍼스에서 행정직으로 근무했었다. 산약초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10여 년 전부터 심마니들을 쫓아 산을 다니며 캔 약초들로 술을 담갔다. 그렇게 약초로 침출주를 담가오던 그는 몸을 상하게 하는 화학주보다는 은은한 향과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우리술의 매력에 빠져 전통주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귀촌해서 처음에는 머루포도로 와인을 담그기 시작한 그는 포도농사, 배농사, 매실농사 등을 지으며 농부로서의 기초도 닦았다. 술에 관심이 많은 이들과 ‘띄움연구회’라는 전통주 동호회도 결성해 활동했다. 더 체계적인 술 제조법을 배우기 위해 양조 교육기관인 ‘수수보리아카데미’에 다니며 술 전문가들과 교분을 쌓기도 했다.

그렇게 쌓은 양조기술을 기초로 전통주를 담그기 시작했다. 각각 다른 주조법을 시도할 때마다 맛과 향은 물론 성분도 달라지는 전통주의 신비를 경험하면서, 시중의 여타 술보다 더 뛰어난 품질의 전통주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전통주 제조에 몰두하기 위해 다니던 직장도 명퇴했다. 2013년 12월 공장을 준공하고 이듬해부터 전통주사업에 전념했다. 본격적인 인생2막이 시작된 것이다.

농진청의 발효식초기술이 ‘새동아줄’
이미자·홍성희씨 부부는 2010년부터 술을 빚어왔지만 양조기술이 정립되지 않아서였는지 가끔 쉰 술이 나왔을 때는 처리가 난감했고, 원가도 못 건지는 어려움이 발생했다. 또 1차로 걸러내고 남은 술을 처리하는데 곤란함도 있었다.

그 같은 고민에 빠져있을 때, TV 등 방송매체를 통해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천연발효식초의 효능과 제조법을 접했다. 득달같이 농촌진흥청을 찾아갔다. 도움의 문을 두드리길 수차례…. 마침내 그의 정성이 통했던 지 2013년 농촌진흥청 특허기술인 ‘천연 발효식초 제조기술’을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을 통해 이전 받았고, 이듬해에는 무독화 발효 옻식초 제조기술도 이전 받았다. 농진청이 개발한 좋은 초산균과 초산발효법으로 제조된 식초는 장기 숙성을 거쳐 이미·이취 등이 없는 최고 품질의 발효식초다.
맛있는 약주 제조만으로는 판로와 소득에 한계가 있었지만, 좋은 술을 이용한 발효식초 제조는 홍전통도가의 발효식품사업에 성공으로 가는 날개를 달아줬다.

좋은 원료로 고품질 술·식초 빚어
맛있는 술과 품질 좋은 식초는 담그는 이의 기술과 정성이 중요한데, 그 못지않게 원재료도 좋아야 한다. 현재 홍전통도가에서 생산되는 품목은 옻식초, 현미식초, 블루베리식초, 아로니아식초 등 네 종과 알코올 도수 15도의 약주 등이 있다. 전체 매출의 80% 이상이 식초가 차지하고 있는데, 그중 무독화 발효 옻식초가 매출을 주도하고 있다고 홍성희 씨는 말한다.

“최근 농촌진흥청이 언론과 방송을 통해 무독화 발효 옻에 대한 홍보를 많이 한 덕에 구입 문의가 쇄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나이 드신 어르신이나 건강이 좋지 않은 분들이 옻식초를 많이 찾고 있어요. 강의나 전시회, 박람회 등에서도 꾸준히 홍보한 효과가 이제 나타나는 것 같아요.”
전통주와 식초의 기본 원료인 쌀은 지역에서 생산된 쌀을 시중보다 10% 저렴하게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블루베리와 아로니아 등도 직접 친환경적으로 재배한 것을 사용한다. 여기에 더해 논산의 특산물인 딸기를 이용한 식초도 개발해 곧 출시할 예정이다.

▲ 홍전통도가에서 생산되는 발효식초 제품.

홍성희 씨는 공부하고 연구하며 얻은 술과 식초에 대한 지식을 교재로 만들어 나눔(?)을 실천하는 등 더불어 사는 삶을 살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발간한 전통주 제조법 책을 삽화를 넣어 더 쉽게 풀어쓴 전통주 입문자 안내서 ‘술의 고향’이 바로 그 책인데, 홍성희 씨는 이 책으로 농업기술원에서 강의도 나가고, 논산시농업기술센터에서는 교재로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한국천연발효식초생산자협회 감사로도 활동 중인 홍성희 씨는 사업장을 찾는 고객과 입문자들에게 식초 제조기술을 기꺼이 공개하며 생산-판매-체험 등을 겸한 발효식품 6차산업의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해 청주에서 열린 ‘2015 전국발효식품대전’에 옻식초, 현미식초, 블루베리식초, 아로니아식초를 출품해 금상을 수상하며 품질을 인정받은 홍전통도가. 느림의 미학인 발효식품처럼, 어느 날 깜짝 대박이 아닌 쉼 없이 꾸준히 성공의 계단을 밟아 올라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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