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73)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별은 기후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기후변화’라고 하는 현상은 30년 동안에는 ‘어쩌다’ 나타나던 이변들인데, 최근에는 ‘종종’ 나타나는 현상들을 말한다.

대표적인 현상으로 폭염, 폭우, 폭설, 가뭄, 오뉴월 우박 등이다. 이상해진 기후 중에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기온이 올라간다는 점이다. 그래서 제주도의 한라봉은 전북 김제까지, 전남 영암의 무화과는 강원도 고성까지, 전남 곡성의 멜론은 강원도 양구와 화천까지 북상했다.

그뿐만 아니라 생전 듣고 보지도 못하던 패션푸르트, 망고, 용과, 파파야 등 열대과실이 점점 많이 생산돼 지난해만 해도 1천200여 톤이나 이 땅에서 생산됐다.

태양으로부터 지구에 쏟아지는 열의 90%는 공중으로 흩어지거나, 잎에 닿아 수분을 증발시키는 등 여러 가지로 없어지고 나머지 10%는 흙에 도달한다. 이 열은 지하 50㎝까지 영향을 주고 대부분의 작물 뿌리가 있는 15~30㎝에는 크게 영향을 준다. 기온이 올라가면 지온도 올라간다.

지온이 올라가면 흙속 미생물의 활동이 활발해진다. 미생물이 활발하게 활동하면 마구 유기물을 먹어치운다. 유기물이 밥이 되고 거기서 에너지를 얻는다. 유기물이 빨리 분해되면 그 속에 저장돼 있던 양분(특히 질소-인산-미량요소)이 일시에 쏟아져 나온다. 당장이야 좋겠지만 작물은 한꺼번에 다 먹을 수 없다. 상당한 양은 지하로 손실된다. 유기물은 땅심(지력)의 지표인 만큼 유기물이 없어진 만큼 지력이 떨어진다.

지온이 올라가면 미생물의 활동만큼 뿌리의 활동도 활발해진다. 지온이 10℃ 높아지면 미생물의 활동은 2배 이상 높아진다. 흙속 이산화탄소의 80%는 미생물이, 20%는 식물의 뿌리가 만들어 낸다. 이산화탄소가 더욱 많이 생산된다. 이산화탄소가 많아질수록 뿌리는 호흡을 하기 힘들다.

잎에서 만들어진 포도당이 뿌리로 내려가 화학작용에 의해 전분으로 저장되거나 에너지로 전환되는데, 이 과정은 전적으로 산소가 한다. 호흡이 나빠지면 산소 공급이 나빠진다. 뿌리에 전분으로 전환되지 않은 당은 뿌리 주변의 병균이 제일 좋아하는 밥이다. 병균은 뿌리로 모두 모여 만찬을 즐긴다. 배수가 나쁘거나 통기가 나쁜 흙에서 뿌리가 잘 뻗지 못하고 병에 잘 걸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비의 절대량도 많아지거니와, 왔다하면 폭우로 온다. 최근 우리나라 강우량이 일 년에 1300㎜나 내린다. 600㎜ 이상 비가 오면 흙 알갱이에 붙어 있던 양분(염류=K+ Ca+ Mg) 등을 녹여서 지하로 끌고 내려간다. 염류가 빠져나간 자리에는 빗물 속에 무진장 녹아 있는 수소이온(H+)이 점령한다. 흙은 더욱 산성화되고 척박해져서 소출이 떨어진다. 지온이 올라가는 것을 막아주고, 땅심이 떨어지고 산성화되는 것을 막아주는 농법은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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