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 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농산물로만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농업인 스스로 자생적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자존감을 심어줘야 한다"

가만히 앉았어도 땀이 흐르고 저녁에도 더워 잠들기 힘든 큰 더위 대서(大暑)도 다가왔다. ‘염소뿔도 녹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무덥다. 농업인은 대지를 경작하고 지구의 풍요를 생산하는 이들이다. 새벽들판에서 일하는 농업인의 쇠스랑 끝에 일어나는 불꽃에서 저마다 농작물이 쑥쑥 자란다. 인간과 대지가 하나이던 시절에 인간은 자연과 교감을 나누면서 행복했다. 대지를 일구고 대지를 풍요롭게 하는 시간도 행복했다. ‘농촌 촌락은 신이 만들고 도시는 인간이 만들었다’고 한다. 그만큼 촌락은 씨를 뿌려 먹거리를 생산하는 생명산업의 전초기지다.     

FTA의 후폭풍이 크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농업인들에게 큰 충격과 피해를 주더니만, 이번에는 김영란법이 또 다시 농업인을 옥죄는 형국이다.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9월 하반기부터 시행된다면 농축산업이 최대의 피해자가 될 것은 자명하다. 특히 과수·축산·화훼·인삼농가들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공직사회의 투명도를 높이자는 입법취지는 좋다. 하지만 가뜩이나 어려운 농업을 더욱 위축시킬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현실과 괴리된 법이다. 반드시 농축산물은 제외되도록 손질해야 마땅하다. 농업인은 사회적 약자다. 시행령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농가의 소득원은 말라 없어져 결국 폐업에 이르게 될 것이다.


가뜩이나 기상이변이 속출해 생태계에 변화를 줘 해마다 농업 손실도 늘고 있다. 머지않아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아열대 작물들로 대체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평균기온의 상승은 우리나라의 아열대 병해충 위생관리 측면에서도 시급한 과제다. 매년 홍수·가뭄·병해충 등 자연재해를 겪는 것도 농축산업이다. 곡물자급률이 24%에 불과한 지금,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 생산여건의 악화는 자못 심각한 문제다.

지난해 한·중 FTA 등에 의한 농어업 분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비준동의안 국회 통과와 함께 ‘농어촌 상생협력지원기금’을 마련키로 했다. 아직도 감감하다. 한·중 FTA는 이미 발효된 상태다. 관련법 개정안 발의도 되지 않고 있다. 상생기금도입에 속도를 내어 농업인에게 희망을 주고 농촌발전을 튼실하게 밀어주는 기금이 마련돼야 한다.  

현재 농촌은 도시화로 인구 감소에 이어 70세 이상 초고령사회가 진행되고 있다. 취약계층도 증가하고 있다. 문화·주거·교육·복지·의료·노동·안전 등에서 삶의 질도 도시에 비해 열악하다. 오늘날 농업과 농업인이 처한 현실은 팍팍하기 그지없다. 홍수처럼 들어오는 외국산 농산물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치르고 있다.

그런데 요즈음 대기업이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농업 진출을 시도하고 있어 농업인의 몸과 마음을 들끓게 한다. 토마토·파프리카 등 주요 시설 농작물이 내수와 수출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산성이 높은 대규모 유리온실단지가 들어서면 기존 농가들이 큰 타격을 입을 건 뻔하다. 아무리 ‘농업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일지라도 대기업이 농산물 생산에까지 손을 뻗치게 해선 안 된다.

자칫하면 가격 폭락과 소비부진으로 농업인을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기 때문이다. 유리온실단지에서 생산한 농산물은 전량 수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기존 농가들과의 경쟁은 불가피하다. 이 역시 시름에 젖은 농업인을 옥죄는 일이다. 농촌은 도시가 갖고 있지 못한 것들이 많다. 녹색자연과 농촌만의 여유로움이다. 농산물로만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농업인 스스로 자생적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자존감을 심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업인을 더 이상 옥죄는 일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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