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디어가 경쟁력 - 경북 성주 ‘약초들녘’ 나순석 대표

▲ '약초들녘' 나순석(사진 왼쪽), 박장수 대표.

대표적인 항암약초로 알려진 와송은 기와에서 자란다고 해 기와 와(瓦)자와 소나무 송(松)자를 써 와송으로 불린다. 와송이 기와에 터를 잡은 이유가 흥미롭다. 주변에 잡초가 있으면 바로 썩어버리는 와송은 살기위해 잡초가 나지 않는 기와에 터를 잡은 것이다. 모래 한 줌 없는 기와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와송은 밤낮없이 노력하고 또 노력했을 것이다. 그런 와송처럼 수많은 노력으로 와송카스테라를 만들고 있는 나순석 대표를 만나봤다.

생업에 소홀함 없이 차근차근 귀농 준비
전국 산야 돌며 나무공부…‘와송’에 정착
와송 이용한 카스테라, 맛·건강 일품

귀농한지 10년이 넘은 나순석 대표는 성주토박이처럼 이곳저곳에 모르는 사람이 없다. 6년 동안 탄탄히 만든 집엔 작가 시중의 작품들이 곳곳에 묻어있다. 대구 출신으로 경북대학교 문헌정보학과에서 공부하던 그는 어느 날 “내가 무얼 하고 있나?”는 생각에 휩싸인 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기 시작했고, 나무와 식물에 매력을 느껴 서울 건국대학교 산림정보학과에서 다시 공부를 했다고 한다.
“산에 대해 배우기 전엔 공부를 해도 흥미가 생기지 않았어요. 하지만 나무와 식물에 대해 공부하니 하루하루가 재미있고 내일이 기대되더라고요. 특히 나무의 효능과 재배에 대해 배울 때 제일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매일 동아리에서 산을 타기도 했고, 저 혼자 지도를 펴고 산에 올라간 적도 수도 없이 많아요.”

단순히 나무가 좋았던 나 대표는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전국방방곳곳을 돌아다녔다. 나무에 매력을 느낀 그는 결혼 후에도 귀농을 위해 작물을 재배하며 무엇을 키울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귀농하기 전에 서울 잠실에서 살았어요. 그때 남편은 제빵사로 일하고 있어서 같이 빵을 만들고 주말이면 팔당댐 근처 농장에 가서 가시오가피 등 작물을 키웠어요. 그땐 귀농해서 키울 작물을 선택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돌봤던 것 같아요.”
수많은 공부를 한 끝에 경북 성주에 터를 잡은 나 대표는 많은 작물을 키우며 실패와 성공을 맛봤지만, 어느 날 책 속에서 본 와송의 만병통치약 효능에 매력을 느껴 재배 작물로 와송을 선택하게 됐다.
“책을 통해 배운 것들이 정말 많았는데 귀농을 하고나서 배운 것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산을 탔던 그 시절처럼 직접 재배하고 주변 농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나중에 어떤 작물이 유행할지 감이 잡히더라고요.”
구불구불 길을 들어가야 겨우 만날 수 있는 나 대표의 집은 앞엔 넓은 밭과 주변에 많은 참외농가가 있다. 사람을 만나기 힘든 곳에 위치했음에도 나 대표의 입가엔 연신 미소가 가시질 않는다.
“도시에 살았다면 외롭다고 느꼈을 텐데 전혀 심심하지 않아요. 오히려 작물을 키우느라 정신이 없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농사일을 하고 주변 농가에 일하러 온 분들과 대화를 나누고, 귀농모임에 나가면 하루가 훌쩍 지나가 있어요.”

우리맛음식연구회, 귀농모임 등 안 나가는 모임이 없을 정도로 발이 넓은 나 대표는 궁금한 것을 못 참는 성격이기에 와송카스테라를 만들기 전 와송 효능에 대해 알아보고자 직접 주변 사람들에게 시식을 권하기도 했다.
“와송의 효능이 좋은데 책에서 말한 만큼 기관지에 좋은지 알아보기 위해 기관지가 안 좋은 사람들에게 제공해봤더니 반응이 정말 좋더라고요. 그땐 단순히 와송 자체로 제공했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먹을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남편의 제빵기술을 이용해 와송카스테라를 만들게 됐어요.”
좋은 것만 먹이고 싶은 엄마의 마음처럼 나 대표의 카스테라엔 와송 외에도 좋은 것들만 듬뿍 담겨있다.

▲ 와송카스테라와 머핀.

“우리밀쌀, 구지뽕, 옥수수, 질경이 등 총 16가지 제품이 들어가는 데 전부 주변농가나 국산제품을 쓰고 있어요. 그래서 밀가루를 먹고 소화가 안 되는 분들도 저희 빵을 드시면 더부룩함이 없으실 거예요. 요즘 저염이 유행이기에 소금과 같은 조미료는 정말 소량으로 첨가하고 있어요. 꿀도 이웃농가에서 사서 가장 싱싱한 걸로 만들어요.”

1년의 시행착오 끝에 만든 카스테라는 그 맛이 일품이다. 직접 키운 와송발효액과 참외발효액에 국산잡곡과 우리밀쌀이 합쳐지니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다. 처음부터 쉬운 것은 아니었으나 농업기술센터를 방문하고 밤잠 없이 노력한 끝에 와송카스테라를 완성시켰다고.
마지막으로 나순석 대표는 자신이 노력한 결과 얻은 생각들을 귀농과 창농에 도전하는 청춘들에게 전하고 싶다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사실 요즘 너무 빨리 빨리하려는 청춘들이 많아요. 그들을 보면 너무 안타깝죠. 저도 시행착오를 겪을 땐 왜 안 될까 수도 없이 고민했거든요. 하지만 지나고 보니 천천히 해도, 조금은 가난해도 무조건 채찍질하기 보단 나 자신을 위로하고 기본적인 것들을 누리면서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그럼 쉽게 지치지 않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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