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72)

“꿀 농사가 갈수록 어려워유.” “왜요?” “올해는 열흘 안쪽에 아까시가 한꺼번에 피는 바람에 작년의 반이나 땄나유.” 충청도 산자락에서 만난 어느 양봉가의 한숨 섞인 푸념이다.

올봄 농촌진흥청 조사로는 양봉 농가의 꿀 생산량은 지난 2004년, 아까시 잎이 봄부터 누렇게 병든 ‘황화현상’ 이후 최대 흉작이었고, 지난해보다도 50%가량 줄었다고 한다. 흉작의 원인은 이상고온으로 아까시 꽃이 평년보다 1주일 빨리 피면서 꿀을 뜨는 기간이 짧아진데다, 잦은 비바람 탓에 일벌의 60%까지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구의 기상이변이 정말인가? 지구가 뜨거워진다는 게 사실인가? 아직도 많은 농가들이 긴가 민가 한다. 믿고 싶지 않지만 현실이다.

‘이상기후’이란 과거 30년 동안에는 ‘어쩌다’ 나타나던 이변들이, 최근에는 ‘종종’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대표적인 현상으로 폭염, 폭우, 폭설, 가뭄, 오뉴월 우박 등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00년간 세계의 평균기온은 0.74C나 높아졌고, 우리나라는 그보다 2배가 넘는 1.74C나 높아진 때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전 지구촌은 물론 우리나라가 겪은 기상이변은 놀랍다. 폭우, 가뭄, 한파, 폭설 등, 우리 농촌 노인들도 미처 경험하지 못한 현상들이다.

폭우는 작물을 덮쳐 숨통을 막고, 때 아닌 한여름 우박으로 농작물의 잎이 구멍 뚫리고, 수확도 하기 전에 눈이 내려 과실을 얼렸다. 늦가을 개화도 불러왔다. 태풍은 과수와 농작물을 쓰러뜨렸고, 높새바람(푄현상)으로 벼 이삭을 백수로 만들었다.

봄이 짧아진 대신 여름이 일찍 온다. 그 때문에 봄 가뭄이 심하다. 그렇다고 연간 강수량이 적어진 것은 아니다. 왔다 하면 폭우가 쏟아진다.

비가 속삭이듯 시작하면 표토에 젖어 들어가면 많은 빗물이 흙속에 저장된다. 허지만 갑자기 장대같이 쏟아지는 빗물은 급하게 표토를 타고 흘러 내려간다. 급히 흘러가는 물은 표토를 마구 할퀴고 내려간다. 탁한 흙탕물 속에는 흙 알갱이뿐만 아니라, 표토에 있던 여러 가지 많은 양분, 유기물과 염류(K+Ca+Mg), 특히 인산 성분이 엄청나게 유실된다. 공장지대의 빗물이 아니더라도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녹아들어가 산도가 5.6~5.8을 띤 강산성이다. 양분이 용탈된 빈자리를 빗물 속에 지천으로 있는 수소이온(H+)이 점령한다. 흙은 더욱 산성화되고 척박해져서 소출이 떨어진다.

이런 현상은 마치 아침나절에 꽃망울이 열리듯 매우 천천히 일어나 맨눈으로 당장은 모르지만 한참 지나고 나서야 알아차린다. 그 결과는 ‘별게 아닌 게 아니라’, ‘심각’해서 농사짓기가 점점 힘들어지게 된다. 그럼 무슨 뾰족한 대책이라도 있단 말인가?

이상기후 완전히 피할 수는 없겠지만 가볍게 하는 방법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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