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유전자공학과 농업연구관 배신철

최근 인간뿐만 아니라 동식물,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물종에 대한 유전체 시퀀싱 정보가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생물종의 유전체 정보를 이용하는 새로운 유전자 교정 기술이 세간에 이슈화되고 있다. 생물학에 있어 2013년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학술지인 사이언스에서 혁신적인 기술로 선정되었고 노바티스, 화이자 등 세계 다국적 제약회사에서도 경쟁적으로 이 기술을 이용하는 연구에 적극적 투자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전자 교정 기술의 원리는 생물 세포의 특정 염기서열만 인식하는 가이드 RNA가 세포의 특정 DNA부위를 인식하여 결합하게 되면 그 부위를 분해효소(CRISPR-Cas9)으로 절단한다. 이 기술은 인간질병의 치료방법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시작되었으며 현재는 동식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가 진행중에 있다. 유전자 교정 기술은 동식물 세포의 특정 염기서열을 제거하거나 치환으로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마비시키기 때문에 유전자 기능 검정에서부터 인간의 유전병 치료, 작물의 개량에 이르기 까지 그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2012년 사이언스 학술지에서 유전자 교정 기술을 이용하여 유전체 교정이 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된 이후 다양한 식물에 대해 동시다발적으로 유전자 교정 기술이 이용되었다. 적용 중에 있는 식물종으로는 모델식물인 애기장대와 벼를 비롯하여 토마토, 담배, 밀, 옥수수, 버섯 등으로 유전체 교정 기술이 성공적으로 이용되었다. 유전체 교정 기술을 다양한 식물에 적용한 목적은 각 식물에서 이러한 기술이 적용되는 지를 확인하는 것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농업형질 개선을 위해 불필요한 유전자 기능을 마비키는 것이다. 보고에 의하면 밀흰가루병 민감성 관련 삼배수 유전자의 기능을 모두 파괴시켜 병저항성 향상시켰다고 한다. 또 펜실베니아 주립대의 식물병리학자인 이농 양(Yinong Yang) 박사는 양송이버섯 갓의 색깔에 관련하는 유전자 6개중 1개의 유전자를 파괴시켜 갈색을 띤 양송이버섯을 흰색으로 변화시킨바 있다.

이 기술의 장점은 여러 개의 대립 형질 유전자를 보유할 가능성이 있는 다배수체 작물에 경우 보다 완전하게 유전자 기능을 파괴시킬 수 있다. 또한 여러 종류의 유전자를 동시에 기능을 파괴시키는 것이 가능하기에 향후 매우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유전자 교정 기술이 좀 더 개선해야할 부분은 목표로 하는 위치는 물론 원치 않는 위치에서 유전자가 교정이 일어날 확률이 있어 이를 효과적으로 검정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따라서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단점은 보완한다면 기존 작물에서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여 농업형질 개선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발히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기존 생명공학 기술로 시도되었지만 원하는 만큼 목표달성이 되지 않았던 경우가 있는데, 예를들면 카페인이 없는 커피나무, 원하는 지방산 함량을 늘이고 원하지 않는 지방산 함량을 줄인 기름을 생산하는 유지작물 생산, 배추과 작물에서 자기방어를 위해 만들어내는 글루코시놀레이트 대사산물 중에는 사람에게 해로운 것으로 예상되는 물질 생산을 억제하는 데 유전자 교정 기술이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농업형질 개선을 위해 유전자교정 기술이 적용된 생물체를 사람이 활용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는 식품으로 섭취하여도 안전한지, 환경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는지 검증하는 과학적 근거와 기준 마련이 먼저 필요하며 더불어 유전자교정 기술이 적용된 생물체의 규제를 기존 GMO 규제를 적용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규제 틀을 마련하여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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