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쌉쌀한 인생

평일 한낮 밥집에 가보면 여자인 내가 봐도 여인천하처럼 보인다. 남자는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질 않는다. 남자들이 고생하며 돈 버는 시간에 팔자 좋은 여자들이라고 나까지 욕먹을까 두려울 정도다. 해서 낮 시간엔 밥집을 피하는 편이지만 그날은 피할 수 없는 모임이었다.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있는데 옆에 앉은 친구가 백화점 문화센터 강좌를 소개해주었다.

‘유럽미술 기행’, ‘팝으로 알아가는 세계’ 등을 듣고 있는데 내달엔 현지로 답사여행을 간단다. 그래야만 고상함이 유지되는 것처럼 떠들어댄다. 가톨릭 신자인 한 친구가 옆에서 내게 물어왔다. 초록 잎이 한창일 때 ‘OO성당’에 함께 가잔다. 신부님 말씀도 재밌고 근처에 팥칼국수 잘하는 곳이 있다고 은근히 낚싯밥을 던졌다.

하루는 그 친구와 동행했다. 성당이 있는 숲 속은 세속을 벗어난 듯 평화로웠다. 본당으로 가는 길가엔 ‘화해’라는 꽃말을 가진 개망초꽃들이 아가들의 웃음처럼, 작은 꽃구름처럼 싱그럽다. 미사가 시작되고 입심 좋은 신부님이 성경 말씀을 실감 나게 전할 땐 여기저기서 우는소리까지 들렸다. 가만히 둘러보니 중년여성들이었다. 지쳐 보이고 무기력해 보이는 그들에게 어떤 위로와 치유가 되는 건지 기도하는 손들이 작아 보였다.

여자들로 넘쳐나는 곳은 종교시설과 식당뿐이 아니다. 중년이 된 비슷한 또래들은 갑자기 불어난 시간 때문인지 친구를 찾고 종교를 찾아 삶의 해법을 찾으려는 듯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다.
집 밖에서 행복을 찾게 되는 방황의 한가운데에는 무엇이 있을까? 살아온 시간의 길이만큼 보고 들은 게 많아선지 사람들마다 눈높이 또한 높아졌다지만 현실은 따라주지 않을 때가 많다. 게다가 TV에서는 꽃미남·미녀·지적인 캐릭터들로 가득해 환상은 커졌는데 곁에 있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작아 보인다. 그런 괴리감 때문인지 자신도 초라하게 느껴진다.

▲ 류미월(시인, 수필가, 문학강사)

요즘 화제 중인 드라마(tvN, ‘또 오해영’)에서는 열등한 ‘그냥 오해영’의 행복 찾기라는 게 고작해야 대비되는 ‘예쁜 오해영’이 사랑하는 남자(에릭 분)를 제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그 남자에게 사랑받는 ‘그냥 오해영’을 보며 통쾌해한다. 드라마가 종영되면 또 무엇이 보통 여자들의 위안이 되려나.

현실을 이성적으로 극복하려는 노력과 자신의 성장을 위해 시간을 주체적으로 사용하는 일. 실천의지에 따라 다른 삶이 펼쳐진다면 당신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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