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헌의 흥말망말⑰

제2차 세계대전 승리의 주역이자 미국 대통령으로서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했던 아이젠하워에게 기자들이 리더십의 비결을 묻자 그는 20센티미터 길이의 실을 책상 위에 늘여놓고 뒤에서 밀어보라고 했다. 기자들은 실을 밀어보았지만 실은 구부러지기만 할 뿐 당연히 밀리지 않아다. 아이젠하워가 실을 자기 앞으로 끌어당기자 쉽게 끌려왔다.

“사람들 앞에서 끌면서 모범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됩니다. 가축은 뒤에서 몰아야 하지만 사람은 이끌어야 합니다.”
솔선수범하는 알렉산드로스 대왕 리더십이 있다. 알렉산드로스는 인적 자원을 활용하는 데 천재적인 소질을 갖고 있었다. 1만 명에 달하는 병사의 이름을 거의 다 알고 있었으며, 전쟁을 하면서 병사들과 함께 먹고, 마시고, 잠을 잤다.

의료 교육을 받은 그는 전투가 끝나고 나면 몸소 병사들의 상처를 치료해줬다. 알렉산드로스는 수많은 전쟁에서 항상 선두에 서서 승리를 만들었다. 확신에 찬 그의 태도는 부하들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신의 군대’로 거듭나게 했고, 싸울 때마다 승리하는 신화를 창조했다.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대제와 맞섰던 가우가멜라 전투에서 5만 대 25만이라는 병력의 절대적 열세 탓에 참모들이 철군하자는 의견을 냈지만 그의 신념을 꺾을 수는 없었다.

그는 페르시아 군대를 분산시키는 계책을 제시하고, 자신은 가장 위험한 ‘다리우스 대제 공격조’의 선봉에 섰는데 결과는 알렉산드로스의 승리였다. 다리우스 대제는 피신했고, 페르시아 대군은 일시에 무너졌다. 다리우스는 알렉산드로스의 끈질긴 추격전에 지친 부하들에게 죽임을 당하며 한 많은 생을 마감했다. 가정이나 기업, 나라나 그 조직의 지도자들의 솔선수범 없이 아무리 떠들어봐야 그것은 허공의 메아리다.

나는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때 한 번도 “공부해라” 소리를 한 적이 없다. 내가 주로 한 말은 “쉬었다 해라”였다. 아이들이 공부할 때 나는 책을 읽거나 원고를 쓴다. 함께 공부하는 동업자라는 생각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전구를 오랫동안 켜놓으면 흐려진다. 이때 몇 분이라도 껐다가 다시 켜면 다시 밝아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쉬는 시간은 바로 이처럼 충전하는 시간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건강상태는 심각하다. 충전을 안 하고 끊임없이 방전만 시켰기 때문이다. 쉬는 시간에는 가벼운 맨손체조를 하거나 노래를 불러도 좋다. 자녀가 잠시도 쉬는 꼴을 못 보는 부모는 악덕 부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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