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으로 읽는 시

흙속에 묻힌 사연/ 만 년 풍파에 잠이 들고/ 말하고 싶은 고독/ 초록으로 쌓이며/ 고목은 굵은 뿌리/ 다시 태어나려고 흙을 밀고 나온다// 꽃은 피고 지고/ 야속한 세월을 참아내니/ 피는 눈물 되어 흘러나고/ 먼지는 쌓여 언덕 되어/ 무심한 사철바람에/ 흙냄새만 고요롭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항상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소망이 있습니다. 세상살이가 각박하게 느껴질 때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점점 더 크게 되는 법이지요. 특히 아파트에 사는 사람일수록 “이 성냥갑 같은 답답한 공간에서 벗어나 고향에 가서, 비록 작더라도 채마가 딸려 있고 마당이 널찍한 집에서 살고 싶다는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그럼 왜 그렇게들 고향으로 가고 싶어 할까 한 번 생각해 볼까요. 현재 살고 있는 도시생활이 ‘시멘트와 콘크리트’ 속에 갇힌 삶이라면 고향은 그냥 흙이 맨살처럼 드러나 있는 자연 그대로의 삶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시인들은 고향을 생각하며 흙을 노래하곤 합니다. 흙으로 돌아가고 싶은 소망을 담아, 흙을 잊고 사는 인위적 삶을 벗어나고 싶어 ‘흙’을 노래하며 흙에서 인생의 지혜를 찾으려는 것이지요. 이번에 소개하는 「흙」의 김기동 시인 역시 고향과 자기 뿌리에 대한 훌륭한 시를 여러 편 발표하였습니다. ‘꽃은 피고 /야속한 세월 참아 내는’ 시 구절이 가슴을 울리는 것도 이런 까닭인 듯합니다.  

<시해설 : 민윤기 시인, 월간 시see, 연간지하철시집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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