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69)

감홍에서 고두병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원인은 ①흙의 산도(pH)가 낮고, 높은 마그네슘 함량과 ②K(칼륨) 또는 N(질소)의 과다한 시비 ③균일하지 않은 물주기 ④수확 후 냉장 지연 ⑤특별히 예민한 품종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허지만 주원인은 사과세포의 Ca결핍에서 오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잘 모르면 Ca결핍이 아닌 것 같다.

저지난해 고두병이 반이나 발생한 김천 농가는 석회를 줬다. 미심쩍어 석회를 사과에 4번, 5월 하순 봉지 씌우기 전에 2번, 봉지를 없애고도 9월에 2번을 살포했지만 허사였다. 말은 못 들었지만 석회를 준 것이 분명하다. 토양을 분석해 보니 pH는 7.8로 알칼리성이었고, 칼슘도 충분한 6.0을 넘어 8.1이다.

왜 땅에다 석회를 주고 과실에 4번이나 뿌려줬는데 실패했을까? 우리가 Ca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Ca이 하는 일 중에 가장 중요하면서도 잘 모르는 역할이 있다. Ca은 세포벽 사이에 있으면서 공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CO2)를 잡아서 세포 안(세포질)으로 넣어준다. 세포질로 들어온 CO2를 마그네슘(Mg)은 엽록체 속으로 끌어다 준다. 때문에 Ca이 부족하면 광합성이 일어나지 못하고, 당이 잘 만들어질 수 없다. 꼭 잎에서만 광합성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고 사과껍질에서도 일어난다. 광합성이 잘 안 돼 과실껍질 세포에 당이 부족하면 세포가 죽어 검게 된다. 그게 고두병이다.

왜 흙에 Ca가 충분한데도 고두병이 생기는 것일까? 문제는 인산(P) 때문이다. pH가 높으면 Ca이 인산과 결합,(Ca-P)해 Ca도 P도 흡수가 잘 일어나지 못한다. 인산(음이온)은 여자로 말하자면 pH에 따라 매우 변덕스런 여자이다. pH가 5.5이하로 떨어지면 철(Fe)과 알루미늄(Al)이 다량으로 녹아나와 P와 붙는다((Fe-P, Al-P). 7.2이상으로 올라가면 급격하게 Ca과 P가 붙어서 중성일 때 녹아나오는 Ca와 P는 100만의 1로 줄어든다. 인산고정이 일어나면 P와 함께 Ca도 흡수가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고두병이 생긴다.

그럼 토양분석 성적을 믿을 수 없다는 말인가? 이 경우에는 그렇다. 그 사정을 설명하려면 매우 복잡해진다. 어쨌거나 흙속에는 Ca가 넘치도록 많아도 알칼리성에서는 사과나무가 먹을 수 없다. 때문에 pH가 알칼리성인 경우에는 석회를 더 줘서는 안 절대로 안 된다. 인산을 1000배로 희석해서 pH를 중성까지 떨어뜨려 줘야 한다. 이때 인산 희석액은 두 가지 일을 한다. 인산을 직접 공급해서 광합성을 높이고 pH를 낮춰서 녹아나오는 Ca를 공급한다.

혹시나 효과가 있을까? 걱정하는 농가를 위해서 Ca을 과실에 직접 공급하는 방법도 소개한다. 지금부터라도 2주 간격으로 적어도 3번 이상 한다. 물 1톤에 가장 잘 흡수되는 염화칼슘(34%) 3㎏을 녹여(0.3%) 10a에 300~400ℓ 살포한다. 이 방법은 pH가 산성에서나 알칼리성에서도 효과가 있다. Ca은 과실 안에서나 잎에서 과실로의 이동이 나빠 2주 이상 간격을 두고 살포한다. 과실에 Ca시비는 과실이 작을 때일수록 효과가 크다. 미국에서는 5월 또는 과실이 2㎝내외일 때부터 하면 매우 예민한 품종도 효과가 크다고 지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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