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간 방치된 농생대의 무한변신

▲ 지난 11일 문을 연 경기상상캠퍼스에 많은 시민들이 방문했다.

1904년, 대한제국 시절 설립된 수원농림전문학교는 약 40여 년이 흐른 1946년에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으로 탈바꿈된다. 그 후 사람들은 이곳을 푸른지대 상록캠퍼스로 불렀고, 2003년이 되서 서울대 관악캠퍼스로 자리를 옮긴다. 그 후 10여 년 동안 수원에 방치된 농생대는 사람들에게 잊혀 갔고 불량청소년들의 전유물이 됐다. 조명이 없어 깜깜한 밤이면 더더욱 발길이 뚝 끊겨 외로이 자리를 지켜나가야 했다. 하지만 서울대 농생대가 경기도상상캠퍼스와 손을 잡고 시민들의 놀이터로 변했다. 과연 어떤 모습으로 탈바꿈 했을 지 한번 만나보자.

문화 융‧복합으로 차별화된 생태공원
공예수업부터 전시회까지, 즐길 거리 가득
2017년, 신관 오픈 예정…기대UP

경기도 수원시 서둔동에 위치한 옛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이하 농생대)은 서울로 터를 옮긴 뒤 울창한 숲처럼 잎사귀 사이에 모습을 감췄다. 자연스럽게 사람들과의 소통이 끊기고 문을 닫았던 농생대가 12년 9개월 만에 새내기처럼 밝은 미소로 시민을 반기고 있다.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2014년부터 청년창작과 지역상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다시 농생대에 숨결을 불어넣은 것이다. 경기도는 12년 동안 폐허로 방치됐던 농생대 부지를 2년 여 간의 작업을 거쳐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융‧복합 공간으로 조성했다.

이에 지난 11일 농생대는 ‘경기상상캠퍼스’라는 이름을 새로 달고 시민들의 안식처로 개방됐다. 공원으로 사용되는 것뿐만 아니라 농원예학관과 농업공학관을 경기청년문화창작소와 상상공학관으로 새롭게 리모델링해 청년들과 지역주민들이 모두 즐길 수 있는 공예프로그램과 전시회 등도 선보이고 있다.

▲ 서울대 농생대가 비밀의 숲 원정대로 탈바꿈해 지난 11일 개방했다.
▲ 어린아이가 경기문화창작소서 진행된 공예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경기문화재단 조민우 씨는 “2013년, 수원 시민들이 농생대를 산책길로 개방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안전상의 문제로 2년의 시간이 걸린 끝에 개방하게 됐다”라며 “부지가 넓어 방치되던 농생대가 새롭게 탈바꿈하면서 자연녹지뿐만 아니라 문화휴식공간까지 즐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건물 중 안전한 곳 두 곳을 상상공학관과 경기도청년문화창작소로 탄생시켰고, 청년문화창작소는 지역 주민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공예수업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내년에 메인핵심센터 두 곳과 업사이클링센터까지 총 세 곳을 오픈할 예정”이라며 “청년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과 도민들을 위한 문화공간도 함께 마련될 것”이라고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바랐다.

▲ '경기상상캠퍼스' 마스코트.

농생대는 이제 ‘경기도상상캠퍼스’로 다시 태어났고 ‘비밀의 숲 원정대’라는 이름을 달아 그곳을 탐험하는 모든 이들은 원정대가 된 듯 농생대의 숨어있는 매력을 하나씩 발견하게 된다. 특히 경기생활문화센터, 어린이 책놀이터, 문화허브 카페, 생활예술공방 등 다양한 시설이 마련돼 있어 보는 즐거움에 참여하는 즐거움까지 더하고 있다.

이처럼 농‧원예학관과 농공학관은 공예방 외에도 청년들이 참여해 레스토랑과 커피숍을 만들

▲ 청년들이 창업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었으며 창업을 위해 모인 청년들은 이곳에서 숙식까지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젊은 청년들답게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레스토랑을 꾸며 현재 오픈과 동시에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외에도 새로운 문화예술 작업을 실험하고 창작할 수 있는 창의랩 오픈스튜디오를 운영하게 된다.

농원예학관을 나와 3분 정도 걸으면 농공학관에서 상상공학관으로 탈바꿈한 작은 미술관이 우릴 기다린다. 미술관은 총 3층으로 1층에는 옛 농생대를 감상할 수 있는 사진 전시회가 있고 2층에는 ‘모든 책은 아름답다’는 주제로 서울 출판디자이너클럽이 25주년을 맞아 특별전을 선보인다. 3층은 우리의 친구인 반려견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들이 마련돼 있다.

상상공학관 옆으론 작은 공원이 존재한다. 공원을 꾸미고 있는 나무들은 12년 동안 스스로 자라 피톤치드를 뽐내며 주민들에게 산뜻한 공기를 선물한다. 또한 나무에는 경기수원생생공화국이라는 깃발이 바람에 휘날린다. 공화국이라는 말은 ‘나미나라공화국’이라 불리는 남이섬을 떠올리는데 바로 남이섬을 재탄생시킨 강우현 교수가 농생대를 탈바꿈한 것이다.

경기도상상캠퍼스 관계자는 “남이섬, 제주도에 이어 수원생생공화국도 아름답게 꾸며질 것 ”이라며 “우리나라 안에서 3번째 공화국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방한지 얼마 되지 않아 하루 평균 방문자수는 60여 명 뿐이지만 이미 한 번 방문한 사람들은 두 번, 세 번씩 꾸준히 방문하고 있어 앞으로 상상캠퍼스를 찾는 사람들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버려진 터로 남을뻔한 농생대, 아직도 방치된 옛 건물이 군데군데 남아있어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켜 현재와 과거가 공생하고 있다. 이번 주 나들이로 새롭게 변한 농생대를 선택해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기억을 합쳐 새로운 추억을 만드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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