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는 종교적 용어로 불교나 기독교에서 널리 쓰이는데, 어머니가 자녀에게 쏟는 ‘순수한 사랑’이나 모든 사람의 죄를 용서하는 것을 자비 또는 ‘조건 없는 사랑’이라고 표현한다.
여기에 ‘로마인의 자비’를 표현한 한 조각품을 소개한다. 얼마 전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을 방문해 ‘노인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젊은 여인’이란 조각상을 본 적이 있다. 벌거벗긴 채 두 손이 묶인 노인이 젊은 여인의 젖을 빨고 있다. 모르고 보면 딸 같은 여자와 놀아나는 노인의 부도덕한 행위로 비쳐진다.

그러나 이 그림의 주제는 바로 효심이 지극한 자식의 부모사랑이다. 조각품은 네덜란드 화가 루벤스의 ‘시몬과 페로’라는 그림 작품을 조각한 것이다. 루벤스는 로마인의 자비(Roman Charity)란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감옥 안에서 자신의 젖을 물리며 죽어가는 아버지를 살리려는 딸의 ‘헌신적 사랑’을 표현한 것이다. 자유와 독립을 위해 싸웠던 독립투사 시몬이란 노인이 감옥에 갇혔다. 그는 독재정권이 음식물 반입을 금지시켜 죽기 직전에 이른다. 출산 직후의 딸 페로는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아버지를 차마 볼 수 없어서 매일 형무소로 면회를 가서 몰래 수유해 살려냈다. 이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당국은 감동을 받아 노인을 석방했다. 로마판 심청이의 ‘색다른 효심’이라 하겠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하기를 가르친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부모부양조차 외면하는 메마른 사회가 됐다. ‘효(孝)’는 가정교육에서부터 시작해 학교교육으로 이어져야한다. 효를 바탕으로 전통 미풍양속이 살아 숨 쉬는 훈훈한 사회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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