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68)

우리나라 사과인 감홍은 후지(부사)보다도 더 달고 아삭아삭해 세계 최고 맛이지만 옥의 티처럼 ‘고두병’이 문제다. 주원인은 과실에 칼슘(Ca)부족 때문이라는 것이다. 허지만 토양에 Ca이 매우 높고 사과 잎에도 충분한 미국 캘리포니아에도 이 병이 골치다. 김천의 한 농가는 토양산도가 7.8로 알칼리성이며, 흙의 Ca도 충분한 6.0을 넘어 8.1cmol/kg이나 된다. 그래도 어떤 해는 반이나 고두병에 걸렸다. 그런 것을 보면 과실의 Ca 결핍에서 온다는 것이 틀린 주장인가? 아니다. 나도 최종적인 원인은 과실의 Ca결핍에서 온다고 확신한다. 우리가 Ca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질소가 고두병을 불러온다. 질소를 많이 주거나 어린나무, 강전정한 나무 등, 생육이 왕성하면 많이 생긴다. 왕성하게 자라는 나무는 Ca을 포함해 무슨 성분이든지 당겨쓴다. 따라서 질소의 과다시비는 Ca의 과실 중 분배를 방해한다.

질소비료를 언제 줬느냐도 고두병 발생에 크게 영향한다. 5월초에 비료를 준 것은 33.3%나 발생했지만, 7월 하순에 주면 전혀 발생되지 않는다. 5월이면 한창 뿌리가 활동하는 시기라 질소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2월에 나온 봄 뿌리가 떨어지는 7월부터 가을뿌리가 새로 나오는 9월까지는 덜 민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질소를 밑거름으로 주는 것도 3월 하순보다 전해 12월 초순에 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가을의 질소비료는 양분 저장에 유리하고, 뿌리를 젊게 해서 이듬해 봄 빨리 흡수가 일어나게 만든다. 3월에 줘야 할 경우, 15일마다 요소 3.3kg/10a를 물에 타서 관비(灌肥)로 주는 것이 하는 것이 유리하다.

어쨌거나 고두병 발생의 주요한 원인으로 질소 과다시용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축분, 부산물비료, 유박 등 질소성분을 감안하지 않고 마구 주면 결정적인 원인이 된다. 왜냐하면 풀이나 볏짚으로 가축을 키우던 옛날과는 달리, 요즘은 사료를 먹여서 분뇨가 몇 배나 걸어졌기 때문이다.

칼리비료(당도와는 절대로 무관함)도 과실을 잘 키우려고 과다로 시비하는 경우가 많다. 흙을 분석해 농업기술센터에서 처방하는 양을 따라 줘야 한다. 칼리함량이 1.5cmol/kg이상이면 더 줘서는 안 된다. 이때 염화가리를 주면 염소(Cl)가 과실 껍질의 코르크형성에 갈색화 반응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고두병 억제에 황산칼리보다 유리할 것으로 본다.

흙의 수분과도 상관관계가 깊다. 수분이 부족하면 Ca의 흡수가 잘 안 되고 흡수돼서도 이동이 나빠진다. 때문에 여름철에 건조하거나 착색기에 가뭄이 심하면 고두병 발생이 심하다. 반대로 충분하다 못해 물 빠짐이 나빠도 발생한다. Ca뿐만 아니라 모든 양분은 뿌리 끝 3cm이내의 뿌리털에서 흡수되는데, 이 부분이 썩거나 떨어져 나가면 Ca의 흡수가 나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물 빠짐이 나쁜 곳에서는 과실의 Ca함량은 매우 낮아 결과적으로 고두병이 많다.(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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