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여성신문-농촌진흥청 공동기획 발효식품 신기술, 현장에서 꽃피운다

③ 무독화 옻 제조 - 충북 옥천 ‘참옻들’

농진청 개발 발효옻 제조기술, 실용화 활발
참옻들 “먹는 옻에 이어 건강 입욕제로 개발”
옥천군, 옻문화단지·가공사업소 조성 박차

▲ ‘참옻들’ 정태영 대표(사진 오른쪽)와 연구소장이자 남편인 박기영 씨가 발효옻 제품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지난 2005년 옻산업 특구로 지정된 충북 옥천.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옥천의 공납품으로 건칠(옻나무 즙을 말려 만든 약재)이 기록돼 있을 정도로 옥천지역은 기후와 토질이 옻나무 재배로는 최적지다. 이에 옥천군은 최근 시장개방에 따른 농산물 가격하락으로 농가소득이 감소하자 새로운 특화작목으로 옻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현재 옻산업특구에 부응해 옻문화단지를 조성하고 있으며, 옻식품 가공 전문시설인 특화작목가공사업소 조성사업도 한창 진행 중이다. 이처럼 옥천군이 옻식품 전초기지로 급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옻 무독화 기술’이 큰 역할을 했다.

무독 발효옻, 식약처도 인정
“옻은 오래 전부터 위장질환이나 혈액순환, 부인과질환 등에 효험이 있어서 약재로 활용돼 왔습니다. 하지만 옻에는 신체에 접촉할 경우 발진이나 수포를 동반한 피부염을 일으키는 알레르기 물질이 있어 옻닭이나 옻오리, 옻순 등 극히 제한적으로 식용이 가능합니다. 그러다보니 허가를 받지 않은 옻식품 판매가 음성적으로 이뤄져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었죠.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한 것이 바로 옻 무독화 기술입니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발효식품과 발효공정연구실에 근무하는 최한석 연구사의 말이다.
최 연구사가 개발한 옻 알레르기 유발물질 제거기술은 옻나무에 장수버섯균을 접종해 발효시켜 옻에 있는 알레르기 유발물질인 ‘우루시올(urushiol)’을 없애고 발효옻 추출물을 얻는 기술이다.
기존에는 옻 알레르기 물질 제거를 위해 유기용매 등을 이용한 화학적인 방법과 전자선, 방사선 처리를 했는데, 이를 통한 식품화는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이에 비해 버섯발효 방법은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적고 독성이 없어서 2012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식품원료로 인증을 받아 술, 장류, 식초 제조에 사용이 가능하게 됐다.

장수버섯균사체 배양에 의해 우루시올이 제거된 발효옻 기술은 옻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을 해소해 옻이 두려운 식물이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을 지닌 자원으로 인식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농진청-옥천군 MOU로 활기
최한석 연구사가 개발한 이 기술이 처음 실용화된 곳이 바로 충북 옥천이다. 농촌진흥청과 충북 옥천군은 지난 2008년 옥천군의 특산물인 옻 산업 발전을 위해 MOU를 체결했다. 협약을 통해 양 기관은 옻나무 이용증대를 위한 다각적인 연구와 기술개발, 옻 관련 산업에 대한 연구자료와 정보 교환, 옻 이용 관련 기술의 우선지원과 농업인 교육, 옻 산업 촉진을 위한 공동협력사업 등을 추진해오고 있다.

현재 옥천군에는 옻 재배농가가 180호나 되고 식재면적도 146㏊에 이른다. 옥천군의 지원으로 옥천참옻육성사업단이 운영할 옥천특화작목가공사업소가 한창 공사 중에 있고, 옥천옻문화단지 조성사업도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옻산업이 꿈틀대는 이곳에 시인, 프리랜서 영상작가 등으로 활약하다가 귀농한 농업법인 ‘참옻들’(대표 정태영) 박기영 씨의 안테나에 우루시올 제거 발효옻 기술이 포착됐다.

정태영 대표의 남편이자 ‘참옻들’의 연구소장이기도 한 박기영 씨는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을 통해 발효옻 제조기술을 이전 받아 ‘장수참옻’이라는 브랜드로 옻된장, 옻티백, 옻분말, 옻닭발진액 등 다양한 옻 관련 식품을 제조·판매하고 있다.

▲ ‘참옻들’의 발효옻 원료(사진 왼쪽)와 발효옻 분말(오른쪽)

다양한 고품질 옻식품 개발
사실 그는 어려서부터 옻과 인연이 깊다. 부친이 옻의 생리에 정통했고 옻닭 등 음식점을 했기에 그도 자연스레 옻과 친해져 한때는 옻밭 관리까지 했었다고 한다.
그는 옥천에 터잡고 전통이 끊긴 옻된장 복원에 나섰다. 예전 종부들은 된장을 담글 때 옻을 넣었지만 식품원료로 인정이 안 돼 유통 또한 금지됐다. 그에게 농진청의 발효옻 제조기술은 천군만마와도 같았다.

박기영 씨는 무독화 옻 제조기술을 이용해 식품허가를 받았고, 옻 안 오르는 법 등 12가지의 특허를 취득하기도 했다. 지하 200m 암반에서 뽑아 올린 게르마늄 물은 옻 추출물의 품질을 높여주고 있으며, 다년간의 옻 연구로 표준화된 품질 유지를 위한 매뉴얼을 만들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국산 참옻만을 사용한 ‘참옻들’의 발효옻 제품은 식품 원료로 충남 논산, 전남 해남의 식초업체에 납품되고 있으며, 같은 지역의 주류업체에도 옻술 원료로 공급되고 있다.

“발효옻의 식품원료 제공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발효옻을 이용한 입욕제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어요. 먹는 옻의 새로운 변신이라고 할 수 있죠.”
덥수룩한 수염이 지나온 세월과 고생의 흔적인 듯. 하지만 카랑한 목소리와 살아있는 눈빛을 보면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된다. 옥천 옻산업의 미래에 ‘참옻들’도 한자리 하고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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