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홍 농촌진흥청 농업공학부장

▲ 최규홍 농촌진흥청 농업공학부장

"안전재해 보장과
예방 활동을 연계해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안전보건 기초교육을 받는
농업인이 우선적으로
정책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우리 농촌은 젊은 인력이 크게 부족해 60대가 청년 대우를 받는게 현실이다. 일손이 부족하다 보니 최근 들어 고령농업인, 여성농업인 등 노동 취약계층의 농업 활동이 크게 늘었다. 이와 함께 장시간 불안정한 자세로 인한 피로 누적과 위해환경 노출에서 오는 질병, 농작업이나 농기계 운전 중 부주위에서 오는 손상 등 농업인의 재해율(1.3%)은 산업체 근로자 재해율의 두 배를 웃돌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매년 실시하는 ‘농업인 업무상 질병 및 손상 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업인 업무상 질병은 5%, 손상은 3% 내외로 나타났다. 즉, 농사일을 하는 사람 100명 중 5명은 농작업과 관련된 질병을 경험하게 되고, 3명은 손상을 당하게 된다는 얘기다. 농작업 관련 질병의 80%는 근골격계 질환으로 무릎, 허리, 팔 등에서 주로 발병하고 있는데, 장시간 쪼그려 앉거나 허리를 굽혀 반복적으로 작업을 해야 하는 농작업 특성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논에 비해 소득이 높은 밭작물, 시설원예, 가축사양이 늘어남에 따라 농업인의 작업시간도 증가했지만 기계나 자동화장치로 노동력을 대체하는 것은 미흡해 농업인 재해가 줄지 않고 있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올해 1월부터 시행된 ‘농어업인의 안전보험 및 안전재해 예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농업인 안전재해 예방 업무 최전선에 서게 됐다. 농업인의 안전재해 관리시스템 구축을 위한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농진청은 과학적인 정책 수립을 위해 매년 10,000가구를 대상으로 농업인의 질병 및 손상 통계조사를 실시해 왔으며, 앞으로는 ‘농업안전보건중앙DB센터’로 지정돼 전국 6개소의 농업안전보건센터에서 조사한 농업인의 질병과 손상 관련 자료를 이관 받아 그 원인을 분석하고 적절한 예방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몇 해 전, 농진청에서 열린 ‘한·일 공동 농작업안전보건 심포지엄’에서 한 일본 교수는 매우 인상적인 발표를 했다. 농작업 사고 당사자를 직접 방문해 설득한 후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농기계와 사고현장 검증을 통해 사고 예방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그의 발표에는 현장 중심·과학적 분석에 기반을 둔 안전재해 예방 기술 개발의 중요성이 담겨 있었다. 우리도 농촌 현장에서 일어나는 농작업 재해나 안전사고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연구 개발과 대책 마련, 교육과 홍보 등 다각도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당장 기계화가 어려운 농작업의 노동 강도를 낮춰주는 편이장비의 개발, 기존 농기계의 편이성을 높이기 위한 인간공학적 설계 확대, 노동력을 줄이기 위한 작업공정 개선 연구, 농업로봇 개발 등 첨단기술 개발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농업인의 안전의식을 문화로 정착시키는 것이다. 안전재해 보장과 예방 활동을 연계해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안전보건 기초교육을 받는 농업인이 우선적으로 정책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 세대의 농업인 교육과 함께 덴마크, 아일랜드 등 유럽처럼 농업을 직업으로 선택하고 교육받는 젊은이들에게는 농업안전보건교육을 필수적으로 받도록 하여 안전보건 가치를 내재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농촌을 누구나 살고 싶고, 찾고 싶은 공간으로 만드는 것은 많은 사람의 바람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농업생산 활동이 유지돼야 하고, 농업인의 건강과 안전 또한 보장돼야 한다. 농업인의 안전재해 예방은 정부의 정책적 배려, 연구 개발과 교육, 그리고 농업인의 안전의식이 함께 해야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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